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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 어셔 지음, 리즈 아델 그뢰쉔 사진, 공보경 옮김 / 서울셀렉션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눈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사진과 영화의 공통점은? 과거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사진이나 영화처럼 현재를 과거로 잘 보존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 외국인들이 서울 지하철 여행기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궁금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대학교 때 상경해 서른이 갓 넘은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는 내가 보는 서울과 또 다른 모습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읽은 이 책은 현재를 타임캡슐에 담아 미래로 고이 보내줄 것 같은 인상을 줬다. 2014년 현재 서울의 모습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담은 말하자면 서울 일기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 다르다. 눈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찰리와 리즈가 발견한 강변역의 공중전화가 그렇다. 국내 여행을 갈 때 수도 없이 들렀던 강변역에서 공중전화를 눈여겨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공중전화는 고물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눈에는 공중전화가 보였고 그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로 군인들.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하는 군인들에게는 휴가시 필수 아이템이 바로 공중전화. 찰리는 그 군인이 세 번 만에야 통화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대목에서 그들이 얼마나 세심한 부분까지 관찰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명동역에서 마주한 닭도 마찬가지다. 명동역에 가면 즐비한 브랜드 매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부였는데, 그들 눈에는 닭도 보였다. 매번 가는 곳만 가는 나이기에 눈이 머무는 곳도 달랐을 수밖에.
이곳에 소개된 지역들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나뉜다. 내가 가본 곳도,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다. 그 중에 합정역은 내가 자주 가는 곳 중 하나. 신촌, 홍대에서만 놀다가 처음 가 본 합정은 파라다이스였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맛집도 많았기에. 그런데 외국인이 본 합정은? 천주교, 카페거리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보는 장소가 됐다. 노량진은 어떠한가. 내가 서울에 오래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 TV나 말로만 많이 들었던 곳이 바로 노량진이다. 이번 주말 회라도 먹으러 일부러 들러보고 싶어졌을 정도로 노량진의 활기있는 모습들이 잘 묘사돼 있다.
나는 최근 블로그에 여행기를 담는데 취미가 생겼다. 찰리가 쓴 여행기를 읽으며 진정한 여행기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다 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만 볼 수 있는, 스토리가 담긴 소재들을 보고 기록할 수 있다면 멋진 여행기 한 편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이 서울 지하철 여행기를 소재로 한 것 자체가 참신했는데 내용 또한 서울 시민을 감동시키는 구석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지역들이 생겼고 서울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다는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영향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