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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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지은이 성유미 선생은 정신분석가다. 3년 전에 내놓은 그의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는 “관계”를 들여다봤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인간관계가 참 어렵네 어려워,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그 친구는 단지 나를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본 모양이야.” “내가 어떻게 해줬는데, 그 보답이 이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보통사람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가 있다. 전혀 없다면 성인 수준의 평정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상처 또한 사람마다 그 느끼는 정도와 깊이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이란 부제를 달고 지은이가 그간 임상현장에서 만난 환자(조금 표현이 그렇지만 우선은 이렇게 쓴다)들의 사례를 정리하여 쉽게 쓴 글이다. 그렇지만, 책 내용은 아주 가볍지만 않다. 감정노동자, 전업주부, 퇴직 후에 몰려오는 자아상실감, 공허감, 대인에 불신과 공포, 자신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증상에 대해 다룬다. 직장 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말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감정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의 ‘감정 터부’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우리 사회의 외상은 상처다. 치료하면 낫는다. 그러나, 정신 혹은 마음의 문제는 달리 본다. 정신건강과에 다녀 왔다고 하면, 우선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직장에서는 대인 관계의 문제, 리더십 등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중요한 판단을 하는 자리에는 배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실제 다른 이유를 들어 차별한다. 이는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정신과 마음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는 데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순간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탓할 수는 없지 않나, 가정에서는 어떠한가, 우울, 조울, 심란해서 정신과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고 왔다면, 대체로 환자 취급을 한다. 안정 운운하면서 배려하려는 행동들이 당사자에게는 또 다른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위에 적은 내용은 우리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위의 내용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나를 중심으로 보자,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내가 심신 모두 건강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꼼꼼하게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안전배려의무다(업무몰입, 과도한 업무량, 스트레스, 소진 등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그렇지 못하여 내가 심신에 이상이 생긴다면 산업재해보상과는 별도로 채무불이행이 된다.) 내가 뭔지 모를 불안을 느끼고, 집에서도 평정심을 잃은 징후(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겠지만)를 보이면 가족들이 불안에 하며, 뭔가 배려 혹은 무시 등의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두가 정신건강에서 비롯된 오해들이 아닐까 싶다.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정신과 정신건강과라는 표현보다는 “멘탈헬스”라는 외래어를 주로 쓴다. 받아들이는 어감이 다른 모양이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 책이 바로 아니라는 표현을 왜 해야 하는지, 아니라는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명시적, 암묵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가벼운 사람, 신중하지 못하고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평가의 근거로 삼는다. 참으로 무서운 곳이다.

 

이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4부로 구성됐고, 감정에 대한 이해와 속성, 감정 마주하기, 행복한 삶을 위한 감정 다루기를 각각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부별로 읽어도 좋고, 보고 싶은 곳만을 봐도 된다. 부분이되 전체라는 구도여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읽어도 좋다.

 

1부에서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하고 또 책을 통해 알고 있는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라고 한다. 지은이는 감정적인 사람에겐 정작 자기감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감정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라는 말이다. 심리학책을 한 수레를 읽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에 대한 처방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과유불급 상태요. 돼지 발에 진주다. 또, 지은이는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기감정을 무시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공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부는 엄마 배속에서부터 평생 함께하는 파트너가 “감정”이다. 좋고, 싫고, 기쁘고, 슬프고 하는 오감 말이다. 감정과 느낌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담고 있다.

 

3부는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하는 “감정”의 속성 등 감정이란 것에 대해 톺아보기를 통해 감정 마주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4부는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내 마음 읽기는 행복이며, 관심 끌기와 관계 맺기 방법을 싣고 있다.

 

실린 내용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2부 감정 공부하기 002 “모성이란 무엇일까?” , 3부 감정 공부하기 008 “감정 표현의 생생한 언어들”을 살펴보련다.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의 부제를 보고 어른 이야기에 왜 아이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른이 돼서 감정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엄마 뱃속에서 이미 감정은 생겨난다. 프로이트를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가 태어나 구순기, 항문기 등을 과정에서 감정을 느낀다. 어렸을 때의 좋지 않은 기억은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감정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성과 함께 어떻게 보면 성장하는 것이다.

 

모성이란 무엇일까?

 

 

 

 

지은이의 정의에 따르면 모성이란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모성을 느끼지 못하면 공허한 채로 생을 마감한다. 모성은 무엇인가? 모성에 관한 정의는 아주 많다. 그만큼 모성에 대한 갈망이 크다, 전 우주적이라 할 수 있겠다. 페미니스트 아드리안 리치도 모성과 모성 경험을 논하고 있을 정도로 모성에 관한 접근과 그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나를 알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모성을 키워야 한다.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이다. 돌봄에서 핵심은 물리적인 것에 있지 않으며, “진짜 모성적 돌봄은 온전히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것이고 내 감정을 무조건 존중하고 수용한다는 뜻이다.”(66쪽) 즉 내 감정은 누가 뭐라 해도 “내 꺼야”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이해를 통해 지금의 외로움과 갈망, 허함을 풀 수 있는 열쇠인 진정한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감정 표현의 생생한 언어들

아이들의 감정 표현은 풍부하게, 어른이 돼도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화가 난/ 심술이 난/ 불안한/ 미친/ 흥분한/ 우울한/ 쾌활한/두려운 등의 감정 단어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에 익히는 것들이다. 이런 단어를 써서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도 하고, 질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마음이 판판해졌다고 하는 말은, 마음이 울퉁불퉁했다가 편평해졌다는 뜻이다. 또, 신체 감각으로 표현하는 감정 “쫄깃쫄깃하다” 아주 재밌을 때 쓰는 표현이다. 심장이 쫄깃쫄깃하다는 성인의 표현과도 연결되는데 스릴감, 흥분, 재미를 뜻한다. 아이가 신나게 뛰어놀면서 “심장이 뛰는 느낌이에요.”라는 표현을 했다면 이 역시 살아있음을, 생동감을,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몸을 제어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감과 도전하는 마음, 용기를 키워 갈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 상태를 적어보라. 감정을 마주해보라

 

가시가 돋친/ 끈끈한/ 쫀쫀한/ 구겨진/ 출렁거리는/ 안개 낀 느낌/ 시원한/ 미끄러운/ 단단한/ 딱딱한/ 푹신한/ 찢기는/ 부드러운/ 마음이 좁아진/ 등 그 밖에 아는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적어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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