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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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기적의 나인, 외계인 친구, 정의로운 청소녀

 

 

손끝에서 피어난 싹은 아홉, 척박한 땅에 심었더니 몇 개가 죽어, 또 죽고 살아남겠거니 하는 희망을 접었을 때, 제 홀로 피어난 아홉 번째 싹, 나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나인의 기적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할리우드 영화 장면들이 휙 휙 스쳐 지나갔다. 푸른 빛이 도는 흙,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하고 오염된 땅에서 신비로운 화초들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땅과의 소통, 풀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 지모(유지 이모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엄마인지, 이모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인을 사랑하는 그것만큼의 변함이 없으니라고 말하는 나인이의 이모, 실제로 나인이 태어난 싹은 그녀의 손에서 핀 것이기에 엄마이겠지만), 아바타가 스치고 지나간다. 외계의 푸른 반지, 등등이….

 

 

이 소설의 작가 천선란은 혹시 하늘에서 떨어진 선량한 알이 아닐까?, 혹시 외계인?,

 

 

황량한 도심에 들어선 페인트공장, 폐허가 되고, 아마도 도시 끝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개발구역으로 편입됐다, 살짝 비켜나간 곳, 이곳은 각종 폐기물과 쓰레기가 매립돼 여전히 척박하고 오염된 땅이다, 이곳에 나인의 이모 지모가 땅을 사서 쓰레기를 파헤치고 세운 화원 “브로멜리아드”, 지하실에는 누군가가 태워 없애버리려 했던 누브족의 역사기록물이 보관돼있다.

 

 

우주 행성 어디선가 재난을 피해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 누브족의 나인은 열일곱 살의 청소녀다. 절친은 강현재, 신미래가 있고, 같은 해에 태어난 두 명 중의 하나 해승택, 석구, 효정 등이 그리고 같은 학교 선배로 2년 전에 사라졌던 박원우, 그와 친구 권도현, 원우 아버지 박원승과 미래의 엄마로 경찰인 경혜 등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다.

 

 

소설의 기승전결 흐름이 좋다. SF소설 장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하이틴+SF의 융합, 이른바 하이브리드라고 해야 할까,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정보가 더해진 탓에 선입견이 들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억지춘향이나 비약하는 대목이 없이 그냥 술술 읽힌다.

 

 

나인은 여느 누브족 보다 능력이 뛰어나다. 지모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구에 사는 누브의 지도자들이, 특히 수장 격인 승택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안다면,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으로 데려가려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런 사실들을 숨긴다.

 

나인의 손가락 끝에서 싹이 나왔다. 이제 그녀가 가진 능력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나인에게 초목들은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직 그 말을 알아들을 능력이 되지 않았다. 초목의 말을 듣는 능력은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다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드러나고 능력 또한 증강된다.

 

 

박원우는 어릴 적, 지모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모가 외계인임을 알았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 속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박원우는 학교에서 자신은 외계인을 만났다, 우리가 사는 곳에 외계인이 있다고 말하고 다녀, 정신이 약간 이상한 녀석 취급을 당한다. 어렸을 적 함께 태권도 도장에 함께 다니고, 원우 집에 찾아가서 자주 놀았던 절친 권도현 그의 큰아버지는 학교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시내 큰 교회 목사, 어머니는 입시학원장이다.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나, 엄한 아버지(전형적인 가부장주의자)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느 날 박원우가 사라졌다. 그의 아버지 박원승은 경찰에 신고하나, 경찰은 단순 가출로 처리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박원승은 아들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이 년 동안 아들를 찾는 전단을 붙이고 돌아다닌다. 이때, 나인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나인은 박원우와 친한 친구였던 권도현을 주시하면서, 박원우의 실종 내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면서 시작한 박원우 찾기는 선연산에 있던 초목들의 증언으로 2년 전 7월9일 그 산에서 죽은 자를 찾는 여정이 전개된다.

 

 

 

나인이라는 소설

 

 

 

고등학교 청소년 시절, 학교, 대학진학, 그 외에 무슨 꿈이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정면으로 이를 다루지는 않는다.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친구들과의 우정, 이런 것들이 “외계인”의 표상일까?, 아니면 SF라는 판타지 소설?, 여하튼 뭐가 규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에 구체적으로 몇 쪽에 어떤 내용이 실렸지라는 어렴풋한 기억으로도 이글을 쓸 정도로 스토리 전개와 이미지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소설의 무대, 전개, 발상 그 자체가 한 마디로 문자로 보는 영화, 영화를 글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몰입도가 좋은 소설을 읽었다.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장면을 그려보고 상상를 하는 것도 꽤 즐겁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그리는 입체소설이, “나인”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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