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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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방학을 기다리고, 직장인들은 공휴일과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지요. 이제 곧 떠나게 될 여름휴가 계획을 앞두고 이사카 코타로님의 신간은 제목도 표지도 시원하게만 느껴져요. 휴가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거미줄처럼 잘 엮어내지 않았을까 지레짐작했지만, 뜻밖에도 제가 생각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로 본다면 엉뚱발랄함? 오지랖의 좌충우돌 이야기랄까요.

 

 

 

변변치 못한 두 주인공 미조구치와 오카다의 삶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려내고 있어요. 남을 괴롭히는 사기행각으로 돈을 버는 이들, 흔한말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가치있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뜻하지 않게 타인을 돕고 선행을 베풀게 되면서 스스로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을 다시금 살펴보게 돼요. 누군가에게는 못된 일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기도 하는 두 사람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해요.

 

각각의 에피소드를 갖고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이것이 지닌 공통점은 가정 해체의 위기를 비롯하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타인의 개입이 자칫 지나친 관섭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날아가면 8분, 걸어가면 10분 고작해야 2분 밖에 차이가 안나더라도 더 나은 인생, 모험을 위해 날고 싶다를 외치는 두 남자의 엉뚱한 행동들이 어떤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줍니다.

 

 

 

사실 책장을 덮으면서도 제목이 어째서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돼요. 과거의 사건들을 곱씹어오면서, 지난날의 악행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들에게 남은 날은 이제 새로운 날들을 암시하는 것일까요?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더랬지만 일촉즉발의 사건들을 토대로 대책없는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카다와 미조구치를 통해 성가신 오지랖도 잘만 활용한다면 행복한 바이러스를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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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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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심판할 것인가, 내 마음의 정의가 외치는 길을 찾을 것인가? 올바른 정의란 무엇인지를 곱씹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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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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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세일러문이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이라지요? 여기서 '정의'라는게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게 돼요. 책에서는 법의 수행이다-라고 합니다. 즉, 법이라는 검으로 악인을 일도양단하는 것이 정의다. 그것을 행하는 자가 검사라고 말이지요. 법률을 통해 범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죄를 받도록 하는 것이 그들이 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법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천천히 바뀌지만 그 속도는 더딜뿐더러 법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하고, 법의 맹점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게 만들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각설하고,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죠. 분리수거도 못할 쓰레기라는 격한 표현을 쓰고 싶게 만드는 이들 말입니다. 이 책은 범죄자들 가운데 공소지효가 지나버린 사건을 꼬집는 한편, 정의실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베테랑 검사 모가미와, 새내기 검사 오키노의 정의를 향한 외침, 법률 서스펜스라고 할 수 있어요. 끝없이 던지는 질문들의 중심에는 다음의 이야기가 있어요. 노부부 살해사건의 범죄자로 마쓰쿠라가 지목됩니다. 그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반박하지만 과거에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생각되는 인물이지요. 결정적인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탓에 죄를 물고 늘어질 수는 없지만, 노부부 살해사건의 용의자로서 원죄(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씌우는 것이 정당할까 하고 말입니다.

모가미 검사는 대학시절 귀여워했던 유키라는 아이의 살해사건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지막까지 범인으로 지목됐던 마쓰쿠라를 마주하게 되지요. 시효가 지나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자를 이제와 심판하고 싶은 그 마음을 저는 조심스레 응원할 수밖에 없었어요. 시간이 지났다 하여 범죄를 범죄를 용서할 수도 없거니와 눈 앞에 놓인 범인을 풀어줘야 한다면 저 역시 분노에 치를 떨게 될테니까요.

"난 적어도 흉악 범죄에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법 해석에는 시효가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지만 결국 그딴 건 단순한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아. 사건마다 판단하면 될 일인데 일률적으로 선을 그을 이유는 없지. (...) 시대의 요구가 있으면 조만간 시효는 사라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개정법도 작년에 시행되기 전에 시효가 다 된 사건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시효가 폐지된다고 해도 그 전에 시효가 성립된 사건은 역시 불문에 부쳐지겠지. 끝까지 달아난 범인이 어딘가에서 자신은 참 좋을 때 사람을 죽였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거라고. 그런 상상을 하면 난 도저히 못 견디겠어. -p11

​누구를 위한 법인가, 그것이 최선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무엇보다 공소시효 찬반론을 떠올리지요. 법적 안정성 유지와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시효를 둔다는 측과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것이 말입니다. 책을 통해 느낀 것은 적어도 흉악범죄(어린이 범죄 포함)에서만큼은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원죄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정말로 심판받아야 할 사람이 심판받지 않고 법망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단추를 하나 잘못 끼우면 이치에 어긋나는 결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p385

검찰내에서의 위계질서, 법의 무게감, 정의라는 이름으로 실천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항상 옳은 길로만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꾸며낸 각본, 언론플레이에 따라 좌우되는 진실공방 등을 눈여겨보게돼요. 무죄추정의 원칙도 떠올리지만,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인들을 생각하면 읽다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책이랄까요. 가타부타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검찰 측 죄인> 토론 책으로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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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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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을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에세이가 출간되었지요. 그녀의 연기와 배우로서의 삶을 녹여냈다면 아쉬웠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 지금까지 책에서 읽었던 위로와 사랑, 성장 할 수 있게 만든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랍니다. 독서 에세이라고 분류해야 할 거 같군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자신의 에피소드와 생각을 덧붙여내기까지 3년여에 걸친 시간을 들였다고 하니 그 신중함이 책장을 넘기면서도 느낄 수가 있었어요.

