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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쟁 -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4월
평점 :
정치전쟁
이 책은 2022년 대선 평가다. 예년의 대통령 선거와는 다른 특징을, 그리고 왜 윤석열이 당선됐는가가 아니라, 왜 민주당이 졌는지를 톺아보고 있다. " 왜 정치전쟁인가", 아귀다툼, 흑색선전, 후안무치... 승자독식구도, 이기면 모두 살고, 지면 작살난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양 진영?, 그들만의 리그였던가?, 누구가 할 수 있는 대통령... 눈 높이는 낮아지고,
이 책의 초입부터 중국 마오쩌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정치는 무혈전쟁이요, 전쟁은 유혈 정치”라는 말이 마오쩌둥에게는 정치, 전쟁도 유혈이었다. 지은이 강준만 선생이 보기에는 이번 대선은 정치는 총성 없는 무혈이라는 전쟁이라는 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모양이다. 애초부터 글러 먹은 사람들이 한계가 뚜렷했던 두 사람이 용호상박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대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라 줄다리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다. 손가혁(손가락으로 혁명을 이루자는 이재명 주도의 SNS 그룹)과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듯 보이는 윤석열(결합하여 하나의 로봇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뭔가의 연합체)이 각군의 대장으로 나섰다.
조선 침략을 설계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전국 패권을 두고, 벌어진 세키가하라에서 맞붙은 동군과 서군, 허망한 장이었다. 도쿠가와의 동군과 도요토미의 서군, 서군의 핵심 장수들은 동군의 프로파간다와 각개격파를 당해 전쟁에 참여하는 척하다, 전쟁 시작과 동시에 뿅…. 하고, 결국은 싱거운 싸움이 됐지만, 이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지배 권력의 교체는 이렇게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어야 새 질서를 세우기가 편하니까, 줄 세우기와 충성경쟁 앞에서 왕년에 조선 침략의 선봉대들은 다 꼬꾸라지고…. 마치 이번 대선의 여당의 꼬락서니와 겹친다. 전쟁에서 이긴 동군은 서군을 여지없이 밟아버린다.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숨통을 끊어놓는다. 그러기에 앞서 서군의 능력 있는 장수들을 설득해서 동군으로 귀순시키는 작전은 이미 마쳐놓았으니…. 그런데 이번은 죽기살기로 붙었으니, 전쟁인가 싶다
대선은 꾼들의 전쟁?, 안면몰수와 마구 질러 트럼프식으로의 대결??
역대 비호감 선거, 이를 뒷받침한 게 정보통신기술이다. 이 덕에 여론조사는 난무하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도 안가는 지지도, 연일 말실수를 거침없이 해대던 대선 후보들…. 이재명의 안면몰수, 윤석열의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 아주 초지일관이라서 대단하다. 그런데 왜 이 두 사람 뒤로 트럼프가 보이지?, 내가 마치 영매라도 된 듯, 두 사람의 언동은 기시감이 든다. 세 치의 혀는 칼이다. 유혈이 낭자하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 지은이는 이를 예감한 건 걸까, 그래서 “정치전쟁”이라고 표현했나?
이대남, 페미니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런데 공약이란 게 있는 건가 할 정도로 그 밥에 그 나물인 듯, 아무튼 뭘 위해 지금 우리는 대선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이재명이 되면 공무원들은 다 죽는다고 윤석열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보통 공무원들, 고위직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겠지만, 이게 뭔가….
아무튼, 미얀마의 군사쿠데타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침공과 민간인 학살도 모두 발달한 기술 덕분에 현지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런 기술이 이번 대선에서도 아주 멋지게…. 아니 그 이전부터 그리된 것인데…. 이제야 그 효과가 눈에 보인 것인가,
정치는 신앙?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타협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이는 결국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판은 전쟁이었다니, 그렇다 아마도 타협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다. 전쟁은 승자독식이다. 대선이 왜 정치전쟁으로 번졌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정치판에서 타협을 이야기하면 이건 개량이요. 변절자요. 찍어내야 할 그 무엇이다. 신앙은 절대적 믿음이다. 한치의 틀림도 없는 진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해, 감히, 이렇게 비친 민주당…. 캠프 정치, 논공행상, 나눠 먹기, 줄 세우기, 이전 정권과 뭐가 다른지 그 차별성을 전혀 못 느끼는데,
지은이는 언론학자답게 수많은 기사와 자료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결론은 민주당의 무능, 불소통, 지금까지 기득권을 비판하면서 눈을 아래로 눈높이는 대다수 열심히 사는 국민의 그것까지 낮추겠다고 하지만, 정작, 170여 석이 넘는 공룡으로도 아무런 일도 못 했다.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단식까지 했던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간 후에는 모로쇠가 됐고, 짓궂게도 ‘강남좌파’란 어법상 전혀 들어맞지 않는 개소리를 들을 정도로 민주당과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기득권을 위해…. 거의 신앙 수준의 맹신을 향해가는 민주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민의 힘이 스스로 힘으로 창출한 정권?, 글쎄다. 이건 아닌 데가 더 강했다.
지은이의 쓴소리, 문재인의 팬덤, 펜덤정치…. 이재명의 SNS 손가혁...
아무튼, 윤석열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결과라고 본다. 이를 지은이는 “진보의 자해극”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석열이 대통령 감이냐 아니냐, 국민의 힘이 수권능력이 있냐 없냐는 별로 관심대상이 아닌 듯, 오로지 왜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으로 슬기로운 정치생활을 하지 못하고, 어설픈 신앙놀이에 빠져들었는지를 해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꽤 흥미로운 접근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도,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청와대론도 무속인이 점쾌가 정치를 영향을 주는 것도, 누가 떨어진 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마치, 1930년대 후반에 왜 독일에서 나치가 출현했을까 라는 의문처럼... 지은이 강준만 선생의 이야기만으로도 역시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사마천이 이를 봤다면 뭐라 평할까?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