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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 -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컨설팅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9월
평점 :
영화 속에 나오는 영웅들을 보면 세상을 구하러 나가기 전 꼭 ‘자신만의 공간’에서 준비의 시간을 갖는다. 예를 들면, 아이언 맨은 지하작업실에서, 배트맨은 지하벙커에서 수많은 시간을 들여 치열한 준비를 한다. 이렇게 판타지물을 보다보면 ‘나만의 공간’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 꼭 무기를 개발하고 다듬어야지만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공간을 ‘서재’에서 찾았다. 서재는 그의 베이스 캠프이자 지적 창작물의 샘물이었다.
‘공간을 시간으로 채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말이다. 서재라는 공간은 그저 책 몇 권을 구비한다고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처음에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시작한다. 조그만 공간에 책장을 놓고 책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책을 읽어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갈 즈음 서재는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손짓한다. 그렇게 되다 보면 벽 하나 전체가 책장이 되고 그 책들을 꽂아 놓다보면 그 다음엔 분류를 하기에 이른다. 그 다음엔? 보통 서재를 보면 겉모습에 휘둘려 그 책을 어떻게 쓰는지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동일한 ‘물음표’를 가지게 됐다. ‘서재에 책이 많은 건 알겠는데 이 책들을 도대체 어떻게 쓰고 있는 거지?’
저자는 독서의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의 대가들이 다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 같은 사람도 전쟁 중에 책을 놓지 않았던 독서광이었지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약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는 것. 그렇다면 독서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할까? 사람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저자는 ‘사람’이라고 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추천해주면 어려움에 빠진 사람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명을 가지고 독서를 하기에 정리법도 남달랐다. 특히 바인더를 만들어 한 줄로 책의 주요내용을 기록하고 추천대상까지 꼼꼼히 정리하는 기법은 나 역시 바로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방법이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내가 교육 전문가라면 교육과 관련된 장면을 편집하고 교훈으로 얻은 것을 한 줄로 기록해두는 것이다.
이런 기록법은 ‘사용하기 좋은 지식’을 쌓는데 훌륭한 도구가 된다. 강의를 갔는데 내 예상 외로 청중(고등학생)이 지루해한다고 가정하자. 청중들은 앞 타임에 고단한 일정을 받아 도저히 강의에 집중할 수 없다. 그렇다면? 20분간 쉬는 시간을 만들어 영화 폴더에서 관련 주제의 자료들을 엮어 강의물을 만든다. 영화로 강의하면 분명 졸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나 활용하기 좋은 지식이 됐는가. 그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독서를 했었는데 이제는 ‘사용하기 좋은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독서를 하고 서재를 꾸민다면 서재는 그냥 폼만 잡을 수 있는 서재가 아니라 훌륭한 나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