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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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영국 박물관 외에도 세계 곳곳에 넘쳐나는 뮤지엄은 얼마나 많은가.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잘 모를 수밖에 없지만, 불현듯 알아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각종 매체와 더불어 도슨트와 함께 떠나는 투어도 많아진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어 많은 서적을 뒤적거리며 재미를 찾고자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 이 책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아닌 각자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 뮤지엄을 소개한다. 내 입맛에 맞는, 특별히 더 보고싶은 곳을 찾는것에 도움이 된다.

# 런던의 뮤지엄은 대부분 무료다

유럽 도시의 여느 뮤지엄과 다르게 런던은 대부분 무료다. 이유인 즉, 예술을 접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갖게 하고, 문화적 소양을 높이려는 목적을 지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계층이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예술과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 정책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적 변방이라는 이미지를 갖던 영국이 예술사에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겠지만- 각설하고 현재 무료로 개방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런던 뮤지엄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으로 자리한다.

# 뮤지엄을 여행하는 게 런던의 가성비있는 여행

미술해설사인 저자가 알려주는 런던의 뮤지엄을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을 담은 이 책에는 11개의 장소가 소개된다. 대영 박물관, 테이트 모던 외에는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던 세상이었지만, 책장을 덮을 무렵에는 흥미로운 곳 한 두개 쯤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전 정보 없이 갔다면 무엇을 봐야 할지, 왜 봐야하는지를 알 수 없지만 약간의 공부만 한다면 분명 만족할 만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공존. 테이트 모던 건너편에는 영국의 르네상스-바로크 건축 양식의 백미이자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다.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중세 유럽의 종교 사회를 상징하는 교회가, 그 건너에는 산업 혁명과 과학의 시대를 대표하는 발전소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중략) 종교와 과학, 과거와 현대를 상징하는 두 장소를 밀레니엄 브릿지로 연결했다. 이렇듯 테이트 모던을 둘러싼 환경 덕분에 테이트모던은 더 다채롭고 역동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p191

V&A 뮤지엄 _ 빅토리아 여왕과 그 남편 앨버트 공이 세운 박물관으로, 유럽 각지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이 진품이 아닌 복제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누구든지 예술을 감상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세계의 명작을 효율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볼만한 곳이다.

사치 갤러리 _ 무명 작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찰스 사치는 본인의 사회적 인지도, 자본, 문화적 정체성과 안목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자신이 선택한 예술가를 국제적으로 키워냈다. 이미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미술관의 진보적인 행보를 볼 수 있는 이 곳은 가장 뜨거운 미술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릿 아트, 쇼디치 _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터전이자 런던에서 가장 힙한 스트릿 아트의 성전인 이 곳은 거리의 벽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표현해 낸 곳이다. 얼굴 없는 길거리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가 대표적인데 스프레이를 이용해 벽에 그림을 그린다. 도시 파괴인가, 하나의 예술인가를 놓고 봤을 때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 가고 싶은 뮤지엄만 골라보기

런던 여행 전, 뮤지엄을 고민하던 중에 매우 유용하게 읽혔다. 각각의 박물관, 미술관이 지닌 매력을 몰랐다면 지나쳤을 것들이 공간적, 역사적으로 어떠한 배경으로 그 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글이 아닌 눈으로 담게 되는 그 날이 오면 더욱 감동적일 수 밖에 없을테지만 다녀와서 다시금 읽는 책이야 말로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말 그대로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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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파리 - 전2권 - 2023-2024 최신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오유나 지음 / 길벗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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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파리를 방문했던 남친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에펠탑을 보며 술 마시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하게 되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너만 믿는다'라는 안일함과 나태함으로 여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자가 해야 할 사전 정보와 학습은 하지 않던 내게 그가 말했다. '책이라도 좀 봐야하지 않겠어? 유튜브라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검색에 들어갔고 서점을 찾았다.

일찍이 여행 코너에서 마주한 책은 <파리 셀프 트래블>, <디스 이즈 파리> 였는데 점심시간 짬을 내어 넘겨본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르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보는 에펠탑 뷰를 연상시키는 <무작정 따라하기 파리> 는 동그란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예쁜 액자처럼 담기는 곳, 스위트룸으로 가격이 사악하지만 사진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그 곳을 담아낸 듯 디자인에있어서만큼은 별 다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 가장 최근에 출시되었으며 두 권으로 분리되어 있다. 1권 테마북과 2권 코스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다른 책들과의 차별화된 점이다.

