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
김민정 지음, 진정부부 사진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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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하고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책을 내는 일을 심심찮게 보고 있다. 때론 문장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글도 만나지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글로서 그러려니 읽는다. 쉬이 소장욕심이 들지는 않지만 한 번 읽어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데 이 책 또한 다르지 않다. 100만 유튜버 진정부부와 수많은 랜선 이모를 보유한 이루다, 세 가족이 써내려간 일기를 열어보자.

SNS에 육아 일기를 쓰는 사람, 육아툰을 그리는 사람, 육아휴직 중인 남편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책으로 나오는 일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지만 이들의 성장 일기를 함께 봐왔던 사람이라면 감회가 남다르겠으나 내 기억은 유튜브에서 본 예쁜 아이에 그친다.

아이를 기다렸고 마침내 축복이 찾아왔던 진정부부는 소중한 일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추억을 쌓고 기록한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제대로 되는 것 없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믿고 노력해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말캉해진다. 육아의 고충이야 말해 뭐하겠냐만서도 이 책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부모가 되어주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크는 루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열 달 동안 무사히 잘 있다가 태어나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무라는 태명을 지닌 루다의 성장 일기는 글과 사진을 넘어 책 속에 표시된 큐알 코드를 열어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별했던 순간들이 흐릿한 기억이 아닌 또렷한 영상으로 남는다면 먼 훗날 아이에게 좋은 이야기거리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부지런히 소품을 준비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야하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눈깜짝할사이에 커버리는 아이를 위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할 법도 하다.

식구가 한 명 더 늘어 세 가족이 되는 것, 서로가 보살피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임신, 출산, 육아 문제에 있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어느 한 쪽으로도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지만 아이가 주는 따뜻한 행복감을 이 책에서 잠시나마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빨리 커버리는 아이처럼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상의 모든 기록들이 소중한 것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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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 - 2023-2024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상미.양인화.전상현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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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남편과 함께 싱가포르를 여행하기로 했다. 남편이 중학교 때 유학을 가서 꽤 오래 지내다 온 이 곳은 '재미없어'로 귀결되지만, 살다 온 사람과 스치듯 여행하는 사람 입장은 또 다르니까 '재미'를 찾아보고자 했다. 수많은 유튜브와 방송에서 '할 거 없는, 심심한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터라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조합(장모와 사위)이 여행하기 괜찮을지 의문이다.


무작정 따라하기 싱가포르(2023-2024)는 그 해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볼 책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속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유튜브와 여행카페 등을 통해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행 책을 넘겨보는 이유를 무엇으로 표현할 길 없으나 책을 보지 않으면 어딘가 헛헛한 마음이 든다. 자료조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느낌에서일까? 비록 이 한 권으로 여행준비를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싱가포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슈퍼트리, 멀라이언, 마리나 더 베이 샌즈의 야경 쯤으로 생각된다. 그 밖에 보타닉 가든, 나이트 사파리 등의 즐길거리가 있는 이 곳은 4월에서 10월은 건기이고, 11월부터 3월까지는 우기다. 우기라고 해도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은 적을테니 가급적 항공료가 저렴한 날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이 곳은 다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인만큼 리틀 인디아, 아랍 스트리트 등을 구경하며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접하는 즐거움이 있다. 칠리크랩, 카야토스트 등 취향대로 골라먹으며 미식 여행을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다만, 싱가포르의 물가는 비싸다. 호텔비가 쎈만큼 호캉스를 즐기자니 수영을 못하는 나 자신이 개탄스럽고 안에만 있기에는 아쉽다. 하여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체력을 길러서 바깥 구경도 열심히 하고 돌아와서 아침 저녁으로 호텔 수영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여행 한달 전, 수영을 조금이라도 배워야 하는 이유)

이 책에서 딱 한 부분 모서리를 접었다. '인스타 촬영 명소모음.zip' 국민 인증샷 명소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기본이요 SNS에 올리기 좋은 곳들이 선정되었는데 #포트캐닝 파크, #파크로열 온 피커링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명소모음의 장소들에서 인증사진만큼은 꼭 남겨와야 아쉽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1권 테마북과 2권 코스북은 관광, 음식, 쇼핑, 체험을 아우르며 여행코스를 짜보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와, 무엇에 초점을 두어 여행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을 참고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큰 흐름으로 '이것'만큼은 보고 또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에 있어 더 도움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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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 영국, 작은 도시에서의 일 년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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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은 도시, 바스(Bath)의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저자는 영국 '바스'에 있는 학교에서 약 일 년 동안 공부하게 된 남편을 따라 만 8살 딸과 6살 아들과 함께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책은 그 곳에서 보낸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잠시, 나도 남편 따라 해외 생활의 기회를 엿본다. 바쁜 와중에 제대로 된 준비없이 면접을 본 남편은 이번 ****에 발탁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괜찮다. 서류심사를 통과 하고 면접의 기회까지 얻은 것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조금 더 경력을 쌓고, 잘 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말하나, 사실 너를 따라 나도 휴직하고 싶었다.

