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은 장미들
이우연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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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은 장미들

 

젊은 작가 이우연의 장편소설이다. 첫 장부터 헤맨다. 인어로 시작한 소설은 인어로 끝난다. 작가는 “나는 죽어가는 자들을 살리는 대신 죽어가며 글을 썼다. 나는 그들을 감히 우리라고 부른다. 내 글을 장소로 삼는 타자들, 내 안에서 부글거리는 나조차도 모르는 흰빛”이라고, 그의 영감일까, 아니면 그의 안에서 넘쳐흘러 나오는 주체할 수 없는 생각들, 작가의 글 속에서 살아나는 다른 사람들, 붉은 춤을 그녀는 순간 암탉이 되었고, 돼지 재판에서 “소녀는 돼지들과 함께 돼지들에게 기대어 밤으로 진입하였다. 주홍빛의 메아리 같은 노을이 참참하고 신비로운 분홍빛으로 돌변한 하늘이 조금씩….”

 

낚시꾼, “관처럼 몸에 꼭 들어맞는 플라스틱 낚싯배에 누운 채로 그는 그물이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실어나르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그녀가 아닌 것을 출산 중인 검고 젖은 상처들, 상처들은 살아서 꿈틀대는 역동적인 불길한 타자들을 산 채로 원하고 있었다."

 

늑대와 소년, 그리고 소녀의 물방울, "넌 검은 숲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어째서요?, 늑대는 그가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동화 같다가, 우화 같다가 또 갑자기... 많은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22개의 꼭지, 온갖 부류의 이야기를 엮어내는데,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뭔가 흐름을 찾아내려는 읽기는 아예 통하지 않는다. 전후 연결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하는 순간에 맥락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단편소설의 이음처럼 전개되는 듯한데 장편소설이다. 아마도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라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과문한 탓인지 반복해서 읽기를 해봤지만, 줄거리 전개의 순차적인 항목, 즉 점을 따라 선을 이루는 선형적 전개가 아니라 비선형적인 전개다.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인어, 소녀, 암탉과 사냥꾼, 어린 경찰, 쥐, 마치 카프카의 어린 왕자를 연상케 하는 대목들도 나온다. 문학평론가 김종회는 작가의 소설에는 집요한 의미의 천착이 편만해 있다는 느낌이 남는다고 했다. 작가가 말하듯, 내 안에서 부글거리는 나조차도 모르는 그 흰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마도 그것은 작가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뚫고 나온 글에 관한 감각이랄까, 아무튼 기묘한 글쓰기다. 30년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 모더니즘의 경향이니 하는 것들도 언뜻 비치는 듯한, 뭐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어서 마치 샐러드 볼처럼, 섞여 있다. 이 맛도 나도 저 맛도 나는 그런 글…. 하지만,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대목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기이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이우연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낌이 달라지는지를….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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