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4호 : 돌봄의 정의 - 2022.봄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돌봄의 정의

 

재단법인 여해와함께의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물’4의 주제 ‘돌봄의 정의’는 코로나 19와 기후재난의 시대, 돌보고 돌봄 받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취지다. 이 잡지에 실린 25인의 목소리를 싣는다. 시사인 기자 김다은과 녹색당 공동대표 김예원을 비롯해 과학사, 과학기술학자 현재환의 언던 사이언스까지 여러 분야에서 본 돌봄, 그리고 우리 사회를 다양한 시좌와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한윤정 편집인의 머리말에서는 “원전도 돌봄의 시각으로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이 필요한 이유는 한 가지. 경제성이다.”라고 시원하게 말한다. 요즘처럼 재난과 양극화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돌봄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생명을 지켜준다. 재난, 안전, 돌봄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세쌍둥이’, 그중에서도 돌봄은 재난과 안전 사이의 다리는 놓는다. 개인, 사회, 국가, 세계, 인간, 동식물, 환경, 생태계, 지구 사이에 돌봄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돌봄에는 ‘돌봄 노동’이나 ‘독박 돌봄’ 같은 협의를 벗어나 새로운 정의, 그리고 돌봄의 권리와 의무를 평등하게 나누는 진짜 정의가 필요하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돌봄에 관한 새로운 정의다. 돌봄 노동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돌봄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과 자연, 사회 모두 돌봄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는 건데, 에코 페미니즘의 가치와도 맞닿은 돌봄이 사회조직의 원리가 될 때, 모든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평등하게 대하는 돌봄의 철학이 정신문화의 기조가 될 때, 비로소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돌봄 민주주의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바이오크라시(생명 정치체제)가 이뤄질 것이라고….그렇다면 돌봄의 철학과 돌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돌봄권 주체로서의 생태계

 

김현미는 <돌봄의 미학>에서 돌봄 노동의 현황을 논한다. 돌봄은 무임이든 임노동이건 인간과 생명체에 대한 연민, 동병상련, 용인, 희망의 마음에 기대어 수행하는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돌봄 능력은 현란한 자본주의의 전시물이나 인공지능, 로봇 개발로 달성될 일이 아닌, 매우 개인화된 윤리의 영역에 포함되기에 어렵고 높은 수준의 관계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발적 돌봄, 사회적 돌봄, 돌봄의 시장화가 균형을 이루면서 모든 이의 돌봄 욕구를 해결해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돌봄 역량을 갖춘 이가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어 돌봄의 전 지구적인 인종, 젠더, 계급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 서로 돌봄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다<사람과 세상 사이에는 이웃이 있다, 박승옥>라고 한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대 초반,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식량 전쟁(식량의 자원화)은 국가 간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국가 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전쟁이기도 하다. 돌봄이란 시혜나 자선이 아니다. 우리가 국가에 대해 돌봄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의 돌봄 정책은 인민이 서로 주체의 주권자로서 스스로 서고,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의 국가 돌봄은 사람을 노예로 부려먹다가 폐기물로 버리는 돈벌이 산업일 뿐이다. 강력한 체제 전환의 행동은 세계관을 바꾼 이웃 공동체의 행동이다.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은 국가 돌봄이 아니라 서로 돌봄의 공동체 돌봄이다. 기후위기 시대 더욱 절실히 깨닫는 만고 불변의 진리다.

 

박승옥의 주장처럼, 시장경제의 국가 돌봄의 본질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복지 국가체계를 촘촘히 하자는 맥락과도 다소 결이 다르지만, 국가 돌봄을 벗어나 서로 돌봄 공동체 돌봄을 하자는 말은 협의의 돌봄과 넓은 의미의 돌봄을 함께 아우르는 표현이기에 다소 이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돌봄”이란 뭔지, 우리 사회에서 지금 돌봄이라는 표현은 협의(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일)로 받아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광의의 돌봄까지(즉 인류, 자연, 그 밖의 모든 것들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탈원전 노선은 휘어지고, 또다시 원전? 재생에너지든 원전이든 국민에게 물어보라.

 

녹색, 기후위기를, 환경을 걱정하고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새로 들어선 정권은 원전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도대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엎어지고 뒤집히고…. 아무튼 선정수<뉴스톱, 팩터체커>는 원전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맞춰 순발력 있게 가동할 수 있는 전원이 전혀 아니라고 한다. 시동과 정지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이건 원전이건, 어느 쪽이든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라는 핵심을 지적한다. 한국의 미래 에너지는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다. 임기 5년 안에 뚝딱해치울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늦더라도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

 

이 책은 돌봄 노동에서 지구 생태계 돌봄에 이르기까지, 돌봄을 주제로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분야에서의 돌봄을 이야기하고 있다. 꽤 유용한 논의와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돌봄을 생각해야 할 것인지,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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