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가면 니 새끼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유순덕 외 지음 / 이화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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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 가면 니 새끼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

 

꽤 솔직한, 살벌한 제목이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대치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대치(大峙=한티, 한톳재, 큰고개, 큰 언덕)는 뭔가 있어 보인다. 18세기 담양군 대전면에 조선조 건국에 반대해 두문동으로 들어간 고려조 72 충신을 배양하는 대치서원, 이 역시 같은 한자를 쓴다.

 

 

대치동이라 쓰고 큰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며 조선 시대 "과거"는 큰 고개를 넘어야 출세의 길이 펼쳐지듯, 대치동 또한 현대 한국 사회의 교육 메카가 된 게 아닐까?, 한자 말을 가지고 장난칠 생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왜 대치동이지 하는 생각, 물론 지리 여건과 주변 환경 때문에 교육 중심으로 자연스레 형성됐을 것이지만 말이다. 시나브로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서당(대치동) 옆으로 이사를 해야, 공부하는 폼이 잡힐까 했던 그런 맹모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터가 좋은 곳일까?

 

 

지은이들은 대치인문독서클럽에서 책을 읽는 이들이다. 이들 중 유순덕 대치도서관장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이 클럽은 도서관이 삶의 놀이터라 생각하는 이들의 모였다. 자그만치 11년이나 됐다. 2021년 길 위의 인문학 심화과정 선정 조건에 책 출판이 있어, 간단한 소감문집을 만들려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책을 펴낸 것이다.

 

 

지은이 유순덕 관장이 말하는 대치동, 누군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꿈을 품은 채 대치동을 찾고, 또 누군가는 아이들의 교육을 마치고 대치동을 떠난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 나오는 남매처럼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이 찾던 행복을 찾았을까? 파랑새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혹시 허상과 같은 신기루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쪽) " 자신보다 자녀 인생의 파랑새를 찾아 주고 싶어서 대치동으로 왔다면, 아이들의 가슴속에 이미 파랑새가 살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들여다봐 주면 어떨까? (21쪽) 바로 이 대목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을 풀어가는 문제의식이라 생각한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도 고대의 엘리트 교육(플라톤 등이 주장한)과 정부의 고위직 대부분을 명문대 출신으로 채우는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의 영향력이 더해져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주고자 하는 어른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를 위해 "대치동 행을 결심했다는" 거짓말

 

 

지은이 김한나 선생은 대치도서관에서 한국과 중국 역사, 중국어 강사로 활동한다.

"남들이 극성이라며 혀를 차도, 대치동 한복판까지 우리가 왜 들어왔겠어요? 다 아이를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다른 애들은 달리고 있는데 얘가 자꾸 꾀부리면서 공부도 안 하고 학원 숙제도 제대로 안 해가니 속상해 죽겠어요"라는 말, 지은이는 "어머니…. 혹시 00이가 어머니, 아버지 저를 제대로 키우고 싶으시면 대치동으로 가 주십시오라고 부탁이라도 했나요?(57쪽), 과히 이 대목은 촌철살인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 부모 혹은 보호자는 열등감, 학력, 학벌 콤플렉스(열등감)의 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개천에서 용이 안 나는 시대가 됐고, 부모의 재산과 노력 여하에 따라 나아가는 세상의 수준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향과 추세이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잉 일반화라고 할까?, 신문 기사에서 난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출발부터 다른 환경을 만들어줘야 부모 노릇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 사회에서 자식 문제를 들먹이면 전혀 득 될 게 없다. 잘못하면 친구 사이에도 의가 상할 정도로 민감하고도 첨예한 문제다.

 

 

대치동을 떠난 아들과 대치동에 남은 엄마, 우리들의 성장기 "내려놓으면 얻는다"

 

지은이 박동희 선생은 대치인문독서클럽에서 역사도서토론리더로 활동한다. 대치동에 왔을 때, "엄마, 나 영어를 더 배우고 싶어, 외국으로 가면 안 될까에서 시작된 아들의 결정, 중고, 대학을 나와 해병대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금융업계에서 열심히 잘 살아 있다는 아들, 그 어머니는 말한다. 나는 아들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믿지 못했다. 나 스스로 설정한 허상들- 명문대 입학, 좋은 학원, 유능한 강사, 그리고 이를 이루어 줄 대치동의 삶-에 아들을 끼워 넣으려고만 했을 뿐이라고…. (129쪽)

 

 

공부든 그 무엇이든 자신의 삶에 대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각과 깨달음이 생기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끌어 주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착각을 하며 살았다.

 

대치동이 대한민국 교육 메카요, 좋은 학원, 유능한 강사가 모인 곳이기는 하다. 하지만, 말을 물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듯이 어느 환경에서건 자기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 혹은 보호자는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아이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것도 아니면서 내가 못 이룬 꿈들을 아이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건 아닌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 "허영심"이 때로는 이렇게 애꿎게도 아이도 잡고 부모도 잡아먹는다.

 

오늘도 대치동으로 고고(GoGo)를 외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미래의 길을 열어가는 힘은 부모의 도움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일 뿐이라고.

 

사족, 그래도 자식 문제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팔불출인 셈이다. 부모가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자식을 믿어주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찾아내서 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학업 중심체제의 한국에서 지와 덕과 체를 함께 갖춘 씩씩한 미래세대로….

박성수의 책 "개천의 용, 공정교육은 가능한가"(공명, 2021)도 한 번 봐둘 필요가 있겠다. 대치동 행 결정에 앞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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