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 마땅히 불편한 말들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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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모이면 포럼, 여성들이 모이면 닭장? 

여성은 과묵=남성은 권위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 이탈리아의 사고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 라는 말은 아주 귀에 익은말이다. 지금도 들리지만, 예전보다 퇴화한 형태다. 여성 혐오의 노골적 표현으로…. 시대변화의 반영 때문일 것이다. 남녀 모두에게 평등한 발언권, 형식적으로야 그렇게들 말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여전히 그렇지 않다. 이 책의 무대는 이탈리아다. 베네토 지역의 옛 속담에는 

“아름답고 조용하며 집에 머무는 여성”(17쪽)이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이란 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 복귀에 가로 놓은 장벽들은 더 높아져 가고….

 

지은이 미켈라 무르지아는 칼럼리스트이자 라디오 프로그램의 패널, 소설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6년 텔레마케터의 현실을 고발한 <세상은 알아야 한다>는 영화로, 2009년에 발표한 소설<아카바도라>, 사르데냐의 전통사회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삶을 그렸는데 이 작품으로 캄피멜로문학상, 몬델로문학상 등 6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 소설<사랑하기 때문에 죽였다는 거짓말>을 발표했다. 이런 경력을 지닌 지은이가 이탈리아 남성 중심세계를 향한 쓴소리가 바로 이 책<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마땅히 불편한 말들이다. 

 

이책은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1장에서 10장까지, 가르쳐들지 말라며 악을 써대는 남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거짓말, Mr. Mrs 사용법, 여성 전문가가 아니라 엄마라는 등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론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찌든 사회, 여성은 어디까지나 제2의 성일 뿐, 기껏 여자지…. 시원스럽고 당찬, 촌철살인이….

 

이탈리아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은 연설이나 발표와 관계없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과묵한 사람들이다.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성 이미지는 과묵함이다.

여성 사회자가 남성 출연자에게 곤혹스러운 질문을 하면, 시끄러운 암탉이 된다. 토크쇼에 여성이 참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여성의 능력과는 별개다. 성별에 따른 불공평한 발언 기회는 수십 년간 이탈리아 시청자들에게 남성은 권위이고, 여성의 생각은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예외적인 것으로 각인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침묵은 미덕이다. 다만, 여성의 침묵만이 그렇다. 남성은 속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밖으로 표출해라….

 

암시적 표현, ‘가르쳐 들지 마라’ ‘여성사회자’ ‘당신이 언제나 옳아’

 

이탈리아 남성들은 여성들이 타당한 근거로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면, 마치 초등학교 교실로 소환된 느낌을 받는다. 남성은 공격적이고 유치하게 반응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믿는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한낮 낮은 지위의 존재일 뿐, 그저 꽃병에 꽂아둔 꽃처럼 늘 조용히, 그리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침묵하고 있을 것을 강요당한다. 

 

여자는 이미 어디에나 있잖아, 라는 새빨간 거짓말

 

‘머지않아 남성 할당제가 필요한 날이 오겠군’이라는 빈정거림 속에, 지은이는 2018년 5월 초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두 종(라 레푸블리카, 코리에레 델라 세라)을 펴놓고 여성 필자의 수를 세어보니 한 명도 없었다. 여성이 각 분야에 진출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성비균형이라는 말은 불균형이란 말과 같다. 여성 정치인들은 ‘의원’으로 불리지 않는다. 이름으로 불린다. 남성만이 의원이라 불릴 뿐이란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엄마는 위대하다! 

 

남성 과학자의 원동력은 ‘과학’이고, 여성 과학자의 원동력은 ‘모성본능’임을 강조하고 싶어 안달하는 남성들, 남성은 이성적 존재, 여성은 관계적 존재로 본다. 남성은 어떤 이유로 일하지만, 여성은 오직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이탈리아 사회에 짙게 깔려있다. 

 

“코로나 타액 검사법, 4명의 엄마 연구원이 개발”이라는 주요 언론의 기사 제목….

2020년 11월 어린이를 대상으로 코로나 19 검사 진단법이 간소화됐는데, 이를 개발한 연구원이 엄마들이었다고….(46쪽)

 

여성에게 원동력이 되지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녀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된다. 즉 마녀가 된다는 말이다. 의학적 전문성 대신에 모성이 자리한다. 

 

남자들이 놀라잖아, 그러다 결혼도 못 해

 

비혼(독신)이라는 망령은 여성이 부당함을 느낄 때가 아닌 갈등 상황에 놓였을 때 불쑥 튀어나온다. 만약 고분고분하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나쁜 년을 되기를 자처한다면, 남성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 정도로 섬뜩한 여성을 원치 않는다. 최악의 불행은 평생 남자 한 번 만나보지 못하고 심장이 메말라 죽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고방식은 이런 것이다. 

 

여성의 가장 큰 적은 여성이다

 

가부장제 질서는 여성들이 힘을 합칠 때보다 각개 약진할 때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확실한 전략은 ‘선택받은 여성’이다. 가부장적 사고를 하는 남성은 성차별을 운운하며 까다롭게 굴지 않을 단 한 명의 여성을 선택해 피라미드 상부, 꼭대기의 바로 아래 지점에 둔다. 즉, 권력을 가진 남성우월주의자가 여성에게 회사에서 대가족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만 이해시키면 된다. 또 환상에 불과한 권력 이양의 또 다른 유형은 ‘미녀 삼총사 모델’이라 부르는 진화된 형태다. 

 

그건 그냥 말뿐이잖아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실수를 되풀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매일 그 실수에서 비롯된 결과와 마주한다. 신체적 폭력, 임금 격차, 젠더 의학의 부재, 가사 노동 격차, 고용 차별을 비롯한 많은 불이익이 존재한다. 모든 것은 언어에서 시작한다. 

언중유골, 말 속에 뼈가 있다. 대화법에서 고 맥락과 저 맥락이 있듯, 사회 바탕에 깔린 가부장적 사고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질서, ‘여성가족부 폐지’ 운운의 논의 배경은 이 책을 보면 충분히 너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제2인자로 선택된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 이는 도구일 뿐이다. 중세에도, 근대에도 그리고 현대에도…. TV 드라마 <트레이서>의 국세청의 2인자인 차장 민소정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 안의 여성을 되짚어 보려면, 이 책은 필독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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