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익 엣지 실전모의고사 LC + RC 신토익 엣지 시리즈
박영수 지음 / PUB.365(삼육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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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한창 토익시험을 많이 본 때가 있다. 보통은 리스닝이 리딩보다 점수가 후하게 나오는데 나의 경우는 리스닝 점수가 좋지 못했다. 리스닝 점수를 어떻게하면 높게 받을 수 있을지 고생을 좀 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 토익시험을 다시 칠 기회가 있어서 공부하려 보니 이번엔 '신토익'이 나왔단다. 과거 어렵게 올려놨던 점수는 이미 유효기간이 다 지나있었고 '신토익'이라는 신유형이 나왔다고 한다. 리스닝, 리딩 모두 더 어렵게 출제된다는 소식에 살짝 겁이 났다.


사실 토익시험을 울며 겨자먹기로 보는 수험생들, 취업준비생들이 많다. 토익이 영어실력을 정확히 측정해준다고 믿지는 않는다. 접수비도 비싸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이 이러니 최대한 짧고 굵게 시험공부를 끝낼 수밖에 없다. 서점에 가보니 수많은 토익 모의고사 책들이 많았다. 토익시험시 모의고사 문제집을 고를땐 고민이 많이 된다. 가격 기준으로 살 것인지, 적중률 기준으로 살 것인지, 몇회나 들어있는지 등등 다양한 기준으로 책을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 장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엔 리딩과 리스닝을 분리해 모의고사책을 엮거나 문법, 단어 중심으로 먼저 세세히 공부하길 추천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리딩, 리스닝 3세트씩 모아놓은 모의고사 책이다. 시험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것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리스닝 후 바로 리딩문제를 풀어 연속선상에서 1회 시험을 풀어볼 수 있는 것. 글자 포인트도 커서 실제 시험과 비슷한 환경에서 볼 수 있다. 테스트1,2,3을 찾을 때 빨간색으로 구역표시가 돼 있는데 이것도 좋은 것 같다. 눈에 확 띄기 때문.


이 문제집엔 문제와 해설이 같이 실려 있어서 이것도 장점인 것 같다. 물론 해설이 따로있는 책을 사서 문제를 세세히 분석하면 더 깊이있는 공부가 될 것이긴 하나, 시간이 없는 수험생들의 경우, 대강의 해설이라도 돼있는 책이 편하다. 해설이 잘 돼 있어도 다 읽어볼 시간도 없고 어차피 토익은 스피드 연습이 중요한 시험이다. 앉은 자리에서 실전처럼 문제를 풀어보고 바로 해설을 보고 답과 이유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 정답도 파트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토익입문자들이나 오래간만에 다시 토익시험을 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해보는데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토익시험 전에 마무리로 3세트를 풀어보기에도 좋은 구성 같다.


신토익으로 바뀌면서 리스닝은 좀 더 어려워졌고 리딩도 지문이 좀 길어진 것 같다. 리스닝의 경우 등장인물도 좀 많아지고 다양한 국적의 언어들이 섞여있어 듣기와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병행해야 잘들릴 것이라 생각된다. 리딩은 개인적으로 문법보다 단어와 속독이 더 중요해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문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하는 것보다 얼마나 단어를 정확하게, 많이 아는지, 얼마나 빠르게 지문을 읽을 수 있는지가 관건인 듯 하다. 시간이 금인 시대에 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해설 다운받고 책 바꿔서 문제 풀고 하는 시간을 줄여서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토익은 2년이면 유효기간이 끝나는 시험, 일정기준 이상이면 그만인 시험이다. 토익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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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 비행청소년 12
강신준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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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란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회에 대해 비관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지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부정적 묘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는 헬조선을 진단한 책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학에 기대 진단을 받듯이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학에 기대 해답을 얻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 ‘아 맞다! 우리에겐 경제학이 있지이런 생각이 들면서 경제학에서 뭘 배웠었는지 떠올려봤지만 사실 뚜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경제학일지 모른다. 합리적 경제인만 가득한 세상 말이다. 그러니 딱히 문제도 해답도 떠오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 때 기업 총수들의 청문회를 보며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부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하는 것인지, 공정한 게임이 아닌 불공정한 시스템 하에서 부를 채웠다면 정말 허탈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했듯이 헬조선의 경제는 그들에게 별 문제가 없는 경제로 인식될 수도 있다. 빈부격차가 고착화돼도 부자들에게는 크게 문제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부의 크기가 커지니 반길지도 모르겠다. 반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빈부격차 심화는 큰 문제가 된다. 안 그래도 헬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면 생존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헬조선의 경제는 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위기의 경제인 것이다.

