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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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의 세상, 왜곡된 진실이 진실인 사회, 오늘날 우리 사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주인공 윈스턴이 사는 오세아니아 지구, 거기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에어스트립 원의 중심도시 런던, 그가 사는 맨션 현관으로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커다란 포스터의 얼굴, 빅브라더...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능력이라는 구호, 마치, 멸공 통일이란 구호가 온 사방에 전봇대마다 붙어있던 한국의 70년대를 생각나게 한다. 승공, 멸공처럼 전쟁해야 평화를 찾고,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야말로 힘이다. 라는 생각을 모두에게….

 

빅브라더를 타도하자고 노트에 쓰던 윈스턴, 그는 오세아니아의 진실부에서 근무한다. 진실부는 문체부와 교육부를 묶어 놓은 것이고, 평화부는 전쟁, 군대다. 다정부는 사법, 복지부는 경제를,

윈스턴은 노트를 샀다. 일기를 써보려고, 이 세계에서 일기를 쓰면 불법, 아니 법이 없으니, 불법이고 합법이고를 논할 기준이 없다. 아무튼, 일기 쓰다 걸리면 강제노동수용소 25년,

 

 

헤이트, 세뇌, 생각이란 것

 

 

또 이 세상에는 헤이트 2분간 누군가를 증오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민중의 적 엠마누엘 골드스타인, 그의 얼굴이 사무실 끝에 있는 텔레스크린에 비친다. 변절자요 배교자인 골드스타인은 오래전에 당 지도자의 일원으로 거의 빅브라더와 같은 지위였지만 반혁명 활동에 참여하고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사람들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췄다. 증오의 대상이요,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당에 대한 모든 범죄, 배신행위, 방해 공작, 이단적 주장, 일탈 행동들은 모두 그의 가르침에서 파생됐다. 사상경찰이 요소요소에 숨어 모두를 지켜본다. 윈스턴 그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이란, 제 맘이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는 순간 범죄다. 윈스턴은 인류 유산을 지키는 일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여긴다. 당이 내린 명령은 눈과 귀로 얻은 증거를 다 무시하라고 한다. 당이 내린 핵심명령이다. 2+2=4가 아니라 5라도 명령이면 진실이다.

 

 

윈스턴은 모든 것을 관통하는 아래와 같은 글을 쓴다.

 

 

미래에게, 또는 과거에게. 생각이 자유로운 시대에게,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고 외롭게 살지 않는 시대에게, 그리고 진실이 존재하고 한 번 일어난 일이 없었던 일로 되지 않는 시대에게, 획일적인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 빅 브라더의 시대,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인사를 보낸다.!. (45쪽)

 

 

조지 오웰 아니 에릭 아서 블레어가 47살에 폐결핵으로 죽기 전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 쓴 소설 ‘1984’의 핵심이다.

 

 

이 책의 부록이라 표시된 신조어는 부록이 아닌 듯하다. APPENDIX, 보유(補遺)다, 즉 가지고 있다. 아무튼, 재밌는 부분이다. 오웰의 상상력과 언어에 관한 지식을 쏟아부은 듯, 영국 사회주의(INGSOC)의 이념적 필요에 따라 고안된 언어다. 2050년에는 영어를 대체하고 전면적으로 사용될 언어다. 1984가 다른 소설과 전혀 다른 영역이랄까, 구분되는 점이다. 언어철학까지…. 예를 들어보자 이중의미가 있는 단어는 쓸 수 없다. “자유로운”은 신어지만 단지 이 개는 이(蝨)가 없다. 즉 이의 공격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예전의 의미인 정치적 자유나, 지적 자유란 의미는 개념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그렇지만 전부 괜찮았다, 투쟁은 끝났다. 그는 자기 자신에 승리했던 것이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473쪽).

 

빅브라더를 죽이고 싶다던 윈스턴이 왜 마지막에 빅브라더를 사랑했다고 오웰은 썼을까? 반어법?, 주인공 윈스턴에게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은이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신조어, 그리고 언어의 힘, 언어란 무엇인가?

 

 

이 책에 등장하는 “이중사고”라는 점, 언어라는 게 무엇인지, 일제 강점기, 조선어 말살정책과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상상 속의 오세아니아는 스탈린의 빗댄 동물농장의 연장선인가, 인민 통제, 절대적 사고, 세뇌, 끊임없는 사상검증과 감시, 체제 유지, 이를 위한 신조어 정책, 딱히 뭐라 표현하기는 모호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언어정책 너머로 신조어가 보인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 사유하는 도구다. 말 속에 공통된 요소가 있고, 개념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사상을 공유하고 소통을 한다. 아무리 통제의 고삐를 틀어쥐었더라도 마지막 완결 구조는 같은 생각이 같아지게 하는 것, 이중사고나 이중의 의미를 지닌 언어는 결국, 사유하게 하고, 완벽, 완전통제의 틈이 생기게 하는 독이란 생각이 든다.

 

1984는 세계적으로 수천만 부가 팔린 책이다. 언어권에 따라(65개 언어) 해석되었고,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각각의 언어로 본 1984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밀려온다.

 

조지 오웰은 인도 벵골의 하층 관리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명문 학교에 다니다 중퇴하고 버마(미얀마)의 경찰 부지휘관으로, 인도에서도 근무하면서 영국의 식민지에서 현지민들을 부리고 탄압하는 일을(식민지악)…. 방랑 마치 김삿갓처럼…. 파리와 영국에서 노숙자와 함께 지내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쓰기도 하고, BBC, 트리뷴지 편집장…. 스페인 내전 참가,

 

 

그의 글은 주로 당대의 문제였던 계급의식을 풍자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였으며, 또한 작가로서 정치적 글쓰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의 반파시스트 의식은 사회주의자로 활동하게 하였으며 스페인 내전에서 스탈리니즘의 본질을 간파하고 비판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소설에서 현대사회의 바닥에 깔린 악몽과 같은 전체주의의 풍토를 유머와 풍자로….

 

 

1984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 책이 나오기 전, 3명의 번역자가 각각의 감각으로 번역을 했다. 이정서의 번역본(새움, 2020)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빅브라더 보다, 부록<신조어>가 재밌다. 언어란 무엇인가, 사람의 사고방식, 가치, 체계, 사유의 세계까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어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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