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 남녀 -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그 남자, 그 여자
오일리스킨 지음 / 살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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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차는 연식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사랑에 있어 연식은 어떠한가? 연식남녀의 연애가 궁금하여 꺼내 든 이 책, 나는 한 줄로 정리 가능하겠다. "연애라는 것은 복잡해보이지만, 별 거 없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힘든 일이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피 끓는 20대의 연애와는 다른 나이든 이들의 사랑 이야기, 때론 궁상스럽고 주책맞아 누구에게 털어놓기조차 힘든 부분들을 공감하며 읽게 될 이 책이, 지금의 내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어 확 와닿지는 않더랬다. 여느 연애서적과의 차별화를 느낄 수 없었을 뿐더러, 대개 이런 책의 느낌은 매우 비슷하고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맞는 부분만을 살펴보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 덕분인지도 모른다

 

  책의 중심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남자, 이런 여자 연식 남녀라고 구분지어 설명하는 점에 있어 나는 거부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이들이 복잡하게 얽매여 살아가는 삶에서 단정지을 수 있는것인가 하는 생각, 일단 그로부터 마음을 접고 들어가니 책이 흥미롭지 않다. 더욱이 뻔한 내용일지언정 맛깔나게 쓰이지 못하고 뭉퉁그리니 흐름이 끊어지는 듯도 하다. 밑줄이 강조된 부분을 읽을때면 잠시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큰 매리트를 못 느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나이 들어 느끼는 외로움은 금전이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함께할 누군가 필요하며, 그 파트너는 그나마 서로 덜 꼬장꼬장할 때 찾는게 좋다. -p70 연식인들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내 사람을 발견하는 일에 있어 이 문장이 마음에 든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오래 되었다고 하여 본연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생각을 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끝으로 나는 모든 연애 하는 이들에게 이 문장을 강조한다. 나쁜 흉터가 당신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면 그때그때 얘기하라. 마음이 아프다고, 화가 난다고. 철든 연식인이라면 입장을 바꿔 당신의 상처를 이해할 것이다. 반면 당신의 인격을 책망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버려도 아깝지 않다. -p86 어째서 속으로 끙끙 앓고, 표현하지 않는가. 대화를 해도 진전이 없고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놓아라. 잠시 힘들지언정 다 지나간다. 그리고 새로운 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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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떠나는 용기 :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다! -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다
정이안 지음 / 이덴슬리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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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하는 여행의 즐거움 못지 않게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도 남다르다. [물론 해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서 익히 들었을 뿐] 무엇이 혼자 떠나게 만드는 걸까? 흔히 생각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식사 문제와 강제 묵언 수행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탓에 아직도 혼자 여행 한다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각설하고,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힐링여행가이자 한의사인 정이안님의 책 <떠나는 용기>는, 열두 나라의 여행기인 동시에 여행을 통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스트레스 해소 및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데 있어 여행만한 것은 없는 모양이다. 너도 나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라 말하는 책들이 한 둘이 아닌 것을 보면 처해진 상황을 다각도로 평가해볼 수 있기에 여행을 권하는 게 아닐까 한다.

  지금의 내 시점에서는 이 책이 즐겁지는 않다. 매체를 통해 익숙한 곳들, 낯선 곳들로의 여행을 꿈꾸게 만들기보다는 정보 제공과 학습 느낌이 사뭇 강하다. 한의학적인 지식을 이용한 병의 예방법, 여행일정과 관련한 루트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당장 출발해야해! 라는 마음을 먹게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장소에 대한 이해를 도와 유익하나 오가는 사람들과의 교류적인 측면도 강조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다.

  부탄, 네팔, 일본, 뉴질랜드, 스페인, 그리스 등에 이르기까지 12나라를 여행한 그녀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 다양한 나라의 몰랐던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 좋은데, 넘겨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당장 부딪쳐보는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여러 나라들 가운데 네팔이 눈에 밟힌 것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어 더 마음에 와닿았더랬다. 흠이 없는 여자아이의 몸을 빌려 내려온 '탈레주' 여신으로 숭배받는 쿠마리 신전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혈통과 신체 조건에 의해 선정되어, 초경이 시작되면 자격을 박탈당해 평범한 소녀로 돌아가야하는 쿠마리는 여신으로 숭배받는 동안 발이 땅에 닿이지 않도록 안겨만 다닌다는 것이 참으로 묘하달까. 네팔만의 신성한 전통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게 만든다.

  낯선 땅, 그곳의 이야기들을 귀 기울일 수 있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가 여행한 곳을 어떤 이들에게 권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행복을 찾기 위해 부탄으로 향하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인도로 향하며, 느림의 재발견을 위해 훗카이도 행을 끊게 될지도 모른다. 덜컥 짐을 꾸려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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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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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있는 작가, 할런 코벤. 비평보다 호평이 주를 이뤘던 터라 내심 그의 필력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읽게 된 [6년]을 통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섣불리 판단하고 싶진 않지만,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지지 않는 건 한 대 얻어맞은 거 같은 짜릿한 반전을 선사해주지 않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맹렬하게 뒤얽힌 치밀한 구성,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짜임새 있게 이끌어나가지만, 강렬한 한 방이 없는 거 같아 아쉽다.

  소설의 경우 줄거리를 한 두줄로 축약한다. 읽는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잡다한 설명은 하지 않는 편. 이 책은 6년 전, 사랑했던 한 여인의 종적을 찾는 남자(제이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흔적을 찾을수록 제이크를 둘러싼 세상은 기울어지고,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뒤집힌다. 지나간 사랑, 옛연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미스터리 소설.

