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엄마도 모르는 사교육의 비밀 - 교육 전문 기자가 알려 주는
김만식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사교육이 판을 치는 시대에 살며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니 사교육 열풍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강남 엄마들을 풍자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표면적인 문제점만 보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불신의 시대, 상술의 시대’라는 걸을 깨달으며 크게 잘못된 현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학창시절에 학원을 다녀봤고 대학생 시절에 과외도 해봤지만 이 책에서 읽은 사교육 시장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경기도에서는 9시 등교 시행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논쟁 중에 재밌었던 것은 9시 등교의 부작용에 관한 내용. 9시 등교를 허용해주면 아침에 빈 시간을 이용해 수업을 하려는 학원들이 판을 칠 것이라는 것.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사실 황당했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는 학원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사교육 시장은 이미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다 활용하고 있었다. 이런 시장 상태를 보니 학원의 아침 수업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봉사활동으로 문화재 해설사를 시키려면 교육비 명목으로 몇 십만원을 내야하고 아이의 활동을 신문기사에 내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 신문사들도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유학도 단기 유학부터 미국 사관학교까지 종류도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스펙을 채울 수단들이 세분화돼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책은 초보 강남 엄마 고민해의 좌충우돌 강남 엄마 적응기다. 고민해는 언니 고상해의 도움을 받아 고급 정보를 얻고 어울림, 어이해 두 자녀를 강남 사교육 현장에 밀어붙이며 사교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강남 엄마들이 시간에 쫓겨가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도 놀랐지만 학원 청소 알바까지 하며 뒷바라지 한다는 내용에서는 왠지 짠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이중생활을 하는 것인데 강남 안에서도 경제력이 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의 생활은 차이가 컸다. 그렇다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돈 많은 집에서 시키는 사교육을 똑같이 시킬 수도 없고... 뭔가 교육이 수단이 돼야 하는데 목적이 된 것 같아 아쉬운 생각마저 들었다.

 

책에 등장하는 상화 엄마처럼 교육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교육을 이용할 지는 선택의 문제다. 카페에 엄마들이 모여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좋지만 사교육 기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상술에 놀아날 필요는 없다. 엄마의 확고한 주관이 없으면 돈도 잃고 시간도 잃고 아이와의 관계도 깨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특히 학원 선생님들의 학력 위조를 의심하고, 콩쿠르 대회조차도 사업자 등록 번호를 검색해보는 웃지 못할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돼 씁쓸했다. 식물도 바로 서 있는 식물은 어떤 비바람에도 꿋꿋할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 서지 못하는 식물은 금방 무너지게 돼 있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스스로 주관을 세우고 정보는 정보로만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사교육을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선택돼 이용당하는 부모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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