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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하는 사람, 조광조
조성일 지음 / 시간여행 / 2022년 4월
평점 :
정암 조광조의 “개혁"
조선조의 명유, 정암 조광조는 정치무대에서 입문하여 4년 만에 밀려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은 팩션(팩트+픽션)이라는 형식의 글이다. 역사 인물을 다루다 보면 기록의 공백이 생기게 마련이다. 율곡처럼 어렸을 때부터 과거로 입신, 어찌 보면 나르시시스트처럼 구도장원공(9번 과거에 합격한)을 할 정도로 존재감을 풍기며, 살아왔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조광조는 어떤 존재인가, 이를 통해서 뭘 알 수 있는가, 왕조실록은 왕들의 기록이다. 중종실록에 조광조가 토사구팽당했다고 적고 있을까, 주초위왕을 칭한 대역죄를 범한 이였을까?, 후대 광해 치세 때, 신원 회복이 됐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느 당파의 영향력 때문이었나? 등등 양파껍질 벗기듯 한 꺼풀 두 꺼풀….
조광조가 입신한 1515년부터 1519년까지 을과의 장원(이상한 표현이지만, 장원은 갑과의 장원만을 일컫는 게 아닌가)이라는 어법도 그러하고, 뭐 좋다. 팩션이라니 굳이 역사를 제대로 따랐느냐는 이 책의 관심 사항이 아닌듯하니…. 여기저기, 신문 지상에서 소개하는 이 책에 관한 글, 진짜인가, 기사를 작성한 이들은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것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먼저 떠올렸던 이미지, 정실, 무원칙, 불공평, 불소통의 시대에 우리는 왜 조광조의 정치철학을 읽어야 하나, 그곳에 ’개혁‘ 봉건 유교 국가에서 ’개혁‘은 어떤 의미인지, 역성혁명까지도 끌어낼 수 있는 무서운 정치 기제? 그래서 관심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퇴계와 율곡이 조광조를 제대로 알고 이해했나 싶을 정도…. (행장)이란 것이 죽은 이의 행적을 기록하는 것인데…. 지은이의 말대로 조광조의 정치철학을 모두 담기에는 다소 성급한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소학>과 <근사록>, 맹자의 <호연장>….

조광조의 개혁 핵심이 뭐였나
과문한 탓에 이 책의 행간만으로는 ”개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도학 정치, 즉 하늘의 뜻을 따라 세상사를 순리대로 풀어가자는 것인데, 여기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유교 근본 국가여서 도교(미신)를 믿는 행위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 뭐 지배층의 정치이념이자 조선의 정치철학인 ‘유학’의 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은 가치 판단 이전의 문제다. 또 한편으로 널리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신분의 귀천을 따질 것 없이 현명한 자, 능력 있는 이를 구해야 한다. 유학은 신분제 질서의 공고함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가 하려는 개혁이란 유학의 근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정치권력자들의 질서를 말함인지, 정몽주, 길재, 이색을 거쳐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로 이어지는 “도학”의 후계라는 것도 다소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알 수 있는 단서는 백성은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군주가 제일 가볍다고 말한 맹자의 <진심장>이 그 단서였는지도….
현대정치에서 개혁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조광조가 소환되다?
아마도 조광조가 말한 개혁의 첫 단추는 인사시스템, 선발과 구분, 지금 시대의 개혁 인사청문회의 맥락과도 통하는 듯,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귀민경군)라는 것 때문이라면 너무 이해가 부족한 것일까?, 사농공상의 질서가 있고, 양반은 그 사회의 지배자로서 향약을 통해 나름의 질서를 잡아야만 한다. 이런 질서는 늘 조금만 방심하면 흐트러지고 근본까지 뒤흔들어 양반이 권력의 정점이고, 조선의 왕도정치의 근간인 하늘=백성은 수탈의 대상이다. 끓임 없는 개혁이란 바로, 이씨 왕조 탄생부터 배태된 근본 모순이다. 성리학 이념으로 갈아타자는 논리…. 물론 이는 유대칠의 <대한민국 철학사>(이상북스, 2020)는 양명학 전개와 성리학의 자기 개혁을 논하고 있다. 또한, 존 B. 던컨의 <조선왕조의 기원, 고려-조선교체의 역사적 의미를 실증적으로 탐구> (너머북스, 2013), 마르티나 도이힐러의<한국의 유교화 과정>- 신유학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나-(너머북스, 2013)을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다.
조선의 고려지배층의 연속 선상이며, 이들의 새로운 지배이념 유학은 어떻게 질서를 바꾸었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모순해결을 위해서 이른바 사림파는 성리학이라는 신유학을….
여씨 향학에 관한 접근, 조광조는 왜 지방에 향학 보급을 적극적으로 외쳤을까, 구체적인 방안 등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의문들
조광조의 개혁은 조선 시대의 지배철학 가운데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말한 개혁은 실현 가능한 것인지,
기발하게 멋진 말을 만들어내는 카피라이터라면 “미완의 혁명아 조광조” 그가 꿈꾼 조선, 그가 꿈을 이뤘더라면 조선 전쟁(임진왜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이후, 조선왕조는 적어도 18세기에는 공화제로 나아갈 수 있었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