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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
기타무라 히데야 지음, 정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악의나 의도는 없지만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무의식적 편견-
지은이 기타무라 히데야는 사회심리학, 감정심리학자로 <인지와 감정>, <편견과 차별은 왜 일어나는가>의 책을 썼다.
이 책은 당신이 알든 모르든 무심코 내뱉은 말은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짚어내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주로 일본 사회의 현상을 해석하고 있지만, 성 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성격 차 지수 순위 156개국 중 일본은 120위, 한국은 102위다. 한참 밑에서 헤매고 있는 곳들이라서 일본의 예 든 한국의 예 든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7장 체제다. 머리말과 맺음말에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전 총리)모리의 무의식적인 편견? 글쎄다. 머리에 박힌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사고까지…. 전형적인 “아저씨” 이른바 꼰대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아마도 기타무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언행이 이럴진대 나머지는 봐서 뭣하겠냐는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무의식적 편견이란
“무의식적인 편견”이란 개념은 미라진R, 바나지와 앤서니G.그린월드의 <마인드 버그>(추수밭, 2014)에서 나온다. 칼라 씨의 일화,
예일대학 영문학과 교수였던 칼라 캐플런의 퀄링이 취미다. 어느 날 부엌에서 오른손바닥을 칼로 깊이 베는 사고가 일어났다. 병원에 가서, 이러다가 퀄링을 못하게 되는가 싶어, 응급의사에게 퀄링을 하는데 괜찮겠나고 묻자, 응급의사는 예, 별로 문제없다고…. 마치 병원에서 자원 봉사하던 학생이 그를 알아본다. 교수님 괜찮으세요라면 그가 예일대학 교수임이 알려지자, 손가락 분야의 전문의가 달려와 몇 시간에 걸쳐 손가락 신경 연결 수술을 했다. 만약 그가 대학교수가 아니라 퀄링하는 부인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처럼 상대의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 대응을 바꾸는 것도 편견이다.
어떤 집단이든 나와 너 우리라고 하지만, ‘왜곡된 믿음’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신감이 넘쳐 자만감을 변하면, 잘못된 믿음도 진리다. 내가 말하는데, 어디 감히, 더구나 세상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성별’편견(미켈라 무르지아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비전코리아, 2022, 이탈리아 사회의 성별편견을 아주 시원하게 까발린다), 여기에 하나 더, 회사에서 직위가 부장이지 밖에 나와서까지 부장인가? 라는 일본 사회, 아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지위와 자신을 구분 못 하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하게 외국 여행을 하면 그리 얌전하게 예, 예하고 친절하지, ~라때 버전,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여성스럽다는 것도 편견,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내가 오늘 누구한테 이런 표현을 했었지…. 아이고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음을 느끼며,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편견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편견의 저울에서 아주 한참은 아니지만, 오른쪽 상향곡선 바로 아래 놓여있음을….
지은이는 주로 여성과 남성, 즉 성별 구분과 그 차별 구조, 언어용어에서의 차별과 ~스러움으로 규정짓는 편 가르기를 유심히 그리고 아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즉 남녀의 역할고정은 근대사회의 부산물일 뿐, 현대사회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고정관념과 또 하나, 정보를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확증 편견’의 함정이다. 우리는 다수결이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역시 입맛대로 민주주의를 해석해서 제멋대로 생각하는 경향성 때문이다. 이 모두, 악의를 가졌거나 의식적으로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자리한 편견이 작동됐을 뿐이다.
모두가 경험한 자기 평가 유지 모델
자기 가치가 위협받는 느낌을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테서는 자기 평가 유지 모델로 이론화했다. 그가 중요요소로 꼽는 것은 비교 상대와 그 일의 수행 정도와 심리적 거리, 그리고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과제의 관련성이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들은 왜, 조금만 생각해보면 빠지지 않았을 함정에 빠진 건가? 사건이 일어난 후에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는 신뢰의 문제다. 통화하자마자 여기 000 경찰서 누구입니다. 라고 말하면 순간 신뢰하게 되고 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디폴트 적 대화라 한다. 여간해서는 빠져나가기 어렵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식인가 싶다.
우리의 안의 무의식적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IAT 검사
아주 유용한 검사인 듯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차와 속도 차의 분석이다. IAT메커니즘은 반대되는 항목을 찾는 것으로 ‘일치 블록’과 반대인 ‘불일치 블록’을 비교한다. 검사는 A, B, 를 40문항을 20초 동안 점검한다. 검사 문항에 답변하는 속도의 차는 의식적으로 차이를 내려 하기에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릿속 연결작용이 불가피하게 자동으로 영향을 준 탓에 나타나는 것으로 스스로 제어하기 어렵다.
검사는 https://implicit.haverd.edu/implicit/korea/ 에서 해보시기를….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년남성 이른바 ‘아저씨’들의 ~라때 타령이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될 일인가, 사회의 중심에서 자신이 밀려났다고, 머물던 지위에서 밀려나고, 은퇴하여 뒷방 늙은이가 됐다고 생각한 순간, 밀려오는 허탈감, 자존감과 자신감의 하락은 누군가를 탓하는 방향으로….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으니, 내 잘못이 아닌 다른 요소들 때문이라고 타박이라도 해야, 여기서 생겨나는 편견들 또한 무의식적인 편견이다.
내 안의 무의식적 편견을 알아차리고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지은이는 일곱 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로, 나와 상대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라(역지사지), 2단계로 자신을 돌아보라(자기성찰), 3단계 대화를 한다. 4단계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생각한다. 5단계 나에게도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6단계 나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7단계 자신의 미래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편견을 극복하는데, 함께 읽어볼 책들이 있다. 외즐렘 제키지<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타인의 사유, 2022)는 ‘커피 타임’을 10여 년 넘게 해왔다. 덴마크 사회의 이민자, 무슬림 소수자로서 편견을 깨기 위해, 혐오하는 이들과 커피 한 잔 할까요라며 말을 건넨다. 무조건 편견을 가진 이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편견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무의식적인 편견이었음을….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다산서당, 2017) 는 앞서 언급한 이들이 제기하는 의문의 바탕에 흐르는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분석, 비판하며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엠케가 본 혐오는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고 적대하는 행위에서, 또 그런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서 사회적으로 공모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편견 대부분은 무의식적 편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7단계를 한번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