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하루
산더 콜라트 지음, 문지희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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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산더 콜라트의 <개와 함께한 하루> 리브리스 문학상의 심사평은 “삶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가벼움에 대한 심오하고도 감동적인 소설”이라 했다. “방황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생의 가치이며, 생의 위대함이다.”이라는 띠지에 적힌 문장, 이런 의미를 애써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리브리스 문학상이 어떤 기준으로 주는 건지 잘 모른다. 따라서 그냥 읽고, 느낌을 적는다. 리뷰도 서평도 아닌 [독서 노트]라 해두자.

 

14살이 돼가는 반려견 빌런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사는 56세의 중환자실 간호사 헹크 판 도른, 17세 된 조카 로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버스로 남동생 집으로 가던 길에 버스에서 만난 미아를 만난다. 이혼한 리디아 이후 처음으로 느껴 본 설렘, 이 소설은 24시간 동안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현상과 사물에 대한 독특한 설명과 회상 등을 4부로 얽어 엮은 글이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반려견 “빌런”이다. 전처와 13년 전에 빌런 입양할 때의 기억, 꼬물이 빌런과의 첫 만남, 꼬리치며 반기고 따르는 사랑스러운 빌런이 이제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 모든 것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와 이혼 후 6개월 만에 재혼하여 미국에 사는 전처 리디아와 공통의 관심사는 빌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녀와 빌런 때문에 전화한다. 빌런이 곧 죽을 것 같다고….

 


 

죽음에 대한 것들, 헹크의 생각

 

심부전으로 죽어가는 빌런, 노쇠한 것도 아니고, 피곤한 것도 아니다. 이따금 숨을 헐떡이며 입 가장자리로 혀를 축 늘어뜨린다. 병이란 이런 거다. 우리의 정상적인 관계를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서로를 낯선 존재들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가 누구이고 또 무엇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당위를 파괴한다. 서로의 친밀감은 훼손된다. 이렇게 둘은 나락의 양 끝자락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24쪽)..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가 익숙한 것처럼…. 기억들은 시간의 순서나 인과 관계와는 상관없이 느슨하게 꿰매어 놓은 패치워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바로 이 느슨함이 이따금 헹크를 힘들게 하는 그의 약한 응집력에 경고를 날린 것이었다고 그는 생각한다(63쪽)..

 

일상의 기억들

 

마이꺼와의 기억들, 헹크보다 18살이나 많은 같은 병원의 수간호사 지금 그녀는 치매다 요양원에 있다. 정기적으로 그녀를 찾아본다. 한때 불륜관계였던 적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둘 다 배우자를 사랑했고 가정에 충실했는데…. 지금 제정신이 아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만지고 있다. 그들은 왜 불처럼 뜨거워졌다. 식었는가, 감정의 방황이었던가,

 

리디아와의 이혼, 헹크는 싹싹한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수 년 전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 리디아와는 다른 이와 함께 있었다. 불륜이다. 이를 계기로 이혼한다. 물론 뜨거웠던 연애, 사랑 끝에 오는 무덤덤함이 이혼의 배경이기도 했다.

 

죽어가는 빌런을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 헹크는 죽음이 축복이라고 확신하다. 세상이 모든 행복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그 축축한 무덤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이것은 단순한 경제학의 원리다. 가치는 유한성에서 비롯된다. 시간, 규모, 수의 유한성. 유한성은 삶의 가치를 제공한다. 게다가 죽음은 우리의 가장 충실한 동반자가 아닌가? (126쪽)

 

오래전에 잃어버린 말 조각상, 헹크는 조카 로사의 17살 생일에 초대돼, 동생 집을 찾는다. 로사 방에서 발견한 말 조각상! 오랫동안 잃어버린 그 물건을 이렇게 갑자기 보게 되다니…. 그는 자신의 조카가 이따금 관심을 가지고 이 목재 동물을 유심히 관찰할 그것이라는 걸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자세한 관찰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현실 세계와 연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이 방황하고 표류하고 마침내 망상이 되어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자세히 살펴보고 관찰하는 행동은 현실 자각 또는 현실 직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 (180쪽)


헹크는 로사의 생일파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로사에게 가던 길에 같은 버스에서 만났던 ‘미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 미아는 당신의 개는 어때요라며 말을 건넨다. 좋아요. 아니, 사실은 그렇게 좋지 못해요라며 대답하는 헹크,

 

우리는 이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 간의 대화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서로 동기화하려는 시도다. 물론 당사자들이 호의를 가지고 다가간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두 사람의 인생, 두 이야기가 만나 관계성이 형성된다. 그것은 단 몇 분간 버스에 함께 앉아 있었다 하더라도 가능한 일이다.(195쪽)

 

마아는 그가 버스 안에서 운하에서 보트를 타는 소년을 들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아의 헹크의 시선에서 철학적인 요소를 발견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실존적으로 중요한 무엇인가를 발견했고, 미아는 그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헹크에게 소년들이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것, 태고로부터 전해오는 생명의 새로운 형태, 생명력, 삶에 대한 열정,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레벤스베야웅. 삶의 긍정. 이 개념들은 마치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 듯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214쪽).

 

헹크는 말한다. “미아,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먹고 마시는 음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 즉 삶은 가치 있는 것이라는 철학적 확신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삶 자체에는 진리의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지만, 마치 보물 사냥꾼처럼 그것을 찾고 발견하고 캐는 것은 우리의 몫이죠”(216쪽)

 

미아는 헹크와 빌런을 보고 있다. 그들의 하루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일종의 카타르시스,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경험, 아니, 잠깐 이렇게 하지 말자, 평가의 시간을 갖지 않기로 하자. 하루가 천천히 저물고 있다고 그리고 다시 한번 살펴보자. 물론 자세히 잘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두자.

 

그래, 그거다. 그는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정말 그것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살아 있다는 것”

<개와 함께한 하루>는 24시간,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빌런은 곧 죽을 것이다. 그리고 미아와는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반려견을 잃게 됐지만, 또 다른 반려를 찾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 빌런이 헹크에게 남겨주고 간, 선물일까?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사유, 게슈탈트의 그림처럼, 실존철학, 작가 콜라트는 씨줄과 날줄로 철학적 사유, 죽음과 삶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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