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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 역명에 담긴 한자, 그 스토리와 문화를 읽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자는 스토리다. 저자는 한자를 알면 스토리를 알게 되고 특히 지하철 역명의 한자를 알면 역사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명에 스토리와 문화가 담겨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지하철을 타며 무심코 지나갔던 수많은 한자 역명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이 책에는 1호선 역명이 나왔는데 1호선이 개통 40주년이 됐다고 한다. 지하철 중 1호선이 제일 먼저 생겼을텐데 ‘한자=스토리’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역들이 있고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다. 산과 관련된 역명들이 눈에 띄었다. 관악, 용산 같은 역인데 관악은 순우리말로 갓뫼, 간뫼라고 불렸다고 한다. 한자로는 갓 관(冠), 큰산 악(岳). 솟은 봉우리가 갓을 둘러쓴 산 같이 보였다고 해서 갓 관, 작은 산이 아니라 큰산이라 큰산 악을 썼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불꽃을 형상화한다고 해서 이 불기운을 누르려고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놓기도 하고 광화문에 재앙을 누르는 해태를 배치하기도 했다. 용산은 어떠한가. 산이 발달한 지명에는 ‘용’자를 많이 쓰는데 인왕산을 따라 가다 보면 용산이 나온다. 서구에서는 용을 드래곤이라고 해서 사악하게 그리기도 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는 신성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지명에 신성한 의미를 덧붙인 것이다.
지형을 따라 지어진 역명도 있다. 우리 동네인 영등포(永登浦). 포구이긴 한데 영등, 즉 영원히 번창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길 영, 오를 등’을 썼는데 여기서 ‘오를 등’을 보면 제기 위에 올리다, 진상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풍년이 들어야 올릴 것이 있으니 번창하다는 의미로 확장된 것. 신도림(新道林)은 어떠한가. 예전엔 도야미리, 되미리라고 불린 지역인데 도림리의 일부에 ‘신’자가 붙어 신도림이 됐다. 과거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림’자가 붙었다고 하는데 사람이 가는 번듯한 길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서울, 시청을 보니 멋진 한자들이 섞여 있었다. 서울은 서라벌이 변해 정착된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양이 나오는데 한양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자어다. 산 아래, 강 위에는 ‘양’자를 썼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낙수 위에 낙양이 있었다. 시청은 어떠한가. 시는 시정, 시장 등을 의미하고 청(廳)은 당(堂)을 의미한다. 당은 실과 대비돼 공개적인 장소를 의미하는데 웅장하고 멋진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명 하나하나를 보니 산, 강 지형의 의미를 담은 것도 있고 이렇듯 좋은 뜻으로 바람을 적은 것도 있었다. 이름이란 것은 참 신기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주면 그 뜻이 알고 진동해주는 느낌이다. 사람 이름도 뜻풀이가 중요하지만 역명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역명의 스토리를 되새겨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