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코드 - 까이지 않고, 당하지 않고, 인생의 승자로 사는 법
필 맥그로 지음, 배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라이프 코드] 까이지 않고, 당하지 않고, 인생의 승자로 사는 법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중에 MBC ‘왔다! 장보리’가 있다. 주인공 보리를 괴롭히기 위해서 애쓰는 민정이는 자기 밖에 모르는 성정에 사람들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 모습이 얄미워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 속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난다면? 그리고 민정이 손에 놀아나는 사람이 내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민정이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고 내가 농락당한 적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이 번성하려면 선한 이들이 수수방관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분명 착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이 있다고 해서 악한 사람들이 잠잠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 참아주는 사이 악한 사람들은 착한 이들을 이용하려 든다. 이 책에는 이 악한 사람들을 분별하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바로 ‘8악’인데 악인들의 특징을 알고 대처하라는 의미다. 저자는 자신 주변에 악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의 특징과 계략의 패턴이 수록돼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체적이어서 사실 놀란 부분도 있다.

 

8악을 보니 대략 이러했다. 악한 자들은 오만방자하고 타인을 수단으로 이용한다.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갈등상황을 즐긴다. 죄책감이 없으며 자기자랑을 일삼는다. 인간관계가 오래가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져 산다. 사실 세상을 살다보면 ‘어! 이 사람 좀 이상하네!’하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장점 없는 사람 없고 단점 없는 사람 없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살다가는 악한 이들을 분별하지 못해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저자는 악한 이들에게 당한 경험들을 말하며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촉은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적당히 넘어가다가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신의 본 모습에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들에게 당당히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한 구석, 숨기고 싶은 모습을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당당해질 수 있다. 악인들의 계략을 보니 아첨을 잘하고, 험담을 잘하며 상대를 공범으로 이끄는 시나리오던데 이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의심하며 만난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옳은 가치에 대해서 혼란을 주는 사람들을 지금까지 여럿 봤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과거를 조작해 말하면서도 죄책감이 없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발언을 하는 친구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내 가치관이 잘못되지 않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확실히 인지하고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바라봄이다 - 현재를 사는 크리스천에게 고하다
김인중 지음 / 넥서스CROSS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은 바라봄이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언젠가 교회에서 설교를 듣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제일 바쁘다’라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과거 아이들은 맘껏 뛰놀며 자유시간이 많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가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니 어른보다 더 바쁘다는 풍자를 한 것. 그런데 그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건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걸까.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녹초가 될 때까지 직장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자기계발을 위해 또 열심히 공부한다. 이렇게 열심히 바쁘게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연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때론 계속 달리는 것보다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여유도 필요하다. 그래야 인생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소개글 때문이었다. 매사 열심히 살고 바쁘게 사는 것은 내 전공이지만 난 항상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열심히 달려도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달려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것. 그런데 그 삶의 목적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다. 어른이 될수록 자신의 한계를 체감하게 되고 삶의 목표가 점차 희미하게 된다. 그래서 한시적인 목표에 함몰돼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삶의 큰 비전 없이는 일관된 삶의 방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진한 여운을 남겼던 부분은 나이 드는 것에 관한 글이었다. 나이 들수록 긍정적이고 수용력이 넓은 사람이 돼야한다는 것. 사실 나이든 사람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이미 고착화된 자신의 습관이나 시각으로 틀을 만들어 사람들을 평가하고 잔소리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주변을 돌아봐도 본받을 점이 있어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잔소리가 심해서 대화 나누기도 꺼려지는 이들도 있다. 나이 들수록 누군가에게 본받을 점이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내가 삶의 주연이지만 한 발짝 물러나 조망할 필요도 하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표현하는 ‘바라봄’이 아닐까. 그런 저자의 시각에서 본 다양한 관점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쇼윈도 라이프에 관한 것. ‘외적인 것, 물질적인 것’에 치우쳐 명품에 기대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풍토에 대한 얘기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름 있는 커피숍에 가야 커피를 제대로 마신 것 같고, 명품 가방을 사야 마음이 든든하게 된 나를 되돌아보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세련된 삶은 외적인 센스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센스’를 따지는 삶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내 삶을 한 발짝 물러나 보니 삶에 그 분을 들여 말씀, 기도 생활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일임을 깨닫게 됐다. 삶의 의미가 뭔지 돌아보는데 개인적으로도, 종교생활적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답게 산다는 것 - 중국교육TV <명가논단>의 명품 강연「고전 인생수업」
자오스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답게 산다는 것]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인생 6강

 

아직 인생의 전반전을 뛰고 있는 나이지만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들을 겪으며 느끼는 것은 ‘인생사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성인이 되고 나이가 차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임을 매순간 느끼게 된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세 끼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도 하는 등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에 충실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나 사람다움을 양념으로 첨가하며 살려면 반드시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어려운 것이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평균적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그 평균만 돼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텐데.

