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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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군이 가진 매력을 톡톡히 엿볼 수 있는 유튜브 순기능을 통해 우리는 법의학자, 범죄심리분석관, 포렌식 전문가 등을 손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읽는다.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할 지 어려운 세상에서 입증가능한 증거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이 책에도 눈길이 갔다.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인 저자 황민구가 들려주는 스토리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겨 읽었다.

<선희>는 영상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대야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시력을 잃어가는지도 모를만큼 분주한 삶을 살아왔던 그에게 어느날 선영이 찾아온다. 제주 한달살이를 하러 간 선희의 실족사로 가족들은 힘들어했고, 동생 선영은 우울증이었던 언니를 너무 모른 채 살아왔노라 고백한다. 흩어져있던 여러 퍼즐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길 바랐고, 그 끝에는 선희의 절박함에 가슴이 매어졌다. 삶의 의지가 있던,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던 선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게 된다.

기억은 이따금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과 점점 멀어져 왜곡되고 비틀어진다. 그렇게 변형된 기억은 점점 강해져 몸집을 불리고 그 사람의 신념으로 자리 잡는다. 객관적 증거도, 진실도 소용없어진다. 하지만 영상이나 사진은 다르다. 왜곡되지 않으며 자체 편집되지 않는다. 해석하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편집할 수는 있어도, 영상 증거는 그저 사실만을 기록할 뿐이다. -p133

우리는 사진/영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천개의 눈 CCTV가 어디서든 나를 찍고 있고, 손 안의 휴대폰 속 카메라를 통해 나 역시 무언가를 남긴다. 기쁘고 속상한 일은 물론이거니와 감정상태에 따른 날씨사진을 남기기도 하고, 입은 옷, 먹은 것 등 무수히 많은 것을 기록하고 살아간다.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도 하지만, 죽은 이가 남긴 것이라면 별 것 아닌 사진조차 흘려보내진 못한다. '왜? 무엇을' 남기려고 한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선희가 찍은 사진들을 통해 퍼즐을 맞춰가는 대야를 보며, 나는 누군가의 사진을 그렇게 세심하게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생각했다. 사진 그 자체로만 봤을 뿐, 숨겨진 트릭을 고민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합성 사진이 많아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란 더욱 어렵기에 제대로 된 영상 전문 분석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프랑스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이라는 말처럼, 힘없는 정의의 무용함에 모두들 허탈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의심하고 단정한다. 그 사람을 알려 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때론 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숨어 있는 줄은 모르고 말이다. -p221

법 영상 분석가의 눈으로 담은 정의의 풍경 속 한 모습에서, 다양한 영상 분석 기법을 돌아보게 되었다. 전문 지식이 없는 분야이기에 '이럴수도 있겠구나' 에 그치지만,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다양한 분석법으로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없길 바랄 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인간에서 나아가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인지, 사진/영상 속에 등장한 인물이 전하고자 했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지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선희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듯,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것들로만 두 눈에 담고 갈 수 있기를 -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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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안심 레시피 - 다이어트에 도움 되고 혈당 스파이크 잡는 식단
권은경 지음 / 영진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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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관리,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건강을 자부한 것은 아니지만 식단을 신경써야 할 정도로 몸이 나빴던 적 없고, 서른 중반의 나이는 아무거나 잘 먹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공복 혈당수치가 조금 높네요.' 라는 말을 들었어도 아직은 괜찮은거라고 - 사서 걱정하지 말자는 마음과 다르게 눈과 손이 먼저 움직였다. <혈당 안심 레시피> 한 권쯤은 읽고 실천해봐야 안할까 라는 마음이 싹 튼 것이다. 치킨 등 배달음식을 줄이고 운동하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하에 살펴보았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 됩니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혈당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말해 뭐할까. 현대인들의 식습관,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이 혈당스파이크의 원인이 되고 있다. 건강한 식단을 갖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아는 정보들이 많았다. 정제 탄수화물과 액상 과당 등의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 채소와 단백질을 섭취한 후 지방과 함께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간다는 것 등 익히 알고 있던 것들이다. 다만 머리로 아는 것과 별개로 실천하지 않고 있어서 다시 한 번 주의를 갖게 된 데 의미가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닭가슴살, 두부, 생선, 달걀, 견과류 등을 매끼 식사에 넣으세요. 특히 아침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하루 종일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할 때도 단백질 반찬은 곁들이면 혈당 스파이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답니다. -p45