로맨틱한 파리를 전달하다

파리가 너무 아릅답거나 혹은 너무 지저분할 것이라는 등의 편견 없이 여행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파리가 지저분할 수도 있는 이유 또한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사람들과 똑같은 거리를 걷고, 그때와 변함없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설레는 여행이 되시길 - 프롤로그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10여년을 파리지앵으로 지낸 작가와 달리 고작 며칠 여행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은 명소들만 찾아가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주요 명소를 찍고 한가롭게 지낼 생각이었으나 책을 읽다보니 조금 욕심이 들기도 한다. 파리 근교의 몽생미셸이 호기심을 끌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녀와보고자 한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여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현지인 추천 장소를 통해 관광은 물론이거니와 맛집 등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하지 않게 소개된 점도 좋았다.

1권은 테마형식으로 되어 있어 명소와 맛집,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야하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졌다. 반면 2권은 코스북으로 일정별&지역별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유용하게 사용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지루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가며 읽기에 더없이 괜찮았던 1권 테마북이야말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봐야할지 고민인 사람에게 추천한다.

여행프로그램, 여행 유튜브, 여행 블로거, 트래블 앱 등을 통해 충분히 자료수집이 됨에도 불구하고 책을 꺼내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편리함과 실용성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 정확히 이거다 라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읽어가는 그 설레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 여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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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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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칠순 기념을 위해 여행을 떠나다 !

눈깜작할 사이에 환갑이 지나고 어느덧 칠순을 목전에 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 켠이 아린다. 언제 그렇게 늙어버리셨을까 싶은 것이 체력도 기억력도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것이 여간 마음 아프다. 고된 삶을 살아내느라 해외 여행 다녀본 일조차 손에 꼽을 정도니 돌이켜보면 딸로서 그 역할을 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금의 우리처럼 엄마와 아빠역시 한창 놀기 좋은 젊은 시절에는 눈앞에 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어디로도 떠나지 못했을 터였다. 이제야 언제든 떠날 시간이 넘쳐나고, 떠나고 싶은 마음도 가득한데, 그와 반대로 자꾸 가라앉는 체력과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감각의 노화 탓에 여행을 데려가주는 자식의 억지 일정에 맞춰야 하는 부모님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어떠한 이유로든 놀기 좋은 때는 못 노는 것이 인간의 굴레인 것일까. -p29

여기 칠순을 기념하여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 삼대가 있다. 딸은 부모님 패키지 여행을 보내드리자 했으나, 장인어른을 위해 자발적 가이드를 자청한 사위 덕분에 여섯살 난 어린 손주와 함께 3개국 도시를 투어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위스 루체른과 알프스를 돌아보는 긴 일정동안 서로를 향한 시선이 보다 따뜻하게 다가온다. 지나고나서야 더 애틋해지고 그리워지는 그 날의 이야기에는 서로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소중하지만 잊고 살았고, 몰랐거나 외면했던 것들을 들여다보자.

내 몸 하나 건사하느라 기를 쓰며 살아온 나는, 점차 나이가 들어 세상에서 조금씩 뒤처져 가는 부모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들의 '괜찮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자식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지 몰랐다. -p95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위라니 멋있다. 그러나 내게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맛있는 거 먹을 때면 '어머님 식사 포장해가자' 하고, '어머님 벚꽃 구경 하러 가요' 라고 말하는 그는 예비 남편이다. 말이라도 고마운데 여기에 더해 '어머님과 해외 여행 가자. 내가 가이드 할게' 라며 우스갯소리로 던졌던 그가 이 책 속의 사위를 보는 듯 했다. 처가와 여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테나를 세우고 모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진땀 빼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해야지) 사위가 흘린 '피, 땀, 눈물' 에서 고마움과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황혼 유럽 여행에 심취한 부모님을 보는 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바삐 살아온 부모님에게서 보이는 행복한 미소 속에서 미안함과 고마움, 사랑과 존경을 조금이나마 느낀다.

함께 여행하며 같은 것을 보고 체험해도 각자가 가진 경험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었다. -p92

시간, 돈, 체력 이 모든 것들이 받쳐줘서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여건이 되면 떠나자라는 말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어디 하나 고장나서 떠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기에 더 좋은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라는 뻔한 말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당연함을 내일로 미루다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펠탑의 야경을 보지 못한 부모님이 속상하면서도 영원히 내 곁에서 든든하게 서있을 것 같던 두 분이이 약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저자의 글에 눈시울이 붉혀졌다. 어제 오늘 몸이 다르다고 말하는 엄마 곁에서 칠순 기념 여행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해야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든든했던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여행을 하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는 때론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그 때는 몰랐다. 아쉽고 부족한 것들로만 기억되던 것들 너머에 애정어린 진심을 이제서야 돌아보게 한다. 흔한 여행 이야기지만 자식의 시선에서 본 그 마음이 특별히도 더 와닿았기에 함께하는 여행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필히 읽어볼 만하다. 지금 떠나야만 하는 이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유난스럽더라도 사진을 많이 남겨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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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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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혼자 살아가기는 싫어!

"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평생 혼자 살아가는 데 있어 외로움과 공허함보다 집 안에 있는 해충을 잡지 못하는 나를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과 가족이 된다는 것에서 오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한 가운데 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보통과 다른 나란 사람을 이해받고 싶었다.

