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 -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생각 모음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공무원이 되어버린 이들을 '어공'이라 줄여 부른다. 그들은 별정직, 계약직, 임기직 등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제각각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훈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 행정관, 충남도청 미디어센터장, 인천시청 미디어담당관 직을 맡아오며 어느덧 14년차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어공 생활의 순간들과 일상을 글로 남겨 한 권의 책을 내보였다.

2003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그의 첫 공직이 되어 연설비서관실, 여론조사비서관실, 정무기획비서관실을 두루 거쳐 별정직 3급 부이사관으로 청와대를 나오기까지 그 숨가쁜 시간들을 책은 다 담아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알 수있었던 단 한가지는 쓰면 쓸수록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장과 어휘를 고르고 수십번의 퇴고를 거쳐도 만족하기 쉽지 않다. 쓸데없이 장황한 설명에 글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논점을 잃어 헤매이는 가벼운 글이 되기도 한다. 좋은 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대해 꾸준한 반복과 더불어 간단명료함을 이야기한다.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나 그 중에서도 간결한 메시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요점을 흐리지 않고 내용의 정확성을 높이는 전달이 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얼마나 많은 비유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지 모른다. 애매모호한 말로 빠져나가지말자 싶다가도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현실이다.

#끈기와 끊기

'끈기'가 부족하면 뭔가를 제대로 이루기가 어렵다

'끊기'가 부족하면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글쓰기도 '끈기'와 '끊기'의 절묘한 줄타기이다.

"글이라는 것은 작고 디테일한 것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중요할 때도 있고, 크고 거시적인 것에 대한 '통찰'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대통령의 연설을 쓰는 일은 글을 잘 쓰는 것 못지 않게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듣는이와 말하는 이 모두를 사로잡는 글이라면 바랄게 없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유연한 사고와 글쓰기를 말하는 것은 쉬우나 이를 행동하기란 어렵다. 저자의 어공 생활을 엿보며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모습에 반성이 된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지만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생각이 깊어진다.

이 책은 저자의 평범한 습관, 행동력, 관계에서 오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타낸다. 그러나 나는 조직 내 홍보 분야에 변화의 바람을 모색하는 장훈이라는 사람 자체의 멋스러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것은 일에 대한 책임감, 열정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정체되어있고,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글을 읽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생각들을 쓰고 나누어야 하는 지금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게만 보이는 남자
최광희 지음 / 열세번째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내게만 보이는 남자가 찾아왔다

결혼 6년차, 아이가 없는 전업주부 정인의 평범한 하루에 낯선 남자가 틈입한다. 어느 날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정인만 바라보는 이 남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그녀의 눈에만 보인다. 이 괴이한 상황을 설명한들 미친 사람 취급할테니 입을 다물기로 하지만 현실을 부정해도 그 남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의 낯선 공포와 불안이 서서히 사라지고 이 상황이 즐거워지기까지 하는데... 낯선 남자의 정체는 무엇?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성과 차별성

혹자는 결말을 예측할 수 있으리라. '정교하게 설계된  꿈에 들어갔다 나왔다' 라는 말로 대신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까지 붙잡고 싶은 사람,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타임워프 영화와 소설들이 그러했듯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지던 그 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것이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마음먹지만 삶이 순탄하지 않다. 기존의 이야기들과 어디에 차별성을 두어야 할까? 정인의 시선에서 시작하여 미완으로 끝나 버린 사랑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욕망있는 남자의 시선이 부딪친다.

간절하면 언젠가는 고백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고, 그때는 용감하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랑입니다. -p42

사랑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는 감정이 크게 동하지 않았지만 정인의 공허한 마음,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끈적이고 부담되는 눈빛이 아닌 애틋한 시선이 향하고, 나의 말을 귀담아 듣고 간질거리는 말을 할 줄 이에게 신경이 쓰이게 되는 상황이 그러했다. 하지만 빠른 전개로 감정의 섬세한 부분이 드러나지 못함에 결말에 다다를수록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지금도 어렴풋하게 느낄 뿐이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처주고 옥죄는 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따진다 하여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자신의 감정에 타인을 동원하는 일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아- 그저 이 한마디 남기고 싶다. 지나간 사랑은 가슴에 묻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길.

끝으로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나의 기대에 상대가 무조건 맞추기를 강요하는 것은 감정적 착취에 불과합니다. 많은 커플들이 바로 이런 문제로 파국을 맞이하죠. (중략) 사랑을 하기 위해 외로움이 준비되어 있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건, 상대와의 정서적 교감을 나눌 준비입니다. 그리하여 서로가 외로움의 충족 수단을 넘어 '목적'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요정이다
스노우캣(권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어보려 한 것은 초보운전 엄마를 걱정하고 있는 딸이자, 운전 꿀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한 꿀팁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숄더체크만이 기억에 남을 뿐, 초보 운전자들이라면 겪었을 공감되는 에피소드 몇 가지에 같이 키득거리는 정도에 그친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함께 소통하는 자리였다면 보다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웹툰의 재미 중 하나는 수백여 개의 댓글을 읽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으니 말이다.