수많은 책들 가운데 23권을 선정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합니다. 익히 알려진 책​들보다는 숨겨진 보물들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녀,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책들 역시 빼놓을 수가 없는 건 그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세월이 변해도 문제점은 개선되어질 기미가 없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 위로와 희망을 전해받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은 책이 지닌 신비로움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울림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책을 새롭게 읽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그때 뭘 안다고 끌어안고 있었을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p62

​그녀가 추천하는 23권의 책 제목을 훑어봤지요. 스테디셀러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책들, 관심은 갔지만 읽지 않았던 것, 나 또한 수긍할 수 밖에 없던 책을 그녀 역시 인상깊게 읽었다고 하니 내심 미소가 번지기도 했지요. 두 권을 소개하자면 <미 비포 유>,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에요. 전자는 유난히도 손길이 가지 않아서 살펴보지 않았고, 후자는 제게도 마음 아픈 책이었거든요.

<미 비포 유>의 경우 루와 윌의 모습에서 낯선 경험으로부터의 수많은 도전 의식을 엿볼 수 있었어요. 나태하게 흘려보내는 하루에 대한 반성, 더는 무기력하게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음을 느낀 그녀처럼, 저 역시 이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하나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의 경우는 분노에요.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느낀 안타까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에요. 가해자의 처벌과 감형보다 중시되어야 할 피해자의 고통과 삶- 저 역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해자가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받아도 피해자의 고통이 상쇄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도 그 고통의 약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 고통은 사라지지도 치유되지도 않았다. 개인이 무너진 자리에 가정도 붕괴되고, 가혹한 현실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가해자를 갱생시키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만큼 피해자 가족이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187​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행복한 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이다.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자리가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 - p22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을 읽으며, 나 또한 베스트로 손꼽을 수 있는 책들은 무엇인지 점검하게 돼요. 찬찬히 책장을 살펴보지만 이 책도, 저 책도 제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쉬이 고르지 못하겠네요. 아직은 그저 많이 읽고 즐기렵니다. 갖가지 상념들과 씨름하다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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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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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책 분위기가 어렴풋하게 느껴져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작은 것들을 아끼고 섬세한 감정으로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잔잔한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듯 한 이 책은, 보관가게 안의 소식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앞을 볼 수 없는 가게 주인과 소중한 보관품들이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랍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각자 보관해주길 바라는 물건이 있나 봐요.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나 잠시라도 멀찌감치 떨어지고 싶은 그런 거요. 버릴 결심이 서지 않는 물건에 집행유예 기간을 주는 것처럼 맡아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버릴 결심이 서면 가지러 오지 않으면 됩니다. 버렸다는 죄책감 없이 끝나거든요 - p24

  어떤 물건을 버릴지 간직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곳에 맡겨보아요. 하루 100엔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맡아준답니다. 혹시 잊어버리지 않을까, 내 은밀한 생활들을 엿보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주인이 물건을 볼 수 없기에 안심해도 된답니다.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들여다보고, 이를 정성껏 보관하는 가게, 뭐가 특별할까 싶지요?

  그 곳은 눈에 띄는 장소도 아니고, 옛 시절의 모습 그대로 가구들이 자리해 있어요. 가게 안에서의 주인의 움직임은 불을 환히 켜고 움직이는 듯 자연스럽거든요.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없을만큼요. 각설하고, 이 곳에 물건을 맡기는 이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잊고 싶은 것들을 훌훌 털어버립니다. 잘 들어주는 이 곳 주인으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도 얻어가고 말이지요.

 

보관가게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만큼 소중한 것만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사람에만 그치지 않고 사물의 입장에서 저마다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포렴, 진열장, 자전거,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시선에서 본 상황들이 참 재미나게 표현되는 듯 했어요. 동식물의 감정을 헤아리려고는 하지만 오래된 물건들이 말을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못했던터라 신선하기도 했어요. 무심코 쓰는 물건들이 실은 나를 지켜보고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미소 지어지기도 해요. [지금 제 곁에 핸드폰은 '게임 좀 그만해, 뜨거워서 못살겠네' 라고 말할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하루 100엔 보관가게는 물건을 사랑했던 마음,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 아니었을까 해요. ​가치있는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주기도 하고 말이지요. 따뜻함을 안겨주는 이 책, 옅은 미소를 띠게 만드는 보관가게를 찾고 싶어진달까요. 간직과 비움 사이에 고민하고 있는 물건을 넌지시 건내주고 싶어져요. 뚜렷한 해결책을 얻으려하기 보다는 그 순간의 내 마음을 확실하게 깨닫기 위해서- 따뜻한 문체를 물씬 느낀 오야마 준코의 책, 다음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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