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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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심장이식, ‘심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인 관념 혹은 통상의 이미지는 심장이 단지 박동함으로써 체내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에서 마음은 곧 심장을 의미하는 경우가 있을 터이고, 심장이 벌렁벌렁하다, 가슴이 덜컥이란 것 역시나 심장과도 가까운 표현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이런 표현은 심장이 우리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면 그 사람의 정체성도 함께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인가?, 그 사람의 꿈과 희망, 감성까지도? 그래서 그 사람을 닮게 되는 것일까? 라는 꽤 흥미로운 주제로 소설을 엮었다. 지은이 탐신 머레이는 이 소설로 영국로맨스 소설협회의 올해의 로맨스 소설상 최종후보에, 리즈북 어워드, 햄프셔 북 어워드에서 각각 문학상을 받았다.

 

가까운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심장이식을 끈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의 명암이 갈리는데, 그들이 마주할 수 있다면...

 

 

조니와 니브, 

 

조니 웹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은 15살 청소년으로 병원에 머물고 있다. 아이언맨의 심장처럼 인공심장을 달고서, 심장을 이식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며, 그리고 같은 병동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악성 암으로 투병 중인 에밀리 미셸이라는 친구가 있다. 또 다른 주인공 니브 브로디는 조니에게 심장을 준 레오 브로디의 쌍둥이 동생이다. 쌍둥이지만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쌍둥이라는 자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조니 이야기와 니브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이어진다. 

 

조니의 이야기

 

오랜 투병 생활로 자신의 정체성을 갖지 못한 조니가 똑똑하고 뭇사람들로부터 사랑, 또래의 선망이 대상이 됐던 레오에 집착한다. 누구의 심장인 줄은 알아야만 내가 안정할 수 있다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새 삶을 찾을 기회를 가질만한 자격이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레오의 선물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그를 닮으려 한다. 

 

니브의 이야기

 

조니와 같은 나이다. 3분 먼저 태어난 오빠 레오와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니, 주눅 들어 살 수밖에, 뭐든 레오가 1순위다. 멋있지, 공부도 운동도 잘하지, 같은 배 속에서 태어났건만 니브는 튀는 아이는 아니었다. 바닷가로 놀러 가 달리기 시합 끝에 돌무더기를 타고 절벽 끝 정상까지 가보자고…. 오빠 레오가 돌무더기를 타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뇌사다. 니브는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부모는 안타까운 자식의 죽음 앞에 무너지고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 아빠와 엄마, 그리고 니브까지 각자가 슬픔을 서로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니브의 절친 엘렌이 옆에서 함께 해준다. 

오빠 레오의 심장을 받은 조니로부터의 메시지, 그리고 추모식장에 나타난 조니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이야기

 

 

 

둘의 이야기

 

조니는 차마 니브에게 네 오빠의 레오의 심장을 내가 받았노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고, 니브는 그런 조니에게 사랑을 느낀다. 조니는 레오의 심장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가져가 버렸다고….

조니를 향한 에밀리의 사랑 등, 꺼져가는 불꽃이 다행히 생명을 얻게 된 불꽃에 갖는 부러움과 희망, 사랑이 어우러지는 풍경들….

흥미 있는 대목은 문자창에 실린 글을 그대로 창 이미지를 중간에 삽입해두어, 꽤 신선했다.

 

새 심장을 받고 새 삶을 살아가야 할 조니는 막막했다. 내 심장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야만 내가 제대로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니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한순간 어둠에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니브, 

 

오빠의 사고가 있기 전의 나를 모르는 사람, 대화의 많은 부분이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불평…. 사실은 깊은 진심을 나누고 있다. 조나는 나를 많이 웃게 해준다. 선의의 웃음을….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레오 오빠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내가 지닐 수 있었을 듯한 성품의 사람 말이다(192쪽).

 

조니가 니브에게 하고싶은 말, 내 심장은 레오가 준 것이라고...

 

조니는 병실로 찾아온 니브에게 말한다. 내 심장은 레오 것이라고, 니브는 레오 오빠는 이제 없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너의 몸에서 뛰기 시작한 순간 그 심장은 이미 레오 오빠 것이 아니었던 거야….

조니는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레오와 니브 부모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다. 

심장을 준 사람의 정체성도 감성도, 사고도 그 사람을 떠나 누군가에게로 옮겨지는 순간에 그 누군가의 심장이 된다. 다만 생물학적인 반응에 문제가 있을 뿐…. 영혼 따위는 옮아오지 않는다. 

 

 

 

지은이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작가의 말’에 적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 또 이로부터 새 생명을 얻어가는 과정과 이야기들을 엮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죽음 이후, 가족이 겪는 슬픔을 필설로 형용한다는 자체가 이미 진실성이 퇴색된다. 말로 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그대로 남겨두는 게, 서로의 느낌으로, 무언의 그 무엇으로….

눈을 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아마도 4년간의 고민 끝에 한 구절, 한 장 두 장 채워나간 땀과 시간 때문이 아닌가 싶다. 표현과 묘사가 섬세하다. 여운이 남는다. 아주 긴 여운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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