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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직업체험 매뉴얼 작성법
양소영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6월
평점 :
[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 자유학기제의 출발 ‘전환학년제’의 모든 것
초, 중, 고 12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가졌는가. 막상 대학교에 가보면 내가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 앞으로 진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에 직면한다. 그런 사람들은 전과나 편입 같은 수단으로 다시 인생을 설계하고는 한다. 나 또한 경영학도가 되겠다는 애초의 꿈과는 다르게 대학 1학년 동안 사회계열에서 여러 과목들을 들으며 법학도로 진로를 변경했었다. 그나마 계열로 들어갔으니 진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된 경우다. 이렇듯 수많은 진로 방황자들을 양산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본인이나 사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각 분야의 위인들을 보면 강점을 어렸을 적부터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꼭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어렸을 적부터 잘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야에서 꽃을 피운 그들은 분명 선택과 집중의 귀재들이었다. 이런 위인들을 사회에서 길러내려면 어렸을 적부터 어디에 소질이 있고 어디에서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런 토대를 제공해주려는 생각이 ‘자유학기제’라는 아이디어로 표출됐다. 물론 이것은 아일랜드에서 40여년 동안 시행하고 있는 ‘전환학년제’를 모티브로 한다.
아일랜드는 중, 고등학교 과정 6년 중에서 4년째 되는 해에 전환학년제를 시행한다. 이 기간 동안에 충분히 체험활동 등을 통해 진로와 적성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한국과 비슷하게 좋은 대학을 나와야 취직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교육열이 높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 한 가지 만으로 대학에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아일랜드 학생들은 어렸을 적부터 시험 공부에 몰두한다. 중학교 졸업시험도 있다는데 이렇게 시험에만 매몰되는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여주기 위해 1970년대 초반부터 전환학년제가 시행됐다.
저자는 입학사정관을 지냈고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로서 자유학기제의 모티브가 된 ‘전환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아일랜드를 찾아 그 실상을 보고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기제를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고 2016년부터는 전면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유학기제’라는 화두를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와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며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제도 도입이 맞는지 고민해보게 됐다. 독일처럼 강소기업들이 많아서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좋은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가 크고 일할 수 있는 산업의 범위도 좁은 아일랜드, 한국 같은 나라들은 치열한 경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와 우리나라가 꼭 같은 교육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이미 수능 이외에 수시제도로 교내 성적을 잘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대학 입학을 수능에만 집중시키는 아일랜드와는 조금 다르게 시스템을 가지고 갈 여유가 있다. 중학생들이 졸업시험을 보는 아일랜드와도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면 중학교 1학년 때 1학기 동안 운영할텐데 중학교 졸업시험이 없기에 학교 재량적으로 체험활동 시간을 늘리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동안 적성검사를 통해 고교 선택과목, 대학 학과 선택에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수시로 과정을 평가하며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데 평가방식에 따라 또 다른 시험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토론 문화에 익숙한 서양 학생들과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동적인 교육환경에 익숙해 질문에 대답도 잘 안하는데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할지 걱정도 된다.
어렸을 적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시간을 줘야한다는 아이디어에는 동의한다. 자신이 진학할 학과도 성적 따라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취업이 잘 되는 과니까 적성에도 안 맞는 과에 그냥 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찾아도 그 적성에 따라 일할 일자리가 없다면? 적성을 찾아주는 것도 별 소용없는 일이 된다. 대신에 강소기업들을 많이 만들고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도록 국가의 노력이 병행돼야 자유학기제 같은 제도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교육정책을 시행하든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기간을 내다보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결실을 맺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자유학기제의 장점들도 많이 봤지만 자유학기제가 한국 교육 풍토에 잘 정착하기까지의 장애물들도 많이 보여 잘 시행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