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수집가의 단짝 - 문구 좋아하세요? 시리즈 8
카멜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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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수집가의단짝
#유지현 #이현경 #정다은
#정수연 #채민지
#카멜북스



기록이 먼저였는지 문구가 먼저였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록하는 걸 즐기면서 혹은 문구를 좋아하면서 두 가지는 뗄 수 없는 나의 애착템이 되었다. 무엇이든 글로 남기는 걸 좋아했다. 책상에 빈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메모지를 붙여서 정신없다고 엄마에게 자주 잔소리를 들었다. 그 버릇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써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그 행위가 참 좋다.


기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구에 관심이 가고 하나 둘 모우 게 된다. 좋아하는 아이템에는 남다른 애정이 생겨 더 알고 싶어진다. 여기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수집가로 영역을 넓힌 5명의 문구덕후가 있다. 《기록하는 수집가의 단짝》을 통해 그들을 만나 보고 싶은 이유다.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의 지우개, 마스킹 테이프, 연필, 클립, 펜, 가위 그림만으로도 눈에서 하트가 쏟아진다. 저자 5명의 익숙한 이름도 반갑다.
• 노트 - 『소소문구 대표』 유지현
• 연필 - <태국 문방구> 저자 이현경
• 지우개 - 『프렐류드 스튜디오』 대표 정다은
• 스티커 - <문구구절절> 발행인 문구소녀 정수연
• 마스킹테이프 - 『롤드페인트』 대표 채민지


노트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들인 정성, 연필 한 자루를 구하기 위해 독일 작은 문구점을 향한 열정, 지우개의 단순한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포장지 스티커 하나도 흩으러 버리지 않는 따뜻함, 15mm×10m 폭의 마스킹 테이프에서 위로를 얻는 일이라는 그들의 모습에서 문구를 애정 하는 사람들의 예쁜 마음이 보인다.


이 책은 소장하고 있는 문구 제품을 줄줄이 보여주면서 다양한 아이템에 대한 단순한 정보와 눈요기를 주는 기존에 내가 읽었던 문구 책과는 달랐다. 저자 각자가 좋아하는 문구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삶과 연결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대단하다. 좋아하는 것에 꾸준히 시간을 쓰고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어떤 것에 열정을 쏟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구 보관 방법에 대한 팁도 담겨 있어서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마음에 드는 마스킹 테이프를 노트 위와 아래에 길게 붙인다. 손에 익은 펜으로 기록하고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며 빈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다. 그 시간이 오래오래 흘러가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삶에 절대적인 필요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것에 행복을 얻는다면 오늘의 일상이 조금은 더 달달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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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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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그린 색감의 표지가 마시기 좋은 적당한 온도의 녹차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각형 모양은 벽에 걸린 액자처럼 보여서 신선했다.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보편의 단어》라는 제목과 부제에서 작가가 선정한 단어가 궁금했다.


목차를 살펴보니 총 61개의 단어가 나열되어 있다. 두 가지 특징도 발견했다. 두 글자의 단어라는 것, 단어에 작가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시했다는 것. 어려운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자주 쓰고 듣는 낱말이었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를 하나씩 만나며 나눌 생각들을 기대하게 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떠받치고 살아가게 하는' 단어는 화려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단어일 수도 있다는 걸 말한다. 그러니 빛나고 반짝이는 것만을 쫓지 말고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단어만으로도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기에 충분하다고 이야기해 준다. 책 속 단어들은 나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두 글자 단어에 내 생각을 적어 보는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야겠다. 오늘의 나를 알아가고 내 생각을 정리하며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주면 좋겠다.


자주 쓰는 단어가 내 생각과 가치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이왕 써야 하는 단어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인 것을 선택해야겠다. 평소에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목차를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궁금하거나 좋아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읽어도 좋다. 단어 속에서 내 생각을 찾아보고 작가의 생각과 비교 비판해 보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 나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면 좋겠다.



