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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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조 레오네- 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이른바 이탈리아판(유럽판) 미국 서부극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도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정하게 활동하는 <황야에 무법자> 클린트 이스트우드(배우 겸 감독)와 레오네(젊었던 시절 이스트우드처럼 매끈한 몸매였음을 알아달라는 뜻일까, 아무튼 영화는 자화상이기도 하니까),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

 

 

아나키스트 레오네-반대되는 경향의 공존(동전의 양면처럼), 혼성화, 레오네 영화의 독특성

 

 

서부극, 영원한 인기스타 존 웨인이 떠오른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미국의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한 정통 서부극과는 다른 유럽식 서부극. 종종 마카로니웨스턴이라고 한다. 1920년대에 발전한 고전 서부극은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서부 개척 시대를 백인의 문명 건설이라는 관점에 접근하기에 자연/ 문명, 인디언/백인, 무법(야만)/공동체의 수호라는 이분법적 가치를 갖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자극도 시들해져, 1940년대 후반부터 문명과 공존할 수 없는 서부 사나이의 심리를 다룬 서부극이 등장 50년대 프레드 지네먼의 <하이눈〉, 하워드 혹스〈리오 브라보〉가, 그리고 또 한 번의 변화 60년대 존스터지스)의〈황야의 7인〉에서 주인공들은 고전적인 서부극과 달리 일종의 무법자에 가깝고 과다한 폭력을 행사한다.

 

레오네의 작품〈황야의 무법자〉〈석양의 무법자〉 등장, 서부극의 부활, 또 그는 1968년 〈옛날 옛적 서부에서〉를 통해 미국의 대표적인 배우였던 헨리 폰다를 어둡고 야비한 살인자로 만들어내면서…. 마카로니 스타일의 흐름을 만든다. 이 시기는 베트남 반대운동과 히피 운동 등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의 물결과 맥을 같이하면서 신비스럽고 영웅적으로 포장된 고전적 서부극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성찰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은이의 재미난 해설



이 책의 지은이 박홍규 선생은 진보적인 노동법학자이면서 인문학 세계의 기초소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중요한 외국 서책들을 번역 한국 사회에 소개 온 특이한 이력을 지녔으며, 이의 실천을 위해 법학부에서 교양학부로 옮겨서 강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지식인이다. 또, 번역에 관한 입론, 이른바 올바른 사고라 할까,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1978(년)”(교보문고, 2007) 책 머리에 90여 쪽이 되는 번역에 관한 그의 생각을 실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이 레오네를 쓴 이유는 뭘까, ‘황야의 무법자’라는 캐릭터를 만든 레오네를 사랑하기에, 그의 평전이자 레오네에 대한 러브스토리라 한다.

 

앞부분에 재미난 대목이 있다.'<황야의 무법자>라는 원제가 한 줌의 돈인데 왜 황야의 무법자가 됐나? 하고 추론을 한다. 60년 당시, 군사정권 아래 있기에 무법자를 찬양하는 것처럼 제목을 붙이는 일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폭력이 유치 찬란한 군사문화와 나름대로 잘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겉으로는 질서 운운하지만, 속으로는 무질서를 좋아한 탓일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또 한 편<석양의 무법자>도 더 많은 돈을 이라는 원제가 왜 무법자로, 석양에…. 한국과 일본은 석양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지는 태양인가?, 무법자?,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란 영화도 실은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온 것이고, 일본에서는 <석양의 건맨>으로…. 이런 웃기는 일이 있었다니….

 

 

박홍규 선생은 70을 바라보는 아니 7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읽고 쓰고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선생이 쓴 영화 관련 책? 혹시 동명이인인가 생각했다. 인문적 소양의 폭과 깊이, 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천착…. 아마도 그래서 레오네가 꽤 중요한 인물인가 보다 지레짐작했다. 뭐 마카로니 웨스틴이니 스파게티 웨스틴이니 하는 장르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레오네 평가는 뭔가 이상하다. 그는 현대 이탈리아를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가로 로셀리니, 안토니오니, 비스콘티, 데 시카를 제외하면 레오네가 가장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레오네의 생각이 지은이의 맘에 들지 않았나 싶다. 이탈리아에서 웬 서부극? 레오네의 서부극은 세계 모든 곳에서 보는 대중영화이고 현대에 속하지만, 이탈리아 영화는 이탈리아의 것일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영화 속에서 답은 이렇다. 만들어 낸 인물들은 부르주아 로마인이 아닌 다양한 인종들로 그들은 성인을 위한 동화의 주인공들로 나왔다.

 

 

미국을 동경의 땅이 아닌 더러운 땅, 지저분 곳으로 본 레오네.

 

 

이탈리아에서 미국을 가보지도 않고 미국 서부영화를 만들었다고?, 드라마 ‘대장금’ 주연 이영애는 맛을 볼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이때, 한 상궁이 장금에게 한 말, 맛은 입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 임금 앞으로 올라온 고래고기를 부위별 재료를 가지고 훌륭하게 요리를 해낸다. 이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아니다. 지은이 박홍규 선생이 레오네를 높이 치는 이유는, 오락물이 아닌 작가영화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정치적 사상을 담아낸 감독이었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이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뭐 미국을 비판했나, 아니면 뭐지, 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불과 7편의 영화밖에 만들지 않았는데. 7편의 영화의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를 지은이는 눈여겨봤다. 레오네가 조감독을 참여했던 영화들은 이름만 들어도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영화들이다. 주다 벤허…. 경기장에서 멧살라와 마차경주를 담당했던 조감독이 바로 레오네였다. 감독했던 영화는 7편이지만, 실은 많은 조감독 경험 속에서 체득한 그 만의 표현이 발현됐기에 그런 평가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아나키스트 찰리 채플린<모던 시대>를 비롯하여, 그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었던 이들, 또 함께 작업했던 이들과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많은 영화제목과 서부극의 대명사 존 웨인, 그리고 이스트우드와 유명 여배우들, 미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 남자 주인공은 미국, 여자주인공은 영국, 그리고 똘만이나 엑스트라는 이탈리아인…. 이런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들,

 

 

지은이의 감칠맛 나는 양념이 곁들어진 영화와 그 무대 뒤의 이야기들, 영화와 정치학에 관한 것들, 가볍게 읽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화와 정치, 그 시대 상황 속에서 영화란 어떤 도구였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 또 무엇보다도 영화 속에 담긴 기호들, 표상들에 대한 작은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비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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