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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
박은정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2월
평점 :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이 책의 제목이다. 순간, 그렇지 세상에 독이란[毒(土+母)로, 토처럼 생겼으나 의미 불상이고, 어미 모는 여자가 못된 짓을 하나도 못 하게 한다는 뜻이나, 지금의 의미 등을 내포하지 않고 자형을 나타낼 때 쓴다] 이독제독(以毒制毒), 이독공독(以毒攻毒), 즉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는 말이 핵심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재미난 이야기가 실려있어, 흥미롭다.
지은이는 경력단절 여성, 세계 상위 1%의 논문을 쓴 임시직 박사라고 소개됐다는데, 물론, 이후 이렇게 대학에서 독성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햇빛도 때로는 독이라는 문구는 강렬했다. 뭐 내용 속에는 햇빛이 독이란 직접 표현은 없다. 그래서 호주의 강렬한 햇빛은 피부암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아마 이에 관한 이야기일까 했는데, 아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햇빛처럼 지구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독이다. 즉, 세상 모든 게 독이다.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니, 알면 독, 모르면 약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또, 독이란 건강 문제와 직결되는데, 건강이란 뭘까? 우선 세계보건기구(WHO)헌장을 보자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헌법 역시 기본권으로 본다.
이 책이 다룬 내용들
자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독성학을 바탕으로 우리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늘 노출돼있거나, 노출 혹은 피폭(조금은 센 표현이지만)의 가능성을 줄이고, 편리성은 높인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그리고 (반드시까지는 아니지만) 알아야 할 독,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성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1장에서 독성학에 관한 지식의 필요성과 독성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그리고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2장에서는 독성물질 사건사례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미세먼지는 얼마나 위험할까,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코로나 시대 살균, 소독은 독이었다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화학물질들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 뭐 적일수록 가까이 두고 감시하는 게 가장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마무리 4장에서는 안전한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적고 있는데, 개인, 정부의 정책과 노력 거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다한다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여러분은 독 종류를 아시나요. 어떻게 구별될까? <독의 가치 중립>
본질은 독은 가치 중립이라는 것이다. 좋은 것도 자주 하거나 많은 양을 한꺼번에 쓰거나 하면 바로 독이다. 이중적 성질이 아니라, 이독제독,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 말의 의미다. 적정하게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기업은 값싼 원료를 건강에 안전할 정도로 만들려면 비용이 들고, 이게 가격에 반영되면, 시장장악이나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눈을 찔끔 감고, 이 정도면 죽는 일은 없을 거라면 상품으로 내놓지만, 사서 쓰는 사람은 적량이라는 한 숟가락을 넣었더니 생각보다 효과가 덜한 것 같은데라면 두 숟가락, 세 숟가락, 역시 효과가 나타나는구먼, 이래서 오남용, 과용되고, 일상화 일반화가 되면, 우리 모두를 조금씩 죽여가는 독을 쓰는 것과 같다.
독성학에서 독은 일정한 양이 생명체에 유입됐을 때 심각한 손상을 주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물질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3종류의 계통이 있다고 한다. 베놈(영화제목과 같다), 포이즌, 톡신인데, 보통 형사 미스터리물에서 독살, 포이즌이란 단어를 쓴다(미국 드라마에서), 그리고 또 하나 톡신 이것은 싹이 난 감자를 먹고 배가 아프고 하는 증상이 나오는 게 바로 독성물질 때문이다. 베놈은 주로 이걸 가진 동물한테 물려서 생기는 경우 독사한테 물릴 때, 포이즌은 핥거나 흡입, 피부를 통해 독이 흡수될 때, 톡신은 생물체가 생산한 특정 단백질….
그러면 보톡스는 그 연원은 소시지 식중독을 일으킨 세균인 보툴리눔인데 과학의 손길을 거쳐, 주름 제거제로 쓰이게 되었듯이, 독은 독으로…. 치료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독사에게 물렸을 때, 독사의 독으로 그 독을 해독시키는데, 자라라카 독사의 독은 고혈압치료제로, 피그미방울뱀 독은 심정지 치료제, 벌 독은 관절염과 에이즈 치료, 항암제로, 도마뱀 독은 당뇨병환자의 인슐린 분비촉진 주사제로, 커피 속 카페인도 사실은 독이란다. 하지만 각성효과 이뇨 효과를 얻기에 커피를 마신다.
우리 생활, 우리 손길 닿는 모든 곳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가느다란 머리카락 500분의 1이니, 눈에 안 보인다. 의식주안에 함께 하는 이것은 2004년에 처음으로 등장, 아니 알려진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유엔환경계획에서는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지목했다.
편리한 물티슈, 물티슈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여기저기 화장실 변기에 물티슈 버리지 말라는 경고는 종이보다 물에 잘 녹지 않으니 넣지 말라는 뜻 정도로 여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태우면 다이옥신이 나오고, 바다로 흘러가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물고기를 통해 다시 우리 몸으로 들어오니, 그러면 어쩌자고? 쓰지 말자고, 그러면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하는데…. 여기서 행동 원칙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한편 편해진 것들을 다시 불편한 행동이 요구되는 원점으로 되돌리기가 만만치 않다. 기저귀, 생리대 등은 어떨까, 빨아야 한다. 빨랫방망이 대신 세탁기를 돌리겠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세제 또한 이제는 신경 쓰인다. 구성물질도 정량도 확인해야 하는게 귀찮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는지….
이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작은 초미세 플라스틱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심장, 폐 등으로 들어가서 난리를 치다가, 거기서 자리를 잡고 살면 암이 되는 것이다. “모르면 약이요, 알면 병통일세”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미세먼지 역시도 그 안에 들어있는 중금속 등이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오면….
참 세상 살기 힘들겠다는 소리가 나올법하다. 그래도 이런 독성학의 지식, 정보를 알고 있어야만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특히 가습기 살균소독제가 사람을 해치는 독이 된다는 사실 정도는 모두가 알아야 할 상식이듯, 지은이는 조금을 불편하더라도 건강한 생활을 위한 개인의 노력, 정부의 정책과 실행을 위한 노력,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 빨리빨리, 싼걸 살 수밖에 없다. 다들 그러고도 오래 사는 건강하게들 잘 사는 사람도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지 말라고…. 뭔가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다수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면(건강보험 지출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너무 거창한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