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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 삼성 최고의 중국통이 말하는 대륙을 움직이는 5가지 힘 ㅣ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1
류재윤 지음 / 센추리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중국식 체면 문화의 실체
중국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중국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중국어 선생님이 자주 했던 말씀 중 하나, 바로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기에 속마음을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고 매사 과장해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 이 책에도 중국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체면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 체면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식 배려’를 의미하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중국식 이기주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상사가 놀림감이 될 수 있는 녹색모자를 쓰고 다녀도 중국 직원이 말해주지 않아 망신을 당했다는 일화는 중국인들의 체면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사실 중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중국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땅덩어리도 넓고 인구도 많아서 그들의 ‘평균’을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그들’로 나눠지는 중국인들의 사회에서 몇 십년간 일하며 중국인들을 지켜본 저자의 말을 참고한다면 이 평균적인 앎이 진실을 아는데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특히 ‘꽌시’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중국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꽌시’의 실체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에 저자는 더욱 조심스럽게 말하는 듯 보였다. 꽌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말로는 연줄, 인맥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중국에서는 자신이 아는 이와 모르는 이로 사람들을 분류하는데 ‘친구’가 되면 ‘우리’에 포함돼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꽌시’, 즉 인맥을 형성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한국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중국인과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의 꽌시는 서로의 체면을 중시하며 추구하는 실리다. 즉 작은 부탁이라도 상대가 들어주면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하는 것. 그러나 한국인의 꽌시는 잘 아는 인맥이라면 작은 부탁은 그냥 들어주는 사이로 치부된다. 같은 부탁이라도 중국에서는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 절대 친구를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친구에게서 알고 싶은 고급 정보가 있다면 직접 부탁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컴퓨터 화면으로 보게 해주는 등 피할 구멍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또 대화할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쁠 것 같은 얘기는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것이 중국 사람들이다. 잘못한 일이 있어도 절대 사과하지도 않는다. 모두 체면을 중시하기에 서로 통용되는 문화다. 그러니 중국인들과 일할 때는 결과만 듣지 말고 과정을 복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국어를 조금 해도 중국인들은 ‘당신 중국어 정말 잘하네요!’하고 칭찬할지 모른다. 성조부터 제대로 하라는 둥 진실을 얘기해봤자 상대의 체면만 구기기 때문이다. 말의 결과만 듣고 보면 우쭐할 수 있지만 과정을 보면 왜곡된 진실이다. 한국인도 서양 사람들에 비해 많이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인들에 비할 것은 못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우공이산’이라는 성어를 좋아한다. 우직하게 노력하면 산도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중국인들의 삶을 이 성어에 비유했다.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사람들 같다’는 표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중국인들은 시간을 길게 보고 뭐든지 여유를 가지고 노력한다는 말인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나름 교훈이 되는 이야기였다. 장구한 역사와 거대한 스케일의 땅, 수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는 중국을 책 한권으로 다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해 알 만큼 알고 겪어볼 만큼 겪어본 전문가인 저자가 ‘나는 아직도 중국을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겸손은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의 겸손 덕분에 중국식 체면의 양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