과일의 당은 대부분 과당이에요. 과당은 혈당 지수가 낮은 편이지만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않고 바로 간에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인슐린 저항성도 높일 수 있으므로 양 조절은 필수입니다. 따라서 과일을 먹을 때엔 블루베리나 딸기처럼 혈당 지수가 낮은 과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세요. 사과나 바나나는 반 개 이상 먹지 않는 등 한 번에 먹는 양을 조절하세요. 또한 스무디나 주스로 갈거나 착즙한 것보다는 식이섬유가 살아 있는 생과일로 선택해 먹는 것이 좋습니다. -p55

혈당 안심 밥상, 매일 건강한 한 끼

백미 대신 잡곡밥을 먹고, 밥양을 줄이라는 말은 혈당 관리에 있어 필수가 아닐까 한다. 다양한 밥들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저항성 전분 밥이다. 갓 지은 밥을 냉장고에서 12시간 식히는 것만으로도 혈당 상승을 10% 억제한다고 하니 따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샐러드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좋았지만, 다양한 메뉴를 보고 싶다면 조금 아쉬움이 남을 듯 하다. 든든한 한 끼로 양배추 피자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밖의 이색적인 레시피로 구미가 당기는 것이 많지 않았다. 밥보다 면을, 간편식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혈당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라면 읽어볼만하다. 이 책은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재료들로 이루어져있지 않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보다 많은 요리 정보는 저자의 인스타 은스키친(eun_s_kitchen)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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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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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책, 좋아하는 작가는 선명한 반면 미술작품, 화가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학습으로 눈에 익은 고흐, 클림트, 마네, 모네 등이 생각나지만, 유명해서 좋은 것 그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실제 작품을 눈 앞에서 본 적도 없거니와, 화가의 삶에 비추어 현재의 나를 보아도 이렇다 할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기에 나는 지금도 많은 미술 책을 뒤적인다.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고, 미술을 통한 치유의 길에 접어들 언젠가를 위해서-

그림은 정답이 없고, 취향만 있을 뿐이다. 정우철 저자의 <내가 사랑한 화가들> 속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폴 고갱, 에곤 실레 외에도 익숙한 화가들이 많았다. 그들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붓을 내려놓지 않고 화폭에 담고자 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세계를 난해하다고 여긴다. 화려하거나 따뜻한 색채를 좋아하고, 정형화된 아름다운 미를 보았을 때 잘 그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화가의 상황과 감정이 녹아들어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환희도, 절망도 그림에 담아 보내는 마음이 오죽할까.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서적을 통해 봐왔음에도 어느날 문득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줌을 경험하니 새로웠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시련의 아픔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는 작가, 복잡아 마음을 가다듬어 화폭에 담아내기까지의 참담한 심정을 이루말할 수 없었으리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인생에서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프리다 칼로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왜 남들에겐 그저 주어지는 일들, 이를테면 하루하루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는 일이 왜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 걸까, 한탄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절망에 사로잡혀 삶을 포기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화가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그녀의 일기장에는 “나는 1년을 앓았고, 척추 수술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자주 절망에 빠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데, 어떠신가요? -p140

정우철 도슨트의 글이 재미있는 이유는 화가의 인생을 보고 작품을 이해해보려함에 있다. 작품 분석에 주력하여 어렵고 지루하게 미술 수업을 이어가기보단 화가의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낸다. 지식이 필요할 때는 정보 설명 위주의 글이 더 맞지만, 입문자에게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예술은 어렵지 않고,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학, 그림, 음악 등 결국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우직하게,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걸은 화가들, 또는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 힘든 삶에 그림이 위로가 되는 순간을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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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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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증거로 말을 하는 사회에서 블랙박스의 중요성은 나날이 대두되고 있다.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가? 무엇으로 입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는 CCTV, 녹음기를 떠올린다.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는 내 편인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누구도 반박못할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 뒤 말이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서로가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면 무엇으로 확인되겠는가?

