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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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용의 "파괴자들"

 

정혁용, 글쟁이라는 표현이 꽤 어울리는 작가다. 그는 이 책 작가말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 이를 알아보는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이 압권이다. 이 소설을 읽으신 분들,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집사와 K의 대결, 장발과의 마지막 진검 승부...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인데, 작가는 여기에 독자를 향한 제안을 했다. 오마주, 영화와 드라마의 장면을 찾아보라고, 술술 읽히는 작품은 그저 된 게 아니라 출산의 고통이었음으로 재치있게 표현하는 센스가 돗보인다. 이 소설은 한 번 읽게 아니래요. 내가 이렇게 힘들게 온 힘을 짜내서 죽을 동 살동 썼는데, 내가 이글을 쓰는 동안 머릿속으로 그려낸 영화와 드라마 장면을 한번 찾아보세요라며,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말그대로 술술, 용병 K, 안나와 그녀의 동생 이레나, 조카 마리의 운명은

 

주인공 K는 PMC(민간군사용역회사)에서 일했다. 팀 동료였던 안나로부터 만나자, "동료"여 어디론가 와 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대한민국 경상도 어디쯤에 있는 집안 마치 영화 ‘대부’의 시칠리아 본부나,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아마도 최후의 작전인가, 멕시코 마약카르텔의 본거지처럼, 이런 그들의 성으로 들어간다. 유니콘이라며 아기 흑염소를 데리고 다니는 ‘마리’, 내용과 줄거리도 나쁘지 않다. 조직의 보스, 어둠의 세계의 배후(흑막), 수렴청정하는 사극의 대비마마와 같은 존재, 그 옆에 손녀 해시, 그리고 손자들 첫째 해왕, 둘째, 해성, 셋째 해창 이렇게 셋과 해시, 이들은 삼형제는 작은 동네에 카지노장과 마약수출, 그리고 매춘사업을, 해시는 부인의 비서역을, 이들 사이의 조직장악을 위한 전쟁은 이미 수차례 벌어진 듯, 거기에 어리버리한 경찰을 하고 있는 어리버리한 손자 대머리...

 

안나는 부인을 위해 일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녀는 러시아 출신이고 그의 여동생 이엔다와 셋째 해창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마리’였다고, 안나는 순전히 동생과 조카의 안전을 위해서 이 전쟁판에 뛰어든 것인데, 언제 떠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은 뇌동맥류를 앓고 있어, 옛 동료 K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부인은 손자 셋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하들 중 손자들과 손잡은 이들을 찾아내어 죽인다. 목을 잘라 보란 듯이 전시한다. 손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서, 주방에서 일하는 이들은 요리사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다. 시체를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레 공범으로 만들어 그동네에서 일어난 일이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도록 해왔던 것이다. 이 저택은 지옥이라고, 이 곳 생활도 지옥의 삶이라는 말...

 

부인과 손자들 사이의 밀당, 부인은 조직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 손녀 딸 해시에게 맡길 참이었다.

 

소설의 결말, 이전투구 끼리끼리 몰살작전 속에 결국 누가 살아남게 되는가?

 

이 소설은 참으로 끌림이 강하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릴 만큼, 흥미진진...글쎄다 꼭 그렇지만은 않았는데, 왜 그랬지라고 생각해보니, 작가가 군데 군데 깔아놓은 덫에 제대로 걸린 듯한 기분(나중에 작가말을 보면 아하...라는 생각이 들었듯이), 술술 읽혀던 이유의 하나는 글솜씨도 글재주도 빼어나지만, 빠른 흐름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사연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엮어내는 그물은 꽤 탄탄했다.

 

주인공K, 아프가니스탄 전장터의 기억, 동료 중국특수부대 출신의 ‘아랑’과의 추억, 등을 빌려주며,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던 그녀의 아픈 기억들과 함께 지켜주려는 인간애(둘사이는 남녀관계가 아닌), 그리고 그녀를 죽인 부인의 집사에게 복수를...

 

7년 동안 제대로 잔 적이 없다는 ‘용병’들, 이들의 사연들을 하나하나씩 끼워넣고, 또 다시 꿈속에 등장하는 장면들, 가위눌려 깨어난 K... 내일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작전에 투입된 용병들...

 

우리의 무의식에 있던 기억들, 이제컷 봐왔던 액션 영화, 오락물 속의 장면들을 끄집어 내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던 때문이지않았을까, 소설 속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오버랩되는, 그리고 그 뒤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도 K의 대화법이 맘에 든다...작가는 3개월에 걸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아마도 100일 정성을 다한 듯하다. <파괴자>에 이어 어떤 소설이 나올 것인지, 작가만의 스타일과 글결... 기대된다. 마지막의 반전...마리는 안나의 조카가 아니라 이레나의 친구 오르가와 부인의 둘째 손자 해성의 딸이라는 사실... K와 마리는...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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