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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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내 행복의 상징

 

 

17년 전에 나온 소설과 그 개정판의 옮긴 이 김난주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한다. 그렇다면 절망은 과연 무엇일까요. 무엇이기에 사람을 죽음의 심연에 빠뜨리는 것일까 라고 말한다. <웨하스 의자>에서 절망은 곧 사랑이라고, 사랑이 절망이기에 사랑을 하는 사람은 죽음에 이른다고.….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다 인간은 원래 자기 자신이 될 사명을 가진 자기로서 창조돼 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결정적인 의식(자기 인식)이 늘수록 절망도 강해진다. 그는 절망을 이차적으로 봤다. 틀림없이 절망은 병이며,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러나 이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은 동물 이상이기에 절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병으로부터 치유되는 것은 기독교인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이 병에 걸려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도 모두 불행한 것….

 

<웨하스 의자>는 보고만 있어야 하는 대상물인가, 손을 대면 바스러지고, 앉을 수도 없고, 이 책 주인공 나, 나에게 웨하스 의자는 행복의 상징이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당연히 의자이지만 절대 앉을 수 없다(73쪽).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게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것처럼 허망한 것이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 그곳에서, 그저 운동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한다. (77쪽)

 

나와 애인 사이, 어쩌면 내 행복의 상징인 ‘웨하스 의자’ 눈앞에 있지만 절대 앉을 수 없다. 요즘 문득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애인과 살려 하면 갇히고 만다.

 

 

애인 없는 인생이란 절망이다. 그 절망에서 벗어나려는 몸짓들….

 

이 소설의 끝, 죽음의 상태에서 돌아온 그를 바라보는 애인의 따뜻한 눈길…. 그는 애인에게 말한다. “잘 들어. 나는 죽으려고 했던 게 아니야. 그냥 죽어가고 있지. 병원에 가도, 당신을 만나도, 이렇게 식사를 해도, 그건 변함없어, 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고, 그건 슬픈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고, 믿어.”

 

이 소설은 절망과 사랑의 경계선, 있는 그대로….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애인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미 세상의 가치는 문제 되지 않는다.

홍차 잔에 곁들여진 각설탕이 홍차 없이는 의미를 갖지 못하듯, 애인 없는 자신의 삶은 무의미하기에 절망한 여자,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만, 애인이 없는 상태의 자신은 이미 자기 자신이 아니기에 결국은 애인을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되는 여자, 이런 여자에게 사랑은 곧 절망이다.

그가 어른이기를 주장하고, 절망을 벗어던지려 할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애인과 헤어짐, 이 헤어짐은 곧 그녀의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은 갇힌 상태의 사랑이 아니라 열린 상태, 자립한 어른으로서 사랑…. 아마도 통과의식이 아닐까,

 

옮긴이 김난주의 개정판 옮긴이의 말 “웨하스라는 무르디무른 과자의 이미지처럼 허망함이나 가련함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마저 품고 자기를 긍정하는 강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끊임없이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사회의 시선도 넘어서서…. (246쪽)

 

내로남불 이라는 말로 접근하면, 안 될 듯하다. 절망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의 가치판단은 신경 쓰지 않은 듯하지만, 그 바탕에는 마치 철로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과 같은 것일까?,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란 본디 존재하는지, 외로움, 사랑, 성장과 함께….

 

사족, 2004년 소설을 나올 때, 길고양이는 도둑고양이로 멸시의 대상, 2021년, 고양이는 반려묘로, 길고양이 맘이…. 소설의 무대도 소재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인가, 하지만, 절망이란 죽음에 이르는 병임은 여전하다….

 

아직도 <웨하스 의자>는 유효한 것인가,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떻게 읽힐까? 거꾸로 그때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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