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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살인의 예술
19세기 말에 태어난 레이먼드 챈들러, 40대에 들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 30년대 말, 40년대 초, 50년대 말, 60대 중반의 나이에 그의 소설 속 탐정 필립 말로의 이야기 시리즈의 중 후기 걸작으로 평가받는 <기나긴 이별>로 66세의 나이에 ‘에드거 상’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엮어나가는 게, 읽기 편하다.
이 책은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5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이름이 제각각인 사립 탐정, 사건의 무대는 호텔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첫 번째 소설 황금 옷을 입은 왕, 밴드의 리더 라틴계의 레오파디 성격이 거칠다. 여자라면 사족을…. 아마도 40~50년대 미국의 도시 문화를 느끼게 하는 환경묘사가 간결하면서도 분위기를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립 탐정 스티브, 당시에도 초보 탐정은 생활이 어려웠나 보다. 호텔 야간경비를 서다가 이 사건과 조우, 조지라는 인물과 그의 형, 그리고 수상한 여인들, 조지는 그의 여동생이 레오파디와의 남녀 관계 속에서 뭔가 어그러져 결국에는 그 호텔 방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여동생 복수를 위해 형제는 움직였던 것인데, 이들의 행동에서 실마리를 찾아 나아서는 스티브, 결국, 조지를 형을 죽이기도, 자신도 죽음을 택했다.
세 번째 소설, 사라진 진주목걸이는 어디로 갔을까, 마치 삼총사에서 왕비가 선물로 받은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이를 되찾기 위해서 나서는 달타냥과 3총사들처럼,
다 번째 소설 시라노 클럽 총격사건, 피날레….
그건 내가 가진 돈은 더러운 거야. 우리 아버지는 하수구 공사와 도로포장, 도박 허가, 개발보상금 편취, 심지어는 악덕 업체를 위해 온갖 부패한 일을 도맡아 왔어. 도시에서 정치를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다 했지, 그리고 일이 어그러지자 아무것도 해결 못 하고 지켜보다 죽었지, 그 돈을 내가 전부 물려받게 됐지, 그 돈을 가졌어도 나는 재미있게 살지 못해. 그렇게 살고 싶지만 절대 그렇게 안 되더라고. 왜냐하면 내가 마커스 카마디의 아들이고, 그의 핏줄을 물려받아, 이 시궁창 같은 더러운 곳에서 자랐기 때문이야….
이 대목은 50년대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부흥기, 30년대 대공황을 지나, 팍스 아메리카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발붐, 밀려 나가는 힘없는 이들의 모습이….
고전소설의 재미는 이렇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즐겁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묘사되는 정치, 경제, 인간군상의 사고와 문화들…. 추리소설에 더해, 시대상을 엿볼 수 있음 또한 보너스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