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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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과학

 

밑바닥 약물 중독자였던 뇌 과학자가 밝히는 중독의 모든 것

 

지은이 주디스 그리셀은 밑바닥 약물 중독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자신의 의지로 이른바 마약을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했었는데, 마음과 달리 중독이 되면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게 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의지 자체가 무력화돼버리는 것이다. 

지은이는 다행스럽게도 자신은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하지만 모두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없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중독의 메커니즘과 어떻게 헤어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었던 부류들,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등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도 하며, 적어도 자신의 상식선을 지나치게 넘어선 적이 없었고 주변에서도 사실상 아는 모든 사람이 이런 물질을 사용했는데, 왜 나만 중독에 빠지게 됐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

 

 

첫째는 중독의 생물학적(유전적) 기질, 태어나면서부터 물려받은 기질의 영향이다. 이는 개인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증된 시기는 20세기 중반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중독이 집안 내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288쪽). 그리고 둘째, 다량의 약물에 대한 노출, 셋째,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접촉 경험이며, 넷째는 촉발성 환경, 다섯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다. 즉, 한 인간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 지금, 여기, 이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라는 것이다. 이 중 어느 것이나 역치, 즉 임계치(극한)에 달하면 본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게 돼, 내성, 의존, 갈망 등 중독의 3가지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중독에 빠진 이들은 모두 나약한가?, 모두 이기적인가? 집요하고 충동적인 성격일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강한 용기와 의지력을 발휘하는 사람일까? 이 모두가 정답이다. 

 

지은이는 중독자라는 낙인 또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라 본다. 중독자들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들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에는 다양한 배경이 존재하며, 이는 나약함이 될 수도, 용기일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21세기에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은 머나먼 과거나 미래에는 오히려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규칙을 잘 따르고 그러는 가운데 소량의 술만 마시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해한다. 하나 이러한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만들려고 해도 안 된다. 특히 남들이 선호하는 절제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한 수단이나 의학적 개입, 그 밖의 침습적 방법뿐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중독의 원인은 뇌 밖에도 있다. 

 

 

최신 신경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은 모든 신경 활동이 맥락 의존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은 전부 신경 화학적인 뇌 활동의 산물인데도 이 활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뇌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뇌는 우리의 사고, 감정, 행동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지만, 이들은 뇌 내부 구조물과 외부의 요인들의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어떤 형태든 절망감은 타락 행위를 낳는다. 건실한 시민과 타락한 범죄자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며, 그중 상당수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사회심리학이 증명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그가 현재 속한 환경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선택할 수는 있는 폭을 대폭 제한한다. 

 

 

 

중독 극복을 위하여 

 

 

지은이는 말한다.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 발달했다 하더라도 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고, 따라서 중독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나 그 치료방법 등 역시, 밝혀진 것 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고, 

 

인간의 뇌는 은하계의 별만큼이나 많은 1000억 개가량의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시냅스가 이 세포들이 상호작용 통로가 된다. 이들 시스템은 우리가 연결성, 의사소통, 감각, 시나 음악, 춤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자연계와 쌓은 경험, 그리고 다양한 개념들의 이해와 그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학습할 수 있게 설계됐다. 중독의 하강 나선을 저지하고자 할 때 관심을 둬야 할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약물요법보다 훨씬 더 치료의 핵심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독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미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 중독으로부터 탈출을 외면,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 즉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 불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의 원인은 현대 사회의 고독,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경제적 사회적 부와 지위 향상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며, 과학기술발달이 더해져, 약물 또한 다양화됐다. 결국 ‘인간의 의지’, 인간관계, 공동체, 함께하는 사회 등 사회문화적 요소가 중독환경을 완화해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약물보다는 감정, 의사소통, 관계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치료의 핵심에 가깝다고…. 약물에 손대는 이유를 만들고, 이를 증폭시키는 환경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이러한 인문학적, 사회학적 접근방법은 중독을 직접 경험하고, 그 나락에 떨어져 밑바닥을 경험했고, 거기서 자신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던 그 기억들이 중독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방을 더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오고 그 울림 또한 크다.

이 책에도 많은 사례가 실려있다. 딱딱한 뇌 과학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중독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해결방안을 찾고 실천해야 할 것인지,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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