 

이 책에는 유가, 도가, 선가, 묵가, 법가, 병가의 입장에서 인생사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뭔지 음미하게 하는 주제들이 나와 있다. 여러 좋은 말들이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요리해본다. 가깝게는 부모로부터 시작해 주변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모르는 타인들부터 정치적 시각에서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이들과 관계 맺으며 살 때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유가에서는 효사상을 중시한다. 효심이 없다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반포보은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는 자라서 어미에게 먹이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는 어미가 자신에게 먹이를 줘 키워줬으니 이로써 은혜를 갚는 것이다. 까마귀도 은혜 갚음을 아는데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부모님의 사랑을 알고 효도해야 한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렀다. 자신의 생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년 정도는 부모가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부모를 삼 년도 돌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내용이 나왔다. 부모님께 받은 만큼만 돌려주려고 해도 효자, 효녀가 차고도 넘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효는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것이다.

 

눈을 주변 사람들로 돌려보자. 법가에서 한비자는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고 판단했다. 때때로 상대방에게 온갖 달콤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것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고 대하면 소원했던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요즘 사람들인데 진정 사람답게 살려면 이타적인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자는 어떠한가. 시선은 아래로 행동은 위로 하라고 했다.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줘야 한다는 것. 아무리 부자들이 고차원적인 문화를 외쳐대도 기본적인 것들이 채워지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면 그 문화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람답게 살려면 주변을 돌아보는 지혜도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됐다.

 

노자에게서는 자연스러운 것이 사람답게 사는 최고의 방법임을 배우게 됐다. 인위적인 것은 좋지 않다. 정치에서도 작은 생선을 굽듯 나라를 다스리라는 명언을 듣게 됐다. 생선을 구울 때 자꾸 뒤집으면 생선살이 다 부서진다.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있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것. 인생을 살다보니 내 맘대로 되는 게 많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어떤 일이든 순리에 따르고 결과를 억지로 바꾸지 않으려고 하면 마음도 편하고 주변 사람들도 편하게 된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내세우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며 순리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기본이라도 제대로 하고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임을 다시금 느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15
정인수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인생의 마디를 시간에 남기다

 

나무는 자라며 나이테를 남긴다. 식물의 줄기도 자세히 보면 마디를 형성하며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인생의 마디를 시간에 남긴다. 그것들이 바로 관혼상제 의식이다. 성인이 됐다고 기념하는 관례, 평생의 인연을 만드는 혼례, 하늘나라로 사람을 떠나 보내는 상례,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는 제례까지 우리는 인생을 살며 중요한 마디들을 기념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관혼상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다보니 관혼상제를 모두 겪어 봤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나라의 풍습이 전부인양 생각하지 않고 지구촌 다른 나라들이 어떤 관혼상제 문화를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피부색도 다르고 쓰는 언어도 다르며 여러 가지로 문화가 다르지만 주어진 인생 시계에 따라 나이 들고 늙어가며 풍습을 겪는 것은 똑같기에 같은 듯 다른 듯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관례 부분에서 과거 우리 나라는 어른이 됐다고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풍습이 있었다. 들돌을 들면 어른으로 인정해주기도 했다. 반면 인상 깊었던 나라는 바누아투. 번지점프를 시키는데 안전장치가 허술했다. 들돌만 들면 어른으로 인정해줬던 우리나라가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찌 보면 무모한 관례의식이었다. 현대로 오며 더 이상 들돌을 들지 않아도 일정 나이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해주게 됐는데 요즘의 ‘성년의 날’은 ‘해방’ 이외에 어떤 의미를 두는지 잘 모르겠다. 여러 나라 풍습을 보니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유 못지 않게 책임의식을 가지란 의미를 주는 것 같은데 관례 의식이 주는 무거운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혼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제일 재미있었다. 지참금을 가지고 베트남과 인도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베트남은 남자가 여자 쪽에 지참금을 준다. 반대로 인도는 여자가 거액의 지참금을 남자 집에 준다. 한 쪽이 다른 쪽에 지참금을 준다는 것도 어색한 일인데 성별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니 참으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가 만약 인도에서 태어났다면 돈을 잘 벌어도 남자 집에 지참금을 줘야한다는 것인데 좀 억울할 것 같다. 터키에서는 결혼식이 파티처럼 열린다. 7단 케이크가 등장하고 춤을 추는 등 파티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는 것. 한국 결혼식도 많이 간소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 터키처럼 형식보다 실용적인 식을 올리는 것이 결혼 의미에도 더 맞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상례, 제례에 있어서도 한국과 다른 풍습을 가진 나라들이 많았다. 특히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할지 묘지에 묻을지 나라마다 달랐다.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 묘지금지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반면 유태인들은 웬만해서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 실정에 따라 죽은 이의 사후처리도 달라지는 것.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가에 가서 망자를 화장시키고 베트남에서는 평생 벌어 장례를 치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많이 들여 장례를 치른다. 사람의 죽음에 대해 가지는 경건함의 의미는 같지만 어떤 형식으로 장례를 치를지는 나라 사정마다 달랐다. 일본은 고위관료들의 신사참배로 욕을 먹을 때가 많은데 일본인들에게 신사는 자신들의 직계 가족의 제사보다 더 자주 행사를 치르는 곳이었다. 일본에는 신들이 많은데 신들을 모셔놓은 곳이 신사다.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비는 경우가 많다는데 야스쿠니 신사의 경우 전범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들에게 전범은 자국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로 생각돼 신으로 모시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전범을 신격화해 모신다는 것이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형식이냐 실용성이냐. 관혼상제 이야기를 읽으며 두 부분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의식의 결과물이 달라짐을 알게 됐다. 결과물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의식을 치르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각 나라들이 마치 짠 것처럼 관혼상제라는 틀을 만들고 의식을 치른다는 자체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대통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비슷한 틀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분명 인간사는 비슷한 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이로써 지구촌은 관혼상제를 매개로 둥글둥글 통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 삼성 최고의 중국통이 말하는 대륙을 움직이는 5가지 힘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1
류재윤 지음 / 센추리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중국식 체면 문화의 실체

