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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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증거로 말을 하는 사회에서 블랙박스의 중요성은 나날이 대두되고 있다.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가? 무엇으로 입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는 CCTV, 녹음기를 떠올린다.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는 내 편인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누구도 반박못할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 뒤 말이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서로가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면 무엇으로 확인되겠는가?

저마다의 이유로 몸에 부착하는 블랙박스가 미래에는 상용화되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 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 뒷받침 할 증거로서 사용되길 바랐기에 그 이면에 오게 될 기술의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았다. 조작된(될 수 있는) 영상보다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CCTV는 더욱 촘촘하게 설치되었고 보안시스템도 기술 발달에 따라 강화되었지만, 발달한 기술이 오히려 증거를 조작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였다. -p19

먼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블랙박스가 이식이 되고, 어떠한 죽음에도 의문이 남지 않게 된다는 가정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기술과 과학, 의학의 발전으로 미제사건, 고독사는 줄어들기에 이른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와, 보안시스템으로 생활은 안전해졌고, 많은 경찰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블랙박스를 통해 죽기 전의 상황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시키기만 하면 되던 어느 날, 형사 큰별은 발로 뛰며 몸소 부딪쳐 진실을 찾아 나서고자 하는데... 그 끝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마주하게 된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단숨에 읽히지만 어딘가 낯익다고 여겨졌다. 블랙미러(영국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탓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를 침해하고, 조작될 수 있으며, 치명적 오류가 발생될 가능성에 대하여 기회와 위험을 날카롭게 따져 물어야 한다. 그 뿐인가? 누군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에 그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형사 큰별, 작가 은하가 실마리를 찾아 풀어가는 과정이 다소 급하고 긴장되는 부분은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미래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의 공존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한편 오염되지 않은, 입증가능한 블랙박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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