저마다의 이유로 몸에 부착하는 블랙박스가 미래에는 상용화되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 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 뒷받침 할 증거로서 사용되길 바랐기에 그 이면에 오게 될 기술의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았다. 조작된(될 수 있는) 영상보다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CCTV는 더욱 촘촘하게 설치되었고 보안시스템도 기술 발달에 따라 강화되었지만, 발달한 기술이 오히려 증거를 조작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였다. -p19

먼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블랙박스가 이식이 되고, 어떠한 죽음에도 의문이 남지 않게 된다는 가정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기술과 과학, 의학의 발전으로 미제사건, 고독사는 줄어들기에 이른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와, 보안시스템으로 생활은 안전해졌고, 많은 경찰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블랙박스를 통해 죽기 전의 상황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시키기만 하면 되던 어느 날, 형사 큰별은 발로 뛰며 몸소 부딪쳐 진실을 찾아 나서고자 하는데... 그 끝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마주하게 된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숨에 읽히지만 어딘가 낯익다고 여겨졌다. 블랙미러(영국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탓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를 침해하고, 조작될 수 있으며, 치명적 오류가 발생될 가능성에 대하여 기회와 위험을 날카롭게 따져 물어야 한다. 그 뿐인가? 누군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에 그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형사 큰별, 작가 은하가 실마리를 찾아 풀어가는 과정이 다소 급하고 긴장되는 부분은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미래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의 공존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한편 오염되지 않은, 입증가능한 블랙박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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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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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랭 드 보통을 떠올리면 지혜로운 통찰력이 담긴 글이 연상된다. 철학적 글을 통해 사유하고 깨우쳐 가는 것이 즐거워 그의 글을 찾지만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들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에 감동하여 삶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바꾸려 노력하게 된다. 섬세한 관찰로 통찰력 있게 쓰여진 알랭 드 보통의 글이 늘 기대되는 이유다.

<현대사회 생존법>에 나오는 글을 인용한다. 쳇바퀴처럼 주기적으로 돌고 도는 상황 속에서 계속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고도의 잠재력에 맞추어 보다 섬세한 방식으로 근본적인 어둠을 조금씩 밝히고, 현대의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p295

과학의 발전으로 풍요로운 사회에 살아가지만, 불안과 혼란은 나날이 증폭된다. 성공, 행복, 목표지향적인 삶을 쫓다 안주해있는 스스로를 볼 때면 낙오자가 된 것 같아 심란해진다.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달리 나는 조용한 삶을 지향한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기보다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현대사회에서의 내 모습은 도전의식과 성취욕구가 없는 나태한 인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걸맞지 않으나 자신만의 속도로 제 갈 길 가고 있는 중에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고자 한 권의 책을 꺼내 읽는다.

이 책은 '현대'라는 질병에 치료제가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들,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을 꺼내보며 사유하게 만든다. 편리함, 당연시여겼던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고집, 편견, 생각이 한 군데 머물지 않도록 돕는다. '보편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질병들이 있다. 경쟁사회에서 성공과 실패의 프레임, 돈과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결혼과 가족, 고독과 외로움 등이다. 연일 눈살을 찌푸리는 자극적인 기사와 광고들이 쏟아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피곤한 사회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외치며 그럭저럭 살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본다. 저자(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불안들을 꺼내 깊고 흥미있게 파헤친다. 이기주의가 아닌 더 건강한 개인주의를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갖고 말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해로운 측면은 지속적이고 조용한 압박이다. 이는 다수의 견해에 따라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남들이 으레 생각하는 쪽으로 동조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p105

궁긍적으로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기술(도시, 자동차, 스크린)이 아니라 특정한 일련의 생각들이다. 혼자 있는 것이 비하하거나 문제시할 것도 철아니고, 인격적으로 험담할 일도 아니지만, 우리는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외로움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은 우리 문화가 홀로라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도록 부추길 때 생겨난다. -p158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라고 한다. 이는 디지털 정보의 과부화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우울에 빠지기 쉬운 현 상황이 잘 나타내고 있다. 지나친 소비와 부를 과시하는 모습이 우리를 탐욕과 절망에 빠트린다. 이를 멀리하긴 어려우나 허황된 욕심과 어리석음 대신 우리는 깊이 사유하고 명상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기에 이 책은 알면서도 눈감고 피하고 있던 것들을 꺼내 곱씹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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