각설하고,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의 작은 도시, 런던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두 시간 반 정도 이동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 '바스'에는 역사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유명한 목욕탕이 있다. 현대 유럽 역사의 근간이 된 고대 로마 시대 공중목용탕 유적인 '로만 바스'가 잘 보존되어 있는 이 곳은 도시 전반에 남아 있는 18~19세기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과거의 시간을 간직한 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영국의 작은 도시들 중에 하나인 코츠월드만을 방문해본 나로서는 '바스'를 가보지 못함이 아쉽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

낯선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예상보다 길어진 정착 준비로 불안정했던 나의 경험은 '다름'을 '불편'과 '불만', 가끔은 '틀림'으로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첫인상으로 그런 부정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p134

만반의 준비를 해도 어딘가 한가지 빼먹기 마련이다. 하여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함과,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로 숨돌릴 틈 없는 일의 연속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처음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서 지레 겁먹고,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이제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저자의 글처럼,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기록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했다.

코스타 커피가 한 잔, 두 잔 쌓여 짙고 쓴 커피 맛에 스며들듯 저자는 영국 문화에 들어갔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한 가지는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 이토록 진심이어야하는 부모들의 모습이었다. 동동거릴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하는 그 시간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간의 숨겨진 또다른 배려와 연대에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루씩 돌아가며 진하게 고생하는 대신 서로에게 만들어 주는 부모들의 품앗이 같은 자유시간 -p115 경험해본 적 없으나, 아이들에게 무척 행복했을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비롯한 장식용품을 마트에서 보게 되는 요즘, 저자의 글을 읽으며 맞장구 쳤더랬다. 그것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로망이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생나무를 쓴다. 바늘 같은 가느다란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고, 운반이 번거롭고, 나중에 처분하는 것이 귀찮아서 요즘은 인공 플라스틱 트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생나무가 은은하게 전하는 향기를 포기하지 못해 (생략) -p162 살면서 해보고 싶은 생고생 중 하나로 멋드러진 트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음을.

계절의 끝에서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까지

낯선 도시에서 한정된 기간만큼 머무른다는 것은 매일이 도장깨기 하듯 재미있는 동시에 일상에서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익숙한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기억 될 바스에서의 시간들이 누군가는 재미있게 읽고, 공감했고,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시간과 반복된 경험이 가져오는 변화는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것이 지겨워지기도 하고,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 같던 것들이 내 것이 되기도 한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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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말고 5000만 원 더 벌기 - 돈 모으기 광인의 야물딱진 생활밀착형 재테크 습관
강희연(돈 모으는 벤꾸리)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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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는 평범한 직장인, 부캐는 돈 모으기 광인이자 팔로워 11만의 인스타그래머 '돈 모으는 벤꾸리' 그 야물딱진 생활밀착형 재테크 습관이 담긴 이 책은 말 그대로 연봉 말고 5000만 원 더 벌기위해 달려나간 과정을 담고 있다. 무작정 저축하기, 남들하는 주식했다 망하기, 소비 충동을 억제하고 필요한 곳에 소비하기 까지의 일련의 이야기들이 인스타툰과 함께 읽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의 내용만 놓고 보면 별 거 없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요즘 유튜브를 통해 흔하게 볼 수 있는 '돈 버는 방법' 에 대해 알고리즘을 통해 많이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적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직장인은 이직을 위해 준비해야하고, 월급에서 절약과 소비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돈을 버는 것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니 부지런히 공부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 책은 투자에 대한 지식보다 생활밀착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소비에 구멍 뚫린 곳은 없는지 점검 해보기에 더 적합하다.

