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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죽음의 꽃
소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기상천외한 사건이 터졌다. 223명의 마루타, 인체실험을 하다 죽인, 죽은 사람들의 숫자다. 델피노에서 출간된 이동건 작가의 장편소설 <죽음의 꽃> 주인공 이영환은 의대를 중퇴했다. 조선의 의성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유언에 따라 주검을 해부했다. 그의 몸 곳곳을 들여다보면서 그저 상상으로만 머릿속에 그렸던 장기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힘줄을 하나하나씩 살펴봤다고…. 전설인지 실제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인간의 죽음 앞에 그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경계가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이영환은 그 경계를 허물었다. 마침내 신이 된 것이다.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 시각과 청각장애인도 1시간 정도면 완봉 상태를 마치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처럼 눈을 뜨게 하고, 아무것도 안 들리던 소리를 듣게 해준다.
시간의 시작은 구암시 소재 장애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하러 왔던 젊은이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납치해 갔다는 것이다. 경찰도, 기자도 나오는데, 잠시 후, 자수하며 내가 그들에게 세상을 보게 하고, 세상의 소리를 듣게 했노라고….
신의 손, 신의 손의 한 수
이렇게 세상에 화젯거리가 된 “화타”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젊은이 앞에 모두 현대의학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계에 선 환자들의 부모·형제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어린 시절, 강도강간 사건으로 부모를 잃어버렸던 검사 장동환 형제. 이 사건의 주임검사는 빡빡하기 그지없는 끝까지 간다는 검사 장동환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박재준 변호사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아놓은 딸을 살리기 위해 잘 나가던 법무법인마저 때려치우고 이영환의 변론에 매달린다.
1심에서 사형, 이제 2심에서 223명을 죽인 게 무죄라고, 세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살리는 의술을 발견한 공로로 사면과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을 요구하는 이명환,
이야기는 흘러 흘러 2심 법정, 재판장은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이영환이 진짜 죽을병에 걸린 사람을 살려내느냐를 검증하기로…. 이런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이영환의 변호사 박재준의 딸이 죽었다.
이제 이영환은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검사 장동환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영환을 찾아가는데…. 그리고 14년 후, 이영환이 장동환의 칼에 찔려 죽으면서 그에게 알려준 좌표를 찾아 나서는데, 그곳은 이영환의 치료 비밀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역시, 이런 것은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돼….
정의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참 까다롭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정의와 도덕을 정면으로 묻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 싫은 방학숙제를 개학날 직전까지 미루는 심정으로 조금 가벼이 읽을 수 있겠지란 생각이, 어느덧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이며, 도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라는 명제가 딱 내 앞을 가로막는다.
어떤 목적이든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금지되는가? 이 소설은 도덕적 윤리적 기준과 가치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서 나오는 유명한 하인즈 딜레마처럼 준법정신과 질서만으로는 이영환의 행동은 당연히 살인자다. 그래서 1심에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콜버그의 5단계 즉, 사회적 계약으로서의 법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인간의 생명과 같은 기본 인권에 중심으로 두지만, 현실적인 의료 한계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하여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실험의 희생자…. 여기에서 이영환의 딜레마, 법을 어긴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를 죽임으로써 인류구원의 길을 막아버린 것인가,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관점에 따라 다른 기준이 모두 올바를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즉, 선각자 이영환은 무죄인가, 유죄인가, 또 다른 관점에서 이영환은 선각자나 철학자가 아닌 그저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여겼을 뿐이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적을 죽이는 것과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가,
소설은 답을 강제하지 않았다. 그저, 정의 수호자의 칼끝에 이영환의 목숨을 앗았다. 이 상징은 의미는 장동환 검사의 과거 경험과 그의 준법 기준이 정당한가?, 현행법에서는 여전히 목적이 어떠하든 사람의 목숨을 해친 죄는 처벌의 대상이다.
하지만, 장동훈과 이영환도 선각자라 할 수 있는가?, 인간이 인간의 처벌할 수 있는가, 법치국가를 유지 지탱시키는 중요한 제도인 검찰, 그 임무를 지닌 검사의 칼날은 정의인가 사사로운 처벌인가, 이는 마치 조두순을 두고, 그가 사회에 나오면 어린 여자아이들은 불안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그 동네 민심은 흉흉해질 것이라고…. 조두순의 인격 존중 여부는….
우리 사회의 문제 핵심을 적확하게 짚어내고 있는 듯한데…. 참으로 어렵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