그 나이를 먹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줄 알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제일 문제다. -p42

"궁금해서 그런데요. 가정을 꾸려야 어엿한 어른이라거나 아이를 가져야 어엿한 어른이라는 건 뭘 근거로 하는 말일까요?" -p 71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여자(고마다 사쿠코),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다카하시 사토루)와 임시 가족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듯, 나이가 찼으니 결혼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 아이라는 굴레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 속 결혼말고, 동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 시대는 변했고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 거라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세상이 된 것만 같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유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가족관이 올바르고, 그 외에는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걸까.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르는걸까. -p84

전통적인 결혼관이 아닌 또 다른 삶의 형태를 바라볼 때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언행들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가. 당연한 것은 없지만 때론 무례할 정도로 희한한 취급을 하며 (때론 당하며) 살아간다. 연애와 결혼이 필수가 아니며, 사랑을 하는 파트너가 동성인 경우도 이성인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살아감에 있어 정답이 없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기가 어렵다.

"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 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p 294

임시 가족이 되어 공동생활을 시작한 고마다와 다카하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점차 변해간다. 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산다면 그것이 연인이며 결혼과 아이 문제까지 도를 넘는 걱정을 하지만 그것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성인이 되어 밥벌이 하는 자식이 독립을 해야하고, 가족구성원 서로가 구속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서 오는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있을 이들에게 지나친 오지랖과 참견, 편견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말로 하면 그 말에 얽매여요. 주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저희조차도요. 사고방식이나 소중한 것도 점점 변해가는 법이니까 그때그때 최선을 찾아가면 되고, 만약 두 사람의 최선이 전혀 다른 방향이라 여러모로 의논했는데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억지로 가족으로 지낼 필요도 없겠죠 -p303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과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과 같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만 과연 꼭 그래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데 이에 대한 답을 각자가 찾아야 할 것이다. 연애 뿐만이 아니라결혼도 보통이라는 것에 휩쓸리다보면 피로감이 배가 된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것에 괴로울 때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돌아볼 일이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한발자국 물러나서 바라볼 때가 지금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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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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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태양의 중력에 어쩌다 묶여서 함께 뭉친 원자들이 지구가 되고, 지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자가 어쩌다 모여 내가 되었다. 내가 죽고 나면 이들 원자는 또 곳곳으로 흩어진다. 지금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모임에서 시작해 시선을 과거로 돌려도 미래로 돌려도, 원자들은 공간에 널리 흩어진다. 나는 우연으로 모인 많은 것이 다시 흩어지기 전 잠시 머무르는 시공간의 한 점이다. -p113


최근 가까웠던 분이 배우자상을 당해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떠나보낸 마음이 오죽하겠냐만서도 묵묵히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며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 한 켠이 차분해졌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와 분자로 이뤄지며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무언의 말에서 힘을 얻었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비록 육신은 사라져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견딜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티끌처럼 사소하지만 태산 같은 무거움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


각설하고, 과학이란 이름으로 까맣게 잊고 지내던 것들을 꺼내보게 되었다. 우주, 중력,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휘몰아친다면 아마 중도포기하고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과 그에 대한 순간을 잘 포착해 담아낸 이 책에서 무심코 간과하면서 지나간 것들이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 이 곳에서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포착을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하기엔 물리학자스러운 표현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때때로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겪음의 두름이 우리의 먼 미래를 만든다-같은) 과학적 지식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봄으로서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저마다 독특하지만 또한 일관성을 드러낸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말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그 무언가를 찾았으며 그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광활한 우주 속 이토록 작은 지구와 그 안에 희미한 점으로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른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내 월급이 소중하듯, 수많은 원자가 모여 만들어진 이 지구상에서의 나란 사람에 대해서도 애틋해질 수 있기를...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존재감처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게는 벅찬 물리학을 사랑하기에 이 책이 수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과학이 티비 속으로, 일상 속으로 가깝게 스며들어 모두가 쉽게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된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어서 외면했던 물리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포스트잇을 붙여둔 문장 두개를 소개하며 책의 소개를 끝낸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 당신이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 한마디는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의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이 아닐까. -p124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의 깊은 속내를 송곳처럼 찔러 드러내는 분들이 있다. 통렬한 아픔 뒤에는 깊은 성찰이 이어진다. 나는 이런 분들의 뾰족한 말을 들으면 감탄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아픔과 불쾌감만을 주는 말도 있다. 우리를 성찰로 이끌지 않는 '뾰족'은 '삐죽'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깊고 뾰족하지만, 다른 이의 마음에 닿는 나의 말은 뾰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이의 '삐죽'에 닿는 내 마음은 부드러운 '뭉툭'이기를. 삐딱한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은 '뾰족'이어도 '삐죽'은 아니기를.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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