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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평점 :
KBS 김재원 아나운서의 라다크 여행기를 읽어보니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라다크’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끝자락에 위치한 고산지대다. 김홍성 아나운서와 함께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촬영차 라다크에 갔다가 여행기를 내놓은 것. 고산지대, 자전거 트래킹, 촬영. 이 삼 박자가 그의 여행을 꽉 채우고 있었다. 몸은 정말 고되게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한 여행이란다. 고급 호텔에 머물며 몸이 편한 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일로 찾아간- 일반 여행보다 몇 배는 힘든 여행길이 마음의 평안을 줄 때도 있는 법. 휴가를 반납하고 라다크 촬영길에 오를 만큼 여행을 평소 즐겨하고 글쓰기도 잘 하는 그가 내놓은 여행기는 읽는 내내 ‘부러움’을 자아냈다.
여행은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 사물, 자연... 모든 것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김재원 아나운서도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온 몸으로 맞으며 다양한 생각들을 한 것 같았다. 미리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 그는 길을 잃고 목적지와는 다른 곳에 가게 된다. 이 때 그가 한 생각은? ‘라다크에서 잃을 길을 미리 잃었다고 생각하자.’ 긍정의 아이콘이다. 거기에다 ‘과대평가 돼 있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리라.’ 그의 성찰은 후회 투성이인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했다. 여행길에서 만난 노부부에게 큰절을 하며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는 모습은 어떠한가. 여행 내내 그는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해발 5000m가 넘는 곳에 오르며 하늘에 더 가까이 가서 그런지 말과 생각들이 더 순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다크 여행기를 읽으며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은 ‘친구’였다. 책에서 그려진 김홍성 아나운서는 꽤 유쾌한 사람이었다. 프로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었다. 어디서든 말을 잘 걸고 친화력이 뛰어난 김홍성 아나운서, H 덕분에 이 책에는 유머 코드가 많이 실렸다. 특히 휴식시간을 주면 김재원 아나운서는 책을 읽었고 김홍성 아나운서는 피부관리를 했다는 부분에서 얼마나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극명하게 다른지, 웃음이 빵 터졌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자전거 트래킹, 그 고된 과정을 재미있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피디 선배가 시켜서 한 것이었겠지만 두 아나운서가 서로에게 엽서를 적어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참으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해외 우편의 성공률이 낮다고 해도 그렇게 한국에 가서 엽서를 보고 간직하면 얼마나 큰 의미가 될까. 해외에 자유여행을 가면 꼭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됐다. ‘기억은 나이 든 형제’라고 루소가 말했듯이 라다크의 기억도 자신과 함께 늙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김재원 아나운서. 우리의 삶을 어떤 기억으로 채워 나갈 것인지는 우리의 자유다. 제자리에 있어도 되고 왔던 길을 다시 가도 되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도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억은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 김 아나운서에게 라다크의 기억은 ‘마음 행복’을 준 뿌듯함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기억과 함께 늙어 갈 것인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행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