 

빈자와 부자가 인식하는 한국경제는 이렇듯 대척점에 있다. 부자는 청년실업 문제, 환경문제, 저성장 문제 등 산적한 경제문제에 별로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익을 내는데 방해가 된다는 관점에서는 신경쓰겠지만.) 하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갈수록 전세계가 고립주의로 가고 있다. 이민자들을 받지 않고 필사적으로 국내 일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하다보니 다수는 몸부림을 쳐야 살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탄생과 흐름, 위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 요즘 많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 정도로만, 변곡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느낌 정도로만 세계경제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아주 분석적으로 다가올 현상들의 이면을 잘 짚어주고 있었다. 특히 교환경제를 넘어 노동시간을 통한 돈벌이 구조가 고착화돼 자본가들의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진단을 들으니 뭔가 많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것도 사실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서이다. 기성세대들이야 야근하는 것을 대의를 위한 당연한 일로 생각해 희생했지만 기본적 생계문제가 해결된 시대 속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여가시간은 생산성 향상, 행복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기업은 개인에게 끊임없이 여가시간을 줄여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하길 기대한다는 것. 그렇게 빼앗은 여가시간은 자본가의 부를 채우는데 희생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보니 뭔가 크게 잘못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들이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일을 하는 것은 언젠가 스펙을 쌓아 좋은데 취업을 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희망고문으로 삼아 많은 기업들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제일 좋은 사회는 공동체 모두 행복해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소수만 행복하고 다수가 불행한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다수 청장년들이 취업이 안돼 힘들어하는 체제가 지속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내가 공부한 경제학은 반쪽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 경제인들을 바탕으로 한 경제사회와 그 속 원리들을 배우는게 의미없는 작업이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떻게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란 것. 가장 우선적으로 할 것은 왜 우리가 저녁도 없는 삶을 살며 일해도 점점 가난해지는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 본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열심히 일해도 가난해질 수 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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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두뇌 - 비즈니스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경영개념
김병도 지음 / 해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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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한때 경영학이 가장 선호되는 전공이었던 적이 있다. 경제가 쑥쑥 성장하던 때, 대학만 졸업하면 무난히 기업에 취직이 되던 때, 그때를 지나며 경영학은 인기 전공이 됐었다. 경영학이 인기라 나도 전공을 그쪽으로 정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유행은 시들고 요즘은 공대 쪽이 인기란다. 기업이 어떤 시류 속에서 움직이는지,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에 따라 대학생들의 선호 전공이 자주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정부에서는 창업을 많이 하라고 권하지만, 사실 세계적 저성장 속에서 창업시장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월급을 받는 어떤 기업 속에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렇기에 경영학이란 학문을 잘 알면 회사생활하는데 일정정도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경영학 두뇌>란 책은 경영학원론을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 봐도 무방하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맨처음 경영학원론을 배운 후 세부전공을 가지게 되는데, 경영의 세부전공으로 들어가기 전에 경영학이라는 분야의 전체를 넓게 조망해볼 수 있는 것. 7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경영학 일반, 2장 기업가정신과 창업, 3장 전략, 4장 생산 및 운영, 5장 마케팅, 6장 인사·조직, 7장 재무·회계. 77가지의 개념과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케팅과 인사 관련 부분에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해당분야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예를들어 마케팅 분야에 유보가격이란 개념이 나온다. 유보가격은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가격을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커피와 연결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아이스커피는 보통 그냥 커피보다 비싼데 저자는 그 이유를 유보가격에서 찾는다. 아이스커피의 유보가격이 그냥 커피의 유보가격 보다 높은 것이다. 보통 커피 전문점에 왜 아이스커피가 더 비싸냐고 물어보면 원가나 얼음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하지만 얼음이나 원두 원가 차이는 별로 없다. 차이점이라면 뜨거운 커피는 카페인만 주지만 여름의 아이스커피는 카페인에 갈증해소라는 혜택을 더 준다는 것. 그 혜택 때문에 가격이 500~1000원까지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 아이스커피의 유보가격이 그냥 커피보다 올라가는 것이다. 현상의 원인을 경영학 개념으로 알게되니 유보가격이란 개념을 통해 세상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았다.

