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 비행청소년 12
강신준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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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란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회에 대해 비관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지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부정적 묘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는 헬조선을 진단한 책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학에 기대 진단을 받듯이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학에 기대 해답을 얻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 ‘아 맞다! 우리에겐 경제학이 있지이런 생각이 들면서 경제학에서 뭘 배웠었는지 떠올려봤지만 사실 뚜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경제학일지 모른다. 합리적 경제인만 가득한 세상 말이다. 그러니 딱히 문제도 해답도 떠오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 때 기업 총수들의 청문회를 보며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부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하는 것인지, 공정한 게임이 아닌 불공정한 시스템 하에서 부를 채웠다면 정말 허탈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했듯이 헬조선의 경제는 그들에게 별 문제가 없는 경제로 인식될 수도 있다. 빈부격차가 고착화돼도 부자들에게는 크게 문제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부의 크기가 커지니 반길지도 모르겠다. 반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빈부격차 심화는 큰 문제가 된다. 안 그래도 헬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면 생존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헬조선의 경제는 빨리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위기의 경제인 것이다.

 

빈자와 부자가 인식하는 한국경제는 이렇듯 대척점에 있다. 부자는 청년실업 문제, 환경문제, 저성장 문제 등 산적한 경제문제에 별로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익을 내는데 방해가 된다는 관점에서는 신경쓰겠지만.) 하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갈수록 전세계가 고립주의로 가고 있다. 이민자들을 받지 않고 필사적으로 국내 일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하다보니 다수는 몸부림을 쳐야 살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탄생과 흐름, 위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 요즘 많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 정도로만, 변곡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느낌 정도로만 세계경제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아주 분석적으로 다가올 현상들의 이면을 잘 짚어주고 있었다. 특히 교환경제를 넘어 노동시간을 통한 돈벌이 구조가 고착화돼 자본가들의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진단을 들으니 뭔가 많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것도 사실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서이다. 기성세대들이야 야근하는 것을 대의를 위한 당연한 일로 생각해 희생했지만 기본적 생계문제가 해결된 시대 속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여가시간은 생산성 향상, 행복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기업은 개인에게 끊임없이 여가시간을 줄여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하길 기대한다는 것. 그렇게 빼앗은 여가시간은 자본가의 부를 채우는데 희생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보니 뭔가 크게 잘못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들이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일을 하는 것은 언젠가 스펙을 쌓아 좋은데 취업을 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희망고문으로 삼아 많은 기업들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제일 좋은 사회는 공동체 모두 행복해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소수만 행복하고 다수가 불행한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대다수 청장년들이 취업이 안돼 힘들어하는 체제가 지속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내가 공부한 경제학은 반쪽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 경제인들을 바탕으로 한 경제사회와 그 속 원리들을 배우는게 의미없는 작업이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떻게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란 것. 가장 우선적으로 할 것은 왜 우리가 저녁도 없는 삶을 살며 일해도 점점 가난해지는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 본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열심히 일해도 가난해질 수 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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