●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리면 자칫 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수도 있다. 그러므로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17쪽)


● 기분을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나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다정함을 접착제 삼아 마음에 고르게 퍼 바른 다음 시간이라는 바람 속에서 천천히 말려야 한다. 기분이 부서지거나 조각나는 건 한순간이다. 하지만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47쪽)


● 시간은 결코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법이 없다. 시간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위치에서 우리를 근엄하게 내려나보며 흘러갈 뿐이다.(72쪽)


● 가장 커다란 고통을 주는 사람과 사건이 결과적으로 내게 가장 커다란 통찰력과 분별력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이를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259쪽)


● 하나의 문앞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다. 종류가 다른 무수한 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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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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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박완서 작가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출간일을 기다렸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개정판이라 더 반가웠다. 단순히 기존 내용에 표지와 제목만 바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서 이렇게나 멋지게 독자를 만나로 왔다.


●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380쪽)


그동안 나는 어떤 것에도 무게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에게 무게는 곧 책임감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무게에도 소홀하지 않고 소중히, 다정히 대하자,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나만의 규칙 같은 거였다. 때때로 그것이 버겁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야만 지킬 수 있다고 닫힌 생각으로 옭아맸었다.


작가는 사랑이 무게로 느껴질까 걱정을 한다. 그 걱정에 설득 당했다. 일상 이야기를 통해서 진솔함과 잔잔한 여운이 남는 글에 정감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때로는 엄마처럼 자상하게 안아 주고, 때로는 인생 선배처럼 힘이 되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내가 가진 수없이 많은 무게를 하나씩 꺼내 놓으며 읽었다.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박완서 이름만으로 선택했었다. 이번에 다시 만난 개정판은 그의 이름 넘어 문장 속의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된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에서는 마음껏 머물렀다.


공감은 이런 거구나. 내가 좋아하고 이해하는 것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도 아 그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서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생각의 선을 조금 더 확장시키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시대는 다르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넓고 깊은 작가만의 혜안과 통찰을 만날 수 있어서 젊은 친구들에게 더 추천해 주고 싶다.


이제 작가의 새로운 글을 볼 수는 없지만 남겨진 글은 영원히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간을 지나온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가치있는 글이다. 앞으로도 계속 읽히는 글이 되길 바란다. 절판 없이 계속!!!



● 정기가 없는 자연은 그냥 경치일 뿐이었다. 경치는 아무리 좋은 경치라 해도 눈으로 보는 것으로 족하지 마음속으로 스며 오진 않는다.(90쪽)


● 아무리 눈치 볼 거 없다 해도 자연의 눈치만은 봐야 하는 것은 인간의 최소한의 법도다.(93쪽)


● 남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으면 그건 이미 극단적인 편견이 아니다.(129쪽)


● 폭력에 용기와 다르듯이 편견은 신념과 다르다. 신념은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남의 옳은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살찌우려 들지만 편견은 남의 옳은 생각을 두려워하는 닫힌 마음이다.(129쪽)


● 인간답게 사는 길도 나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답지 못하다. 이웃이 까닭 없이 인간다움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나만은 오래오래 지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130쪽)


● 법 대신 편법을, 원칙 대신 변칙으로 사는 걸 은연중 권장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사회다. 마찬가지로 특혜나 특사가 자주 있어야 하는 사회도 인간다움이 그만큼 자주 짓밟힌 사회라는 혐의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인권만은 특혜로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빼앗을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136쪽)


● 생명이 소멸돼 갈 때일수록 막 움튼 생명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건 무슨 조화일까? 생명은 덧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어진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155쪽)


● 사람의 마음속엔 이런 용수철 같은 게 있는 법이다. 이 용수철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오르지 않게 법의 규제에도 묘미가 있어야지 미련해서는 안 되겠다.(177쪽)


● 답답한 일이 있거든 답답해하거라. 답답한 것과 맞서거라. 답답한 것을 답답한 줄 모르는 바보야말로 구제할 길 없는 바보가 아니겠는가.(213쪽)


● 이런 식으로 제아무리 높은 사람의 점잖은 모습도 기회만 있으면 엉망으로 재구성을 하려 든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쓰레기처럼 덮쳐 오는 일상의 권태와 악덕으로부터 손끝하나 까딱 않고 탈출한 것으로 생각하는 내 비열함이다. 늘 그렇듯이 문제는 바로 나에게 있는 것이다.(313쪽)


●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늘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도,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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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밀의 정원 1~2 세트 - 전2권 비밀의 정원
모드 베곤 그림, 안수연 옮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원작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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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정원》은 1911년에 출판된 고전 소설이다. 모드 베곤 만화책 작가가 원작에 그림을 입혀 매력적인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시켰다.


