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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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침몰 가족이네!”라며 웃어버린다.

 

지은이는 어릴 적, 공동육아 환경에서 자랐다. 엄마는 있지만, 주변 모두가 가족이다.

‘함께 키우실래요’라는 엄마의 전단에서 시작된 공동육아, 스물두 살에 나를 낳은 엄마, 싱글맘이다. 일하랴 아이 키우랴, 앞길이 막막, 이때, 전단을 만들어 돌렸다.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제안을 했다. 사람들은 희한한 소리를 하네라는 반응이었지만, 한참 후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공동육아를 함께 했던 어른들은 ‘침몰가족’이라 불렀다. 그 주인공이 나, 이 책의 지은이 가노 쓰치다.

 

침몰가족이란 이름의 유래

 

엄마가 돌렸던 전단 “남자는 일 하러 가고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가치관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혼하는 부부도 늘어나고, 가족의 유대도 약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침몰한다”고, 이를 보고 화가 난 어른들이 그럼 우리는 침몰가족이네 라며 웃어버린 것이 침몰가족의 시작이다. 20년도 전이다.

 

지은이는 대학(미디어사회학과) 졸업과제로 지금까지 나를 길러준 침몰가족,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 답을 하나둘씩 찾아 답을 맞혀보고 싶어서 돌보미를 찾아 촬영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영화가 되었다. 관객과의 대화도 100여 차례, 영화로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서 말하려 한다. 핵심은 혈연만이 가족이 아니야…. 라는 말.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잖아. 그래서 불쌍한 거야….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 7장까지는 침몰가족이야기가 쓰치외에 식구가 늘었는데, 전우, 메구와 함께 생활하기, 하치조지마로 전학, 그리고 아버지, 돌보미 이야기가 이어진다. 8장 극장 개봉, 9장 인간해방이다.

 

돌보미를 찾고 느끼고, 마지막으로 어이지는 것은 인간해방의 길임을

 

돌보미를 하나하나씩 찾아다니며, 지은이는 그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듣는 중, 침몰가족에서 자란 것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있겠냐는 물음에 답하려고 했다.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엄마가 2019년 새해에 인간해방이라고 쓴 붓글씨를 떠올리며 새삼느낀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결 기분이 편해진다.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 내 이야기고, 모두의 이야기다.

 

애초에 아이와 어떻게 어울릴 것인가는 혈연관계 가족이나 어린이집 선생님, 침몰가족처럼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공동체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질문이 아니다.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부채질하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는 본래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돌봐야 하는 존재.

 

우연을 긍정해

 

지은이는 침몰가족에서 자란 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침몰가족을 시작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도 우연, 우연을 긍정하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엄마가 공동육아를 생각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우연히 할머니의 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지은이는 생각했다. ‘그거면 되지 않나’라고,

 

아이는 태어날 가정을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는 본래 가엾은 존재다. 부모의 경제 상황이나 직업, 사는 곳, 무엇을 먹을지 아이가 결정할 수 없다.

특별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특별한 어른이 되지 않듯, 새로운 가족 형태는 얼마든지 있다.

 

가족은 혈연관계만이라는 고정관념, 예전 우리 사회는 공동체에서 함께 키웠다.

 

지은이의 ‘침몰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 어느덧, 한국 사회 도시건 농촌이건 조금만 여유토지가 있으면 들어서는 게 아파트다. 물론 생활의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담 넘어 아이 울음소리가, 엄마한테 지청구 듣는 친구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 술 한잔 걸치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동네 아저씨, 까치발을 하면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곳, 바로 마을공동체의 이미지다. 젖동냥해가며 심청이를 키운 심 봉사 이야기, 동네 이집 저집으로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사람들 사이에서 저절로 커가는 아이들….

 

이미, 우리 사회는 침몰가족을 경험했고, 이제 그것이 제 자식에게만 향하고, 제 혈연으로만 향해가는 시대를 사는 것이다. 침몰가족마저 침몰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좀 더 인간 사랑을 그리고 우리 자신부터 스스로 해방하라고, 가족은 함께 사는 것이며, 꼭 혈연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겠냐는 지은이의 주장은 예전에 잃어버렸던 공동체의 삶이다.

입양아를 제 자식이 외로울까 봐 데려왔다는 정인이 입양모, 한집에 살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 귀중한 생명을 수단으로 여기고…. 그래서 그렇기에 우리가 이 책의 적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곱씹어봐야 할 이유다.

 

 

<출판사에서 보낸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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