 

6장 인사·조직편에서 읽은 악질금지조항도 재미있었다. 구글 같은 기업에서는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데 직원평가시 악질행동을 한 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데 심하면 해고조치까지 단행한다는 것. 사실 직장을 다니며 그만두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사람이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일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질 상사 때문에 괴롭힘을 당해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악질 상사들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큰데 이것들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 악질금지조항이다. 요즘 경영계 화두는 직원들이 일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회사 입장에서 어떤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해줘야 하는지에 관한 것. 기업들이 악질금지조항까지 생각해 냈다는데 일단 놀랐고, 효과가 꽤 좋을 것도 같아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100세시대를 살고 있다. 직업도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한 사람이 2~3개의 직업을 가지는게 자연스런 시대가 오고 있다. 50~60대 은퇴 후엔 어쩌면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말했듯이 소규모 기업에서는 소규모 사람들이 경영 전반을 맡아 해야하기에 전략, 생산 및 운영, 마케팅, 인사, 재무 등 경영의 영역들을 두루 알 필요가 있다. 대기업처럼 큰 규모의 기업에 다닌다면 분업화된 팀안에서 특정 업무만 맡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거기서도 다른 분야의 경영지식을 쌓는다면 나중에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할 때 유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학도들이 접하는 다양한 경영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해당 분야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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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글 트레킹 - 플라톤부터 러셀까지 철학자들과 함께한 영국 종단기
게리 헤이든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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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서울둘레길코스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둘레길 코스를 꾸준히 걷고 있는데 북한산 1코스와 관악산 1코스만 걸으면 둘레길 대장정도 끝이 난다. 사실 처음에는 둘레길 완주인증서를 받기 위해 시작했다. 코스 일정 구역마다 빨간 우체통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되는데 사실 앞으로 받을 완주인증서보다 이미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서울 곳곳의 진풍경들을 눈에 담았고 산이 포함된 코스에서는 맑은 공기로 힐링했으며 남편과 대화하며 더 깊은 소통이 이뤄짐을 느꼈다. 걷는 행위는 인간을 꽤 철학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걸으며 하는 사색과 대화는 훨씬 더 인생을 깊이 조감하게 한다. <조글 트레킹>에서 저자가 영국을 종단하며 철학자들의 글이 생각난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니체-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도중에 떠오른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말에 남편과 둘레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했는데 대화 도중 좋은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평소 대단한 상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상담을 해주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이건 순전히 우연한 일이었다. 평상시 내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던 주제였지만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는데 우연히 남편과 이야기를 하며 정답을 찾은 것이다. ‘유레카!’하고 드는 생각은 우연인 경우가 많은데 걷기는 유용한 토대가 된다.

 

<조글 트레킹>을 읽으며 뭔가 도전의식이 마구 생김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은 됐다. 발이 짓무르는 등 육체는 피폐해지며 돈이 얼마 없으면 일정대로 움직여야 해서 자연을 즐기는 것조차 사치일 수도 있다는 것. 기계적으로 걷다보면 지루함이 밀려올 수도 있고 몸을 매일 혹사하는 일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란 것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럼에도 부러웠다. 영국 종단이라는 목표는 어떤 큰 대의가 아니며 개인의 사소한 목표일지라도 단순히 걷기만 해도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느낄 성취감, 과정에서 마주할 담백함, 심플함이 주는 생경한 위로 등을 떠올려보자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책 속 문장 중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삶이란 길어야 100년인데 요즘은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돈 버는 기계인가하는 자괴감과 함께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을 많이 본다. 이렇게 살다보면 금방 인생의 끝에 다다를텐데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을 혹사할지언정 가슴뛰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걷는 행위는 비록 단순하지만,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완주의 목표를 가지고 걷다보면 과정은 힘들지언정 어떤 상황도 이겨내게 되는데 이런 성공 경험을 가정에, 직장에 대입해보면 얼마간 활력을 위한 돌파구를 찾게 되지 않을까도 싶다.