10살 메리는 인도에서 콜레라로 부모를 잃었다. 친척 고모부에게 맡겨지면서 낯선 영국으로 오게 된다. 고모부는 10년 전 사랑하는 아내(고모)의 죽음으로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던 정원을 폐쇄한다. 메리가 우연히 그 정원을 발견하면서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이든 삐딱하게 대하고 제멋대로인 메리가 비밀의 정원에서 만나는 풀, 꽃, 나무, 동물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디콘, 콜린과 소통하면서 우정을 쌓아 간다. 자연과 주변 인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 인간이 자연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만큼 독자에게는 감동을 선사하는 멋진 책이다. 그림이 예뻐서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글자 책을 읽을 때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독서를 하는 재미가 있다면, 그래픽 노블은 그림으로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꽉 찬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배가 된다.


고전을 어려워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이게도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누구나 비밀의 정원을 선물받을 수 있다. 앞으로 그래픽 노블의 다양한 버전으로 고전이나 철학 분야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 마법의 정원 같다. 동화 속 요정의 정원. 이 안에 있으면 시간이 멈춰 버릴 것 같아. (비밀의 정원1_56쪽)


● 일하고 싶은 정원 땅 한 귀퉁이를 찾거든 네가 가지거라.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렴.(비밀의 정원1_76쪽)


● 방에 콕 박혀서 네 인생을 보내면, 너야말로 절대 아무것도 못 보겠지. 그건 확실해.(비밀의 정원2_15쪽)


● 디콘은 죽은 거 얘기는 절대 안 해. 살아 있는 것만 말하지.(비밀의 정원2_17쪽)


● 너무 행복해서 숨을 못 쉬겠어.(비밀의 정원2_26쫏)


● 점점 더 초록이 많아질 거예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초록은 죄다 보게 될 걸요! 그걸 표현하려면 낱말을 천 개나 새로 만들어야 할 거예요.(비밀의 정원2_27쪽)


● 웃음을 되찾으려면 음악이 필요한 법이죠!(비밀의 정원2_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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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8
강화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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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 살 지수는 전세 사기로 인해 5년째 엄마 집에서 살고 있다. 두 살 아래 미수와는 성향이 다른 자매다. 지수는 많은 것을 참고 양보하고 조금씩 느리고 평범하다. 지수에 비해 미수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을 다니며 적당한 때에 결혼도 했으며 어디서든 할 말은 하는 당찬 성격으로 엄마에게는 자랑할 만한 딸이다.


가족이지만 가족 아닌 아웃사이드 느낌. 가족인데 배제되고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는 지수. 그것마저도 받아들이며 싫은 표현조차도 못한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새벽에 잠을 깬다. 그럴 때면 베란다로 나가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침을 기다린다. 그날은 베란다 대신 놀이터에 나갔다가 자신과는 너무 달라 보여서 눈길이 갔던 그 여자를 발견하고 무심코 따라간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헬스장이었다. 얼떨결에 등록까지 하게 된다.


트레이너의 단계별 지도에 따라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 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말에 하나씩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다.


지수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자신이 좌절할 때, 낯설고 두려운 경험에, 할 수 있다고 도닥여 주며 좋은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차별에 눈치를 보며 동생에게는 은근히 무시를 당했다. 가족 구성원지만 존중받지 못한 지수에게는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운동 풀업을 통해서 몸의 자극점을 찾아가는 과정과 지수가 자아를 찾아가는 시작점을 연결한 소재와 구성이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자극점을 통해서 성장하는 지수를 기대해도 좋겠다.



● 타고난 신체조건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체력은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었다. 힘과 유연성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배운 지 겨우 한 달 반이었지만, 지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수는 몸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변할 수 있을까?(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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