지금 돈을 모으는 것은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미래에 더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의 시간' -p65

돈을 모으는 목적은 무엇인지 명확히 생각해 볼 일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행복하다는 것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 집 마련, 일 년에 한번 여행가기 등 확고한 목표가 있다면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함에 있어 저자는 '절약에 초점을 맞춰' ①필수 지출 ②생활 지출 ③무계획 지출(충동적인, 멍청비용) ④무의식 지출(결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각종 구독료)로 기준을 나눠 지출 내역을 정리한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법은 저마다 차이가 있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위한 소비'라는 명분으로 지출을 합리화할 때가 많다. 그 중에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경계가 모호한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현명한 소비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잠깐 멈춰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거 정말 나를 위한 소비 맞아?!" -p167

저자의 글에서 뜨끔한 동시에 물건을 소비하지 않은 나에 대한 칭찬을 하기에 이른다. 갤럭시 워치가 있지만, 애플 워치를 갖고 싶어 한동안 매장에 들러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애플워치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각종 이유를 들었지만, '조금 더 알아보고', '다음에' 라는 말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더랬다. 물욕이 사라지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저자도 이야기하는 것은 가치를 소비로 환산하는 동시에 필요성을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가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지나고나면 애틋해지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자신을 위해 특별한 날은 선물은 해도 괜찮다.)

내 취향과 필요는 항상 비슷하기 때문에 사고 싶은 물건은 이미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p142

근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적당히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가계부다. 수기, 어플, 엑셀 등이 있어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지만, 결국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쓰는 것이 손에 착 감기기 마련이다. 세부항목을 만드는 것을 참고해서 내년도에는 한 눈에 보기 쉬운 가계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책은 보다 쉽게 쓰였고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다. 돈을 벌고자 했지만 어떠한 과정 속에서는 크게 잃어보기도 하고, 탕진해가면서 얻은 하나의 과정이 담겼다. 돈을 모으고자 했지만 어떤 부분(올***영, 배달음식 등)에서는 구멍이 나 있다면 저자를 참고해 소비 계획을 다시 세워봄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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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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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의 저자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들이다. 우리 삶이 곧 예술이기에 그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했던 저자의 긴 여정 이야기를 함께 했다. 도처에 널린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흔히 미술작품에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 하나의 정답을 맞혀야 하는 일에 지나치게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작품을 보는 데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설명없이 바라보는 것이 난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관점, 즉 나의 느낌대로 감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자유로운 감상을 통해 놀이의 의미로 받아들이라 말하지만, 나는 천문학적인 가치만을 놓고보는 현실이다.

"누군가가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어떤 이간이 싸질러 놓은 하찮은 똥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저는 이 세상을 함께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세상에 싸놓은 똥. 그 정신적 똥을 파헤쳐 어떤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p181

작품 스스로 '나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니, 작품의 의미는 오로지 그것을 보는 당신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창조된다. 정답과 오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물체(작품)를 보고 당신이 떠올린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중략)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에 확신을 가져도 된다. 확신을 가져야 그 작품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다. -p253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 사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보는 것, 열린 마음 그것으로 충분할까? 도처에 널린 예술 작품을 이해할 길 없으나, 작가(화가)가 그려놓은 어떤 형상, 형태를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진심과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여러 목차 가운데 <모나리자>를 정말 보았는가? 하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본 기억은 무례한 사람들 틈에 휩쓸려 있던 약 1분간의 기억이다. 길게 늘어선 줄, 사진 찍느라 여념없던 사람들 틈에서 방문 인증샷 남기는 것을 끝으로 돌아섰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유로운 감상을 하진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마주하고 싶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보는 것도 예술작품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진심의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인지되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고, 보지 않은 것과 같아진다. -p63 제대로 본 것이 아닌 스쳐지나간 것에 불과했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기분좋음으로 충분하다.

예술작품 하나를 몸으로 만나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심을 다해 보고 듣고 감각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체험을 했는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 체험의 과정 속에서 당신만의 독창적인 '의미가 내면에서 샘솟듯, 꽃피듯 생성되었다면, 그 작품은 평생 당신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당신 스스로 창조한 '의미'와 함께 생생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당신의 기억 속에 생생히, 또렷이 남아 있는 '본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정신을,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구성할 것이다. -p62

"오늘 무엇을 볼 것인가 진심의 관심으로"

반복된 선으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길가에 핀 들꽃으로도 작품을 논할 수 있다. 삶 = 예술이라는 말은 우리가 무엇에 진심이고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빛과 어둠, 끝없는 창작, 남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예술의 세계를 어렵게만 보지 말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더할나위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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