 

단기 여행을 계획 중인데 이 책을 보며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종단이나 횡단 코스를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코스는 어떨까. 해외여행을 가서 며칠 머무르고 오는 것도 좋지만 내가 발 디디고 사는 우리나라 구석을 누비며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그런 경험을 만들면 나이들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남기면 더더욱 좋고. <조글 트레킹>이란 책을 낸 저자는 그런면에선 참 행운아이다.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면 영국 종단의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기 때문.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영국 종단 고군분투기를 간접 경험하며, 각자가 인생의 물음표를 가치 있게 채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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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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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재원 아나운서의 라다크 여행기를 읽어보니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라다크’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고산지대다. 김홍성 아나운서와 함께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촬영차 라다크에 갔다가 여행기를 내놓은 것. 고산지대, 자전거 트래킹, 촬영. 이 삼 박자가 그의 여행을 꽉 채우고 있었다. 몸은 정말 고되게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한 여행이란다. 고급 호텔에 머물며 몸이 편한 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일로 찾아간- 일반 여행보다 몇 배는 힘든 여행길이 마음의 평안을 줄 때도 있는 법. 휴가를 반납하고 라다크 촬영길에 오를 만큼 여행을 평소 즐겨하고 글쓰기도 잘 하는 그가 내놓은 여행기는 읽는 내내 ‘부러움’을 자아냈다.

 

여행은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 사물, 자연... 모든 것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김재원 아나운서도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온 몸으로 맞으며 다양한 생각들을 한 것 같았다. 미리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 그는 길을 잃고 목적지와는 다른 곳에 가게 된다. 이 때 그가 한 생각은? ‘라다크에서 잃을 길을 미리 잃었다고 생각하자.’ 긍정의 아이콘이다. 거기에다 ‘과대평가 돼 있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리라.’ 그의 성찰은 후회 투성이인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했다. 여행길에서 만난 노부부에게 큰절을 하며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는 모습은 어떠한가. 여행 내내 그는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해발 5000m가 넘는 곳에 오르며 하늘에 더 가까이 가서 그런지 말과 생각들이 더 순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다크 여행기를 읽으며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은 ‘친구’였다. 책에서 그려진 김홍성 아나운서는 꽤 유쾌한 사람이었다. 프로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었다. 어디서든 말을 잘 걸고 친화력이 뛰어난 김홍성 아나운서, H 덕분에 이 책에는 유머 코드가 많이 실렸다. 특히 휴식시간을 주면 김재원 아나운서는 책을 읽었고 김홍성 아나운서는 피부관리를 했다는 부분에서 얼마나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극명하게 다른지, 웃음이 빵 터졌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자전거 트래킹, 그 고된 과정을 재미있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피디 선배가 시켜서 한 것이었겠지만 두 아나운서가 서로에게 엽서를 적어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참으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해외 우편의 성공률이 낮다고 해도 그렇게 한국에 가서 엽서를 보고 간직하면 얼마나 큰 의미가 될까. 해외에 자유여행을 가면 꼭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됐다. ‘기억은 나이 든 형제’라고 루소가 말했듯이 라다크의 기억도 자신과 함께 늙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김재원 아나운서. 우리의 삶을 어떤 기억으로 채워 나갈 것인지는 우리의 자유다. 제자리에 있어도 되고 왔던 길을 다시 가도 되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도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억은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 김 아나운서에게 라다크의 기억은 ‘마음 행복’을 준 뿌듯함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기억과 함께 늙어 갈 것인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행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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