 

운전 미숙자에게 발생되는 갖가지 일들은 열거 할 수 없을만큼 많다. 그중에서 차선변경을 빼놓을 수 없다. 운전 초보 시절 엄마는 지인으로부터 '차선변경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머리부터 들이밀어' 라는 말을 들었다며 내게 전해줬다. 이후 곧잘 끼어들었지만 때때로 원치 않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을 노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끼어들 틈새없는 곳에서 좌절을 겪어가며 초보에게 틈새 공간을 확보해주는 배려있는 운전자가 되기까지 -  책을 읽는 동안 스노우캣과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외에도 클락션을 울림에 소심해지고, 부당한 빵!이라 외치며 제 갈 길 가기까지 여러모로 닮아 있어 재미있었다. (이제와 즐거웠다 말할 수 있으니,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주차가 잘 되는 날 '천재아냐' 싶다가도 유난히도 주차를 못하는 날이 있고, 과태료 한 번 내보고 나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 황색 신호에서의 운전 등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욱 유쾌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떼야 할 날이 오게 될 때 스노우캣처럼 '내가 운전요정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는 방어운전하는 운전요정이다 라는 생각을 가져봄이 어떨까? 각설하고 나와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항상 조심해야하는 운전, 주변의 상황을 예측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고보는 1cm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의 유연성, 말랑말랑해지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김은주 작가의 책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메마른 사랑과 책임 의식 실종상태에 놓인 내 감정선은 눈으로 활자를 읽는데 그쳤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거리를 생각했지만, 너와 나 - 연인 관계에 있어 초점이 맞춰진 글들이었다. 당연시여겼던 일이 배려였음을, 그 고마움을 모르는 바 아니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고 싶은 나는 이 책을 다시 꺼내읽을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너와 나의 1cm 속 곰군과 백곰양을 통해 '지금, 여기, 당신'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려 함이다. 지나고 보니 따뜻하고 소중했던 그 날들이 이제와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루 하루, 찰나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 기억하듯 때론 책 속에서 그 날의 기억을 꺼내어보기도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나란히 발 맞춰 걷기 위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했던 모습들이 사랑스러웠던 그 때로 말이다. 1cm 더 사랑하는 만큼 1cm 더 행복해져가는 연인들의 성장을 고스란히 느낀다.

기존 시리즈가 일상적인 1cm의 감성이 돋보였다면 이번 책에서는 사랑과 행복, 연인간의 관계 부분을 더욱 생각하게 한다. 깊이있는 시선이 좋다가도 때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지겹다. 미사어구 가득한 글보다 마주잡은 두 손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듯 한두 컷의 그림 속 짧은 글이 더 오랜 여운이 남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배려의 1cm를 늘릴 수 있는 시간이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밥벌이에 매여 하루 하루 살아가는 나는 복잡한 일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세상살이는 오해와 편견이 꼬일대로 꼬여 불편한 말을 만들어내고, 사건을 확대시켜 나가게 하는 고달픔의 연속이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에 지친 나는 세간을 떠들석 하게 하는 사건에 무관심하다. 대개 실체가 오리무중이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깨닫고 뉘우치는 일이 없는 사건들에 넌더리가 난다.

 

"검찰이 아무리 수사해도 헛일이야. 진실은 제삼자로부터 나오는데 그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수사에 등장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수사란 게 오히려 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1권 p67

 

최근 버닝썬 사태와 더불어 숨어있는 '그림자'에 대해 책 속 인물이 겹친다. 드러나지 않지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검은 그림자. 칼을 휘두르는 그들에 의해 단편적인 면을 보는 물고 뜯는 참혹한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 어떤 거짓말과 속임수를 뒤로하고 진실 앞에 다가가기 위해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는 다소 진부한 글을 매번 남기게만 하는 현 상황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때론 존재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역학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고, 수십년 째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각설하고 15년 만에 재출간된 김진명 작가의 한반도 위기를 소재로 하는 <제3의 시나리오>는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현실세계에 투영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나온 세월과 더불어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라야 한다'는 그의 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뉴욕으로 떠났던 평범한 소설가가 베이징에서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의 검사 장민하가 그의 얽힌 배후를 찾고자 동분서주 하는 가운데 엄청난 정치적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그려낸 이 작품은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이나 여러 정치 상황과 복잡한 국제외교 문제에 있어 얽힌 실타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북미관계의 변수 등 국제정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 역시도 소재의 흥미로움과 배후세력,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감정이입되어 울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국가 간 힘의 관계 못지 않게 눈여겨볼 수밖에 없던 탈북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이 아려온다


이제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어. 누구든 도청을 당하면 약점이 잡히는 거야. 우리나라의 중요한 인물이 모두 도청의 노예가 되어 중요한 순간에는 그 보이지 않는 자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이 사회 각 분야의 중요한 인사들은 이미 도청에 걸려 치명적 약점이 다 노출돼 있다고 보면 돼. 사소한 일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정작 중대한 문제에서는 상대의 의도에 따라 춤을 추는 꼭두각시밖에 못 되는 거야. -1권 p72​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상념에 사로잡힌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눈에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스러운 그들이 체스 게임 속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실체가 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 여러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난무함과 동시에 찌라시가 사실이기도 한 세상에서 단순 흥미 위주의 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