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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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그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 

 

프랑스와 인연이 깊은 황정임 작가가 그 시대‘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는다.

24명의 작가와 사연이 어린 작품의 현장을 따라가며, 떠오르는 작가의 생각들이 4부로 나뉘어 실려있다.

이 책의 제목인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헤밍웨이의 시카고, 킬리만자로, 아바나, 파리를….

 

 

 

 

태양의 저쪽, 파리에서 시카고에 이른 길을 따라간다….

 

작가의 여행길 곳곳에서 헤밍웨이를, 암보셀리는 헤밍웨이가 몇 차례 머물던 곳으로 그이 <킬리만자로의 눈>의 무대였다. 작가는 문학 행사로 멕시코와 쿠바를 방문, 마리나헤밍웨이에 머물면서 쿠바에서 헤밍웨이 행적을 좇는다. 코히마르는 <노인과 바다>의 무대로 아바나에서 조금 떨어진 어촌이다. 그는 이곳에 살면서 어부들과 어울렸고, 십삼 년째 되던 해에 소설을 썼다. 그의 집필실 가운데 책상을 두고, 망원경으로 아바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시내 암보스문도스 호텔 511호와 집필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금은 헤밍웨이 기념관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헤밍웨이의<우리들의 시대에>에 실린 몇몇 단편에서 오크파크와 미시간 북쪽 가족별장이 있던 왈롱 호수의 야생적인 자연과 인디언촌락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헤밍웨이 성소로 알려진 파리 카르디날르무안 거리 74번지, 5구와 6구를 지나다 보면 헤밍웨이 이름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곳은 시카고 오프파크의 집과 자연을 반추하고 소설 속에 되살리는 일을 했던 곳이다. 또한, 이곳 벽에는 ‘파리, 내 청춘의 도시, 우리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내 눈은 작가의 눈에 되어 작가의 걸음을 좇아 나 역시 헤밍웨이와 관련된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또 그의 책을 찾아, 이글에 표현된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읽는다.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여행이다. 

작품탈고의 과정을 산고에 비유하는데, 이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나오기까지 고치고, 지우고, 제목마저 맘에 들지 않아 고치려 했던 과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득, 우리나라 작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면, 늘 다니는 골목길 안에 있는 자그마한 주점, 이 책을 통해 내 상상도 실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 양림동 한구석에 황석영 선생이 기거하면서 썼던 소설, 아마도 장길산이었나 싶다. 그리고 그가 활동하면서 다니던 작은 찻집과 카페도 이렇게 훌륭한 기억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소설로 만나는 후지산, 삼경

 

다자이 오사무의 미사카 고개, 가와구치 호수, 그리고 후지산, 작가의 생활을 소설화한 것이 사소설이다. <후지산 백경>이 그런 류다. 후지산은 일본의 정신, 혼의 상징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설국>과 함께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소설로 꼽힌다. 미사카 고개의 덴카차야(천하 찻집)를 찾은 것은 자살 시도와 아쿠타가와상 수상 실패 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목욕탕 벽에 그려진 페인트 그림(일본의 목욕탕에는 대체로 벽면에 후지산 그림을 그려두는 게 유행이었다)처럼 조악한 대상으로 바라보다, 마지막에 가서는 찬탄의 대상으로 경외감을 느낀다. <후지산의 백경>은 소설로 쓴 예술의 탐구, 미의 여정이다.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가 머물렀던 여관에서 아침에 일어나 후지산을 바라본다. 검붉은 구름의 호위를 받으며 후지산이 위엄스레 솟아 있었다. 

 

 

 

 

글 속에 길게 드리운 여운과 아쉬움

 

이 책에 실린 24명의 작가와 작품의 현장을 찾아, 지은이 황정음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시절, 그곳을 찾아, 당시 작가의 눈에 비친 모습에서 지은이가 느낀 것은 그저 끄덕임 뿐이었을까, 

 

많은 소설 속에서 찾은 이들,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 호메로스의 에게해와 트로이를 찾아 신화의 언덕으로 향하기도 하고, 바르트의 셰르부르와 피레네, 비욘을, 도스토옙스키와 고골, 그리고 이장욱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의 소설 속으로 등, 

또다시 한강과 박솔뫼의 광주로, 순백을 향한 혼의 엘레지를….

 

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상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시 책을 집어 들고 작가 황정임이 길의 따라서 다시 소설을 읽어보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류의 글들은 때로는 설렘을 때로는 소설 읽기의 어려움을 그리고 문학이란 무엇일까, 뼈와 삶을 깎는 고통이 전해져오는가, 소설은 작가의 세계다. 예술이다. 뭔가를 그래서 아주 길게 호흡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황정음의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행간과 그 작품세계가 어떻게 닿아있는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나의 여정이 될 듯하다. 황정음은 소설가 한강의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소설이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만드는 소설이라 했다. 알쏭달쏭한 말이다. 하지만, 몰입할 수 있어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빠져드는 상태가 좋은 소설이라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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