  스릴러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은 중간쯤에 다다르면 반전이 보이기도 하지요. 그녀는 어떤 루트를 이용해, 어떻게 사라져버린걸까는 눈에 보입니다. 그럼에도 조직폭력배, FBI, 경찰, 주민, 제이크의 직장 속 사람들의 연결고리들을 파악하는데는 책장을 덮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마다의 입장을 차분히 생각하며 인생 참 복잡하구나 싶어집니다.

  꼬여버린 실타래 속에서 떠오르던 책은 [골든슬럼버]​였어요. '도망쳐, 그리고 살아남아' 라는 말처럼 그미(나탈리)의 새로운 삶 조차도 애처롭게 여겨졌어요. 또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자기 신념에 대해 사묻 생각하게 되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하여금 대나무처럼 올곧기만 한 것이 좋은걸까. 때론 유연하게 구부러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죠.

  저마다의 이유있는 사연에서 마음 아프기도 하고, 돌이켜 볼수록 안타까움이 밀려와요. 뒤죽박죽 엉켜진 삶을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짠해요. 진실을 감춘채 비밀을 만들고, 이유있는 새출발을 시작하기까지 - 그 고된 시간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납득하게 된 [6년] 책을 덮고 각자가 처해진 상황을 곰곰히 그려봤을 때 더 흥미로워요.

"언론은 재판 결과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어. 그게 이 나라 언론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지. 혐의를 제기할 때는 신문 1면을 할애하고, 혐의가 벗겨졌을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p127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지는 못해요. 그렇죠?"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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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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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뭐지?' 감수성과 상상력은 별개였나봅니다. 겪어보지 않아 그 슬픔을 알 수 없는 저로서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어요. 더욱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우리에게 적절한 소통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광고 문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해요. 책 속 내용을 통해 죽은자들의 목소리, 그들이 전하고 있을 말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직도 상처가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까 하는 의문.

 

각설하고 [상상 라디오]는 죽은 사람의 시점에서 보는 동일본 대지진 이야기에요. DJ 아크를 중심으로 하여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지요.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잔잔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진 않지만 저에겐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어 책의 재미면에서는 별점을 낮게 주게 됩디다. 끔찍했던 사고를 겪은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나가요 

 

"아무리 귀를 기울인다 해도 물에 빠져서 가슴을 쥐어뜯다 바닷물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괴로움은 절대로, 절대로 살아 있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들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고집이고, 설령 뭔가가 들린다고 해도 살아갈 희망을 잃은 순간의 진짜 두려움, 슬픔을 우린 절대로 알 수 없어요." -p83

 

DJ 아크를 중심으로 하여 죽은 자와 산 사람들 사이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두 귀로 들으려하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그 곳의 주파수를 마음을 통한다면 한결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이 산산조각 나버린 사람에게 이승을 떠난 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면 어떤 심경일까? 위로가 될까, 또 하나의 고문이 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크가 추천해주는 곡들과 함께 한다면 책의 울림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반적으로 제가 선호하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던 거 같아요.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이들의 상상라디오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날선 토론은 꽤나 인상깊었지만, 그 뿐이어서 내심 아쉽기만 합니다.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을 잊지 않는 것, 기억하는 것' 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책. 

 

"다른 수많은 재해 때도 우리는 죽은 사람과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잖아?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나라는 죽은 사람을 껴안지 않아. 그건 왜지?" 

"왜지?" 

"소리를 듣지 않게 된 거라고 생각해." 

"......"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 

"설령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 들리지 않더라도"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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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개정판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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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썼던 리뷰를 다시금 읽어본다. http://neulbobear2.blog.me/110039404906 그로부터 7년이 지나 개정판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긴 시간동안 내 생각들이 변화된 부분도 있고, 여전히 씨앗의 상태에 머물러있기도 하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마음을 더 사로잡기도 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표지, 지난날의 글에 덧붙어진 새로운 글이 추가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는 기존에 출간되었던 책과 상당히 비슷해요. 다만, 다시 읽으니 그 감정이 몽글몽글해져왔더랍니다. 책장 속 고이 잠들어있던 책을 다시금 꺼내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달까요. 먼지를 먹고 있는 책들을 들춰봐야겠다 싶어집니다.

  지난 날 쓴 일기를 꺼내봤을 때 추억이 아른거리는 한편, 말도 안되는 문장, 생각의 깊이가 낯간지러워지곤 해요. ​그녀도 개정판을 낼 때 이와 같았겠죠? 뺄까 말까 고민되던 글들을 다시금 내려니 부끄럽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백 퍼센트 만족할 수 없음을 알기에 용기를 낸 것인지도요.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게 있다. 험한 말로는 뻔뻔스러움이요, 조금 포장을 하면 어떤 성과도 과오도 시간이 가면 다 별것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를 담은 노희경의 에세이, 그녀의 삶의 일부분 속에서 마음을 들었던 글이 있었어요. 기존에는 흘려보냈을 문장이 그 날 따라 뒤쫓아오더군요. 이 문장을 발견하게 되어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지금, 늦지 않아 다행이다.-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내뱉는 그런 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제 너는 어떻게 살래? 세상에서 너를 믿어준 단 한 사람이 가는 이 시점에서, 네가 욕했던 아버지처럼밖에