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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 자식교육, 부모 노릇만큼 늘 불안하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
이름 대도 다 아는 요새 큰일을 해 보겠노라며 돌아다는 이의 아들의 도박, 상습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딱,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 걸렸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니 어쩔 도리는 없겠지만, 이 대목에서 지은이 이근후 선생의 말 "육아의 목적은 아이의 홀로서기입니다" 이, 참 큰 울림이 있다.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이 책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이다. 이 책의 제목 선정에 한 표를 던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내가 지지했던 제목을 달고 출간돼 기쁘다.
지은이 이근후 선생은 정신과 전문의로 50여 년간 마음의 병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함께 했고, 정신병동(폐쇄병동에서 개방병동으로)에 관한 생각을 바꾼 바 있다. 30여 년을 해마다 네팔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퇴임 후에는 가족아카데미아를 열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등을 하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 두었던 2남 2녀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이 책에 담아놓았다.
제아무리 환자의 정신과 마음을 헤아리고 평온하게 해주려는 노력과 자식 돌봄은 또 다른 영역인 듯싶다.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살펴보세요.
노학자는 담담하게, 세상의 부모들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의 괜찮은 부모”라고, 자식이 잘되고 못되고는 당신의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는 법, 당신은 부모이지 “신”이 아니라고…. 자신의 책에 수많은 임상경험과 남의 이야기를 쓰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틀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자식을 키워 본 아버지로서, 또 남편으로, 때로는 할아버지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의사로서 자신의 경험 속에서 바라보는 이야기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와 관계를(1장), 부모만 모르는 내 아이의 속이 궁금할 때(2장), 그리고 내 자식을 세상과 어울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3장), 큰소리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4장)은 통해서 생애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교육학을 이야기로 풀어놓은 듯하다.
아마도 1장의 내용을 담은 책들은 차고 넘친다. 애착과 탈착,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 생후 1년 동안의 접촉은 매우 중요하다는 등의 이야기가(특히 워킹맘들에게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참 고민스럽다)…. 그렇지만 이근후 선생이 하는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둘 필요가 있다. 아니 들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생뚱맞지만 대치인문학 독서 모임의 엄마들이 쓴 책 “대치동에 가면 니 새끼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이화북스,2021)에서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로 부모의 허영기를 만족시켜주는 도구, 대상화시키는 부모들 제 자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고 미래의 꿈과 희망을 잠자코 들어주는 부모들이 돼야지. 되먹지 않게 애들을 팔아서 대리만족…. 허영기를 채우는 그런 짓은 이제 그만이라는 조용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대치동 엄마들의 반란.
결은 다르지만, 이근후 선생이 말씀하신 내용과 같은 맥락의 것들이 많이 담겨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아이는 아빠의 등을 보면서 큰다고 했던가, 선생은 “척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라고 말한다. 사랑을 먼저 채워야 하며, 아이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누군가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아이로 키우라고….
특히 4장의 내용은 부모 교육론이다. 이 대목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공부가 지상의 과제인 그리고 가치의 척도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다. 아이에게 꿈꾸기를 강요하지 말아라.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얘가 꿈이 없어, 어떻게…. 남의 자식들은 꿈 타령으로 부모들이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같이 않나….
성장에도 취향에도 다 개인차가 있다. 제발 비교 좀 하지 마라. 학교 공부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여, 공부의 이유는 시험이 아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그래야 내가 뭘 원하고 또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그저 자식을 믿고 조용히 지켜보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면 안 될까?
지은이는 중요한 한 가지를, ‘돈’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갖게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말을 물가까지는 데려갈 수 있지만 물을 먹고 안 먹고는 오롯이 말의 자유이듯, ‘돈’ 공부가 중요하다. 즉, 아이의 특성에 맞춘 경제교육을 말한다. 흥청망청 무분별의 돈 씀은 돈 공부가 안됐기 때문이다. 돈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은 자라면서 돈 돈 돈 하는 부모, 세상 모든 가치의 척도는 ‘돈’이라는 생각이 굳어지면…. 좀 그렇지 않나?
육아의 목적에 관해서도 소중한 말을 적어두고 있는 곳 바로 ”육아의 목적은 아이의 홀로서기“ 동물의 왕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홀로 독립해서 살아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험악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홀로서기는 필수다. 아이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때로는 단호하게….
이 책은 읽는 동안 동의도 수긍도 해 보지만, 정작, 나는 어떻게 했지,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책의 또 하나의 효용, 바로 자기반성을 조심스레 조언한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조금은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자신의 처지를 더 알고 싶다면 여러 차례 이 책의 이야기들을 곱씹어 볼 일이다.
아이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가장 좋아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