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 -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법
켄포 소달지 지음, 원정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 “모든 것은 변한다.”
어떤 사람은 아무런 고난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을 기대하지만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 고통에 직면해야만 즐거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각종 고통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에 무관심하고 무상에 대해 무지하며, 죽음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않아서이다. 사람들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로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하지만 실은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이다. 공과 무상의 이치, 비어있다는 것(공)과 무상(無常)-일정하지 않고 늘 변함-을 알고 마음을 다스리면 삶의 비바람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고통의 근원은 아집이다. 아집이란 자신을 이롭게 하려는 이기심 바로 그 자체다. 남을 위함이 나를 위함이다.
이 내용은 지은이 켄포 소달지가 쓴 머리글의 핵심이다. ‘괴로움을 알아야 인생의 행복이 보인다.’라는 말이다. 이 책의 구성은 9개 장으로 나눠, 어떻게 살아야 고통스럽지 않을까(1장)를 비롯하여 부처님처럼 되기(2장), 무상의 법칙(3장), 역경에 감사하다(4장), 언어수행(5장), 부모가 바로 보살(6장), 생로병사가 모두 즐거울 수 있다(7장), 우리의 삶은 왜 이토록 힘들까(8장) 그리고 마지막 9장은 켄포 소달지와의 대화다. 모두 8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지은이의 경험이나 경전, 속담 등을 소재로 풀어낸다 84개의 글은 하나하나 독립적이어서 우선 관심 있는 표제부터 읽어도 된다...
지은이는 남의 장점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나만의 장점을 찾아보라는 말이다. 공감했던 몇 개의 이야기를 본다….

고통과 즐거움은 모두 마음의 작용
옛말에 ‘마음 맞는 사람과 술을 마시면 천 잔도 적다’라는 말은 절감한다. 여러분도 모두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술은 분위기다.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 죽기 살기로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화학성분인 알코올을 들이붓는 것이다. 자리가 불편하면 한 잔에도 취기가 돌고, 더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또한, 도루묵에 얽힌 이야기 또한 그렇다. 선조가 피란길에 생전 처음 묵이란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아 은어라 부르라 했다. 후일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먹게 됐는데 전혀 맛이 없었다. 그래서 도로 묵이라 불러라 했다는 말이 있다. 시장이 반찬이기에…. 이처럼 고통과 즐거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달라짐을 말한다….
아마도 원효와 의상의 일화도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한밤중에 목말랐을 때 마신 해골바가지의 물이 그리 맛있더니, 날이 밝은 뒤에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었음을 알고….
이렇듯 아무런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일 때의 환경에 따라 맛과 느낌이 달라지듯 고통과 즐거움도 다 마음의 작용이라는 말이다.

받은 은혜는 영원히 잊지 말고, 베푼 은혜는 잊어버리라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대승불교는 은혜를 갚은 것만 중시하고 원수를 갚는 것은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힘들더라도 원수는 최대한 용서하고 은혜는 최대한 갚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다. 왜 그럴까? 사람이라 그렇다. 화장실 갈 때와 갔다 와서 태도가 돌변하더라도 그러려니 하란 말이다. 지은이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했다 “용서란, 제비꽃을 짓밟고 지나간 발의 뒤꿈치에 그 꽃이 퍼뜨리는 향기와 같다.”라고…. 대승불교는 원수에게 앙갚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그에게 은혜를 베풀 것을 권한다.
고난은 우리에게 재산이 될까, 굴욕이 될까
고난과 싸워서 이기면 재산이요 지면 굴욕이다. 지은이가 말하기를 인생에는 약간의 고난이 있어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잠재력과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굳센 사람은 고난을 전진하는 동력을 바꿔 성공에 도움이 되게 한다. 조금의 고난도 없는 편안하고 나태한 삶은 마치 아무 짐도 싣지 않은 바다 위의 빈 배와 같아서 세찬 바람과 큰 파도를 만나면 쉽게 뒤집힌다고….
말해야 할 때를 아는 것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 말의 신중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어떤 이들은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종일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이도 별로 좋은 건 아니다.
떠보지 말고, 정직하고 진솔한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숨김없이 말하라…. 그런데 정말 그러냐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꼭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비밀이야 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이런 말 자체가 널리 퍼뜨려 달라는 말과 같다. 사람은 비밀을 못 참는다.
묵자를 인용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스승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어떤 이로움이 있습니까”
묵자가 대답하기를, “두꺼비나 개구리를 보라 밤낮으로 입이 아프도록 쉴 새 없이 울어 대지만 누가 들어주기나 하던가. 그런데 수탉을 보라, 새벽 제시간에 천하를 진동시켜 사람을 깨워 주지 않는가,
말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적절할 때 할 말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무튼, 요즘에도 이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이들이 별로 없어 맨날 화근이다.

부모를 존중하고 생활 속의 문제를 상의하라
일부 부모는 공부를 많이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로 많은 역경을 헤치고 나왔기에 세상 살아가는 방법과 이치를 자식보다 훨씬 잘 안다. 그것은 어설프게 아는 지식보다 더 가치가 있다. 이 또한 참으로 버릴 것이 없다.
위에서 봤듯이 지은이가 이 책에 실어둔 84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살이 되고 뼈가 될만한 것들이다. 2~3쪽 분량으로 우리가 아는 우화나 속담, 그리고 어디서 들어본 듯한 것들이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매일 이야기 하나씩 읽어나가면 내 안에 있는 또 나와의 소통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적어도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