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악마 이삭줍기 환상문학 5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림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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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악마’ 는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들

 

악마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가톨릭에 대한 도전에 대한 응전의 수단 혹은 도구로 사용, 특히 ‘마녀’라는 낙인이 찍히면 때에 따라서는 10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도 했다는 말도 있다.

 

마녀라는 상징, 프레임에 대해, 재밌는 견해를 내놓은 어느 역사학자 (키스 토마스)는 흉작이나 전염병 등이 돌면, 마을 사람이 이웃을 어떻게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을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림으로써 자신이 용서받았다. 편안해졌다는 등의 행동에서, 또 재난 상황과 환경 속에서 쌓였던 갈등을 해소 도구로 “마녀사냥”을(모나 숄레 “마녀” 마음서재 2021).

 

마치 조선 시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왕이 부덕하고, 죄를 지어서 그런 거라고 몰아가듯, 집단 내 갈등,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이른바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폭정이나 억압에 항거하려는 움직임의 배후에는 악의 책동과 마녀의 술수가 있어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들이 어우러져 나온 “샐러드 볼”, “비빔밥”이다

중, 근대에만 악마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당시 ‘마녀’란 키워드가 ‘악마’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공포의 서사’와 문학….

 

 

이 책은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악마는 고대 그리스나 오리엔트에서 수입된 개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무렵, 악마는 탈신비화, 어떤 권능도 없는 불구의 악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문학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가톨릭 교리를 정점으로 하는 중세적 가치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합리적 회의 정신은 18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역설적으로 이성의 절대성에 대한 회의로, 그 한계를 부각시키는 사상의 조류를 낳았다.

 

 

 

 

이야기의 시말

 

알바로는 지식욕에 넘치는 스페인 혈도의 젊은 귀족 청년 장교, 호기심이 그의 가장 강렬한 열정이며 아무런 선입관 없이 오직 경험을 통해 진위를 가리고자 하는 회의주의자이자 경험주의자다. 알바로는 선배 동료 소베라노를 통해 얻고자 한 지식은 이성적 한계를 넘어선 상상계의 마술적 지식이었다.

 

포르티치 폐허의 동굴로 데려가는 이가 바로 소베라노다, 소베라노가 알려준 주문으로서는 절대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악마가 등장하는 순간, 케 부오이?(뭘 원하냐), 이때의 분위기는(78~80쪽) 요정이었던 비욘데타가 그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소베라노는 알바로에게 값비싼 대가를 치를 거라고 말한다…. 그 값비싼 대가는 그가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어머니에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것들을 털어놓고, 어머니는 살라망카 대학의 대학자 케브라쿠에르노스를 부른다. 그의 결론은 간단하다. 악마에게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알바로에게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쌓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한 여성과 합적인 관계를 맺으라고, 그리고 결합하게 될 여성이 천상의 매력과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녀를 악마로 취급하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말을 한다.

 

 

 

 

 

사랑에 빠진 악마, 비욘데타,

 

알바로가 비온데타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유혹과 이에 대한 그의 저항,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끌리는 욕망, 묘한 긴장 관계가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도 그 회의 때문이다. 자객에 칼에 맞은 비욘데타, 그녀의 정체에 의심을 품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 속에 내뱉는 독백, “가능한 것은 어디에 있으며, 불가능한 것은 또 어디에 있는가…? (82쪽), 실제와 비실제, 가능, 불가능 사이의 경계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는 상념은 그녀의 정체에 대한 자신의 의심에 다시 회의를….

 

이 소설은 이중적이다. 대학자 케브라쿠에르노스는 악마의 존재성을 인정한다. 비욘데타는 악마의 화신이 아니라 실체 없는 매력적인 유령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알바로의 모험담은 그가 겪었던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사실은 모두 상상이 지어낸 허구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이성의 합리적 영역에 편입될 수 없는 상상계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현실의 악마들 시대의 인간들이 서로를 타락시키기 위해 서로 사용하고 있는 계략들을 말하고 있다.

 

 

 

 

알바로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공기요정 비욘데타가 여성의 모습으로 그에 다가오고, 그와의 사랑은 반드시 육체적으로 결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그녀의 논리, 어머니를 존경하는 것은 인간의 본연에 속하지만, 사랑하는 두 마음의 결합은 당사자의 의지에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 육체나 물질의 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당시의 유물론적 가치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자크 카조트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간에 이후 문학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들….

연애와 사랑에 대한 유혹과 절제, 그리고 당사자의 순수의지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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