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책 분위기가 어렴풋하게 느껴져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작은 것들을 아끼고 섬세한 감정으로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잔잔한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듯 한 이 책은, 보관가게 안의 소식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앞을 볼 수 없는 가게 주인과 소중한 보관품들이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랍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각자 보관해주길 바라는 물건이 있나 봐요.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나 잠시라도 멀찌감치 떨어지고 싶은 그런 거요. 버릴 결심이 서지 않는 물건에 집행유예 기간을 주는 것처럼 맡아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버릴 결심이 서면 가지러 오지 않으면 됩니다. 버렸다는 죄책감 없이 끝나거든요 - p24

  어떤 물건을 버릴지 간직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곳에 맡겨보아요. 하루 100엔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맡아준답니다. 혹시 잊어버리지 않을까, 내 은밀한 생활들을 엿보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주인이 물건을 볼 수 없기에 안심해도 된답니다.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들여다보고, 이를 정성껏 보관하는 가게, 뭐가 특별할까 싶지요?

  그 곳은 눈에 띄는 장소도 아니고, 옛 시절의 모습 그대로 가구들이 자리해 있어요. 가게 안에서의 주인의 움직임은 불을 환히 켜고 움직이는 듯 자연스럽거든요.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없을만큼요. 각설하고, 이 곳에 물건을 맡기는 이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잊고 싶은 것들을 훌훌 털어버립니다. 잘 들어주는 이 곳 주인으로 하여금 마음의 평화도 얻어가고 말이지요.

 

보관가게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만큼 소중한 것만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사람에만 그치지 않고 사물의 입장에서 저마다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포렴, 진열장, 자전거,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시선에서 본 상황들이 참 재미나게 표현되는 듯 했어요. 동식물의 감정을 헤아리려고는 하지만 오래된 물건들이 말을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못했던터라 신선하기도 했어요. 무심코 쓰는 물건들이 실은 나를 지켜보고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미소 지어지기도 해요. [지금 제 곁에 핸드폰은 '게임 좀 그만해, 뜨거워서 못살겠네' 라고 말할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하루 100엔 보관가게는 물건을 사랑했던 마음,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 아니었을까 해요. ​가치있는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주기도 하고 말이지요. 따뜻함을 안겨주는 이 책, 옅은 미소를 띠게 만드는 보관가게를 찾고 싶어진달까요. 간직과 비움 사이에 고민하고 있는 물건을 넌지시 건내주고 싶어져요. 뚜렷한 해결책을 얻으려하기 보다는 그 순간의 내 마음을 확실하게 깨닫기 위해서- 따뜻한 문체를 물씬 느낀 오야마 준코의 책, 다음이 기다려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