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 트레킹 - 플라톤부터 러셀까지 철학자들과 함께한 영국 종단기
게리 헤이든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 주말엔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서울둘레길코스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둘레길 코스를 꾸준히 걷고 있는데 북한산 1코스와 관악산 1코스만 걸으면 둘레길 대장정도 끝이 난다. 사실 처음에는 둘레길 완주인증서를 받기 위해 시작했다. 코스 일정 구역마다 빨간 우체통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되는데 사실 앞으로 받을 완주인증서보다 이미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서울 곳곳의 진풍경들을 눈에 담았고 산이 포함된 코스에서는 맑은 공기로 힐링했으며 남편과 대화하며 더 깊은 소통이 이뤄짐을 느꼈다. 걷는 행위는 인간을 꽤 철학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걸으며 하는 사색과 대화는 훨씬 더 인생을 깊이 조감하게 한다. <조글 트레킹>에서 저자가 영국을 종단하며 철학자들의 글이 생각난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니체-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도중에 떠오른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말에 남편과 둘레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했는데 대화 도중 좋은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평소 대단한 상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상담을 해주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이건 순전히 우연한 일이었다. 평상시 내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던 주제였지만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었는데 우연히 남편과 이야기를 하며 정답을 찾은 것이다. ‘유레카!’하고 드는 생각은 우연인 경우가 많은데 걷기는 유용한 토대가 된다.

 

<조글 트레킹>을 읽으며 뭔가 도전의식이 마구 생김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은 됐다. 발이 짓무르는 등 육체는 피폐해지며 돈이 얼마 없으면 일정대로 움직여야 해서 자연을 즐기는 것조차 사치일 수도 있다는 것. 기계적으로 걷다보면 지루함이 밀려올 수도 있고 몸을 매일 혹사하는 일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란 것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럼에도 부러웠다. 영국 종단이라는 목표는 어떤 큰 대의가 아니며 개인의 사소한 목표일지라도 단순히 걷기만 해도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느낄 성취감, 과정에서 마주할 담백함, 심플함이 주는 생경한 위로 등을 떠올려보자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책 속 문장 중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삶이란 길어야 100년인데 요즘은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돈 버는 기계인가하는 자괴감과 함께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을 많이 본다. 이렇게 살다보면 금방 인생의 끝에 다다를텐데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을 혹사할지언정 가슴뛰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걷는 행위는 비록 단순하지만,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완주의 목표를 가지고 걷다보면 과정은 힘들지언정 어떤 상황도 이겨내게 되는데 이런 성공 경험을 가정에, 직장에 대입해보면 얼마간 활력을 위한 돌파구를 찾게 되지 않을까도 싶다.

 

단기 여행을 계획 중인데 이 책을 보며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종단이나 횡단 코스를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코스는 어떨까. 해외여행을 가서 며칠 머무르고 오는 것도 좋지만 내가 발 디디고 사는 우리나라 구석을 누비며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그런 경험을 만들면 나이들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남기면 더더욱 좋고. <조글 트레킹>이란 책을 낸 저자는 그런면에선 참 행운아이다.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면 영국 종단의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기 때문.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영국 종단 고군분투기를 간접 경험하며, 각자가 인생의 물음표를 가치 있게 채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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