 

중국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중국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중국어 선생님이 자주 했던 말씀 중 하나, 바로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기에 속마음을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고 매사 과장해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 이 책에도 중국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체면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 체면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식 배려’를 의미하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중국식 이기주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상사가 놀림감이 될 수 있는 녹색모자를 쓰고 다녀도 중국 직원이 말해주지 않아 망신을 당했다는 일화는 중국인들의 체면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사실 중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중국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땅덩어리도 넓고 인구도 많아서 그들의 ‘평균’을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그들’로 나눠지는 중국인들의 사회에서 몇 십년간 일하며 중국인들을 지켜본 저자의 말을 참고한다면 이 평균적인 앎이 진실을 아는데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특히 ‘꽌시’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중국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꽌시’의 실체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에 저자는 더욱 조심스럽게 말하는 듯 보였다. 꽌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말로는 연줄, 인맥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중국에서는 자신이 아는 이와 모르는 이로 사람들을 분류하는데 ‘친구’가 되면 ‘우리’에 포함돼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꽌시’, 즉 인맥을 형성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한국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중국인과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의 꽌시는 서로의 체면을 중시하며 추구하는 실리다. 즉 작은 부탁이라도 상대가 들어주면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하는 것. 그러나 한국인의 꽌시는 잘 아는 인맥이라면 작은 부탁은 그냥 들어주는 사이로 치부된다. 같은 부탁이라도 중국에서는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 절대 친구를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친구에게서 알고 싶은 고급 정보가 있다면 직접 부탁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컴퓨터 화면으로 보게 해주는 등 피할 구멍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또 대화할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같은 얘기는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것이 중국 사람들이다. 잘못한 일이 있어도 절대 사과하지도 않는다. 모두 체면을 중시하기에 서로 통용되는 문화다. 그러니 중국인들과 일할 때는 결과만 듣지 말고 과정을 복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국어를 조금 해도 중국인들은 ‘당신 중국어 정말 잘하네요!’하고 칭찬할지 모른다. 성조부터 제대로 하라는 둥 진실을 얘기해봤자 상대의 체면만 구기기 때문이다. 말의 결과만 듣고 보면 우쭐할 수 있지만 과정을 보면 왜곡된 진실이다. 한국인도 서양 사람들에 비해 많이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인들에 비할 것은 못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우공이산’이라는 성어를 좋아한다. 우직하게 노력하면 산도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중국인들의 삶을 이 성어에 비유했다.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사람들 같다’는 표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중국인들은 시간을 길게 보고 뭐든지 여유를 가지고 노력한다는 말인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나름 교훈이 되는 이야기였다. 장구한 역사와 거대한 스케일의 땅, 수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는 중국을 책 한권으로 다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해 알 만큼 알고 겪어볼 만큼 겪어본 전문가인 저자가 ‘나는 아직도 중국을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겸손은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의 겸손 덕분에 중국식 체면의 양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