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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말하다 - 세계의 문학가들이 말하는 남자란 무엇인가?
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TV를 보다가 여러 커플이 만나 노는 장면을 봤다. 여자들은 금방 친해져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들은 어색해하며 서로 눈치만 보는 장면이었다. 이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남자들은 ‘잘 지내니?’라는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답하는 내용이 편향적이다. ‘잘 지내’ 또는 ‘그렇지 못해’ 정도. 그런데 여자들은 그 질문을 정말 ‘질문’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모르는 이 앞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남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돼 있다. 직접적으로 ‘남자가 이렇다’하고 설명하기보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에피소드들이나 단상들을 소개하며 남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며 남자들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남녀의 가장 큰 차이는 ‘여자는 복잡하고 남자는 단순하다’이다. 남자들은 말수도 적은 편이다. 목표에 돌진하는 힘은 있지만 다양한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렵고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하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마 몫이 된 것은 아닐까. 싸운 아이가 돌아오면 남자는 싸우고 다쳐 돌아온 아이를 보며 감정적으로 화를 낸다. 그런데 여자는 아이의 말을 듣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생각을 한다. 책에 나온 아이는 거짓말을 했었는데 엄마는 아이의 거짓말을 알아챘다. 뭔가 아이가 잘못했기에 싸움을 하고 왔다는 것을 추궁해 알아내기까지 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주로하는 단순한 아빠, 살림을 하며 여러 관계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엄마. 서로 역할이 다른 것.
남자에게는 책임감도 필요하다. 일종의 짐을 어깨에 이고 사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가서 정기적으로 조부모님에게 악기 연주를 해주는 아들. 아들이 나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시키기에 하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짐’이다. 자발적인 것이 아니니. 남자들은 이처럼 관계에 얽혀있는 존재다. 최대한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래서 눈치도 많이 보고 될 수 있으면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듯하다. 직장생활이 힘든데도 많은 남자들이 꿋꿋하게 일하는 것은 자신의 짐을 자각하고 참을 수 있는 인성을 길렀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자들이 군대에서 얼마나 힘든지 엿보게 됐다. 남편이 겪은 군대생활을 들어보니 지옥이 따로 없던데 남자들이 출산의 고통을 지지 않더라도 살면서 얼마나 큰 짐들을 지고 사는지 느끼게 됐다. 요즘엔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하며 가정일도 하니 2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손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남자들도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되는 법’이란 문구가 많이 눈에 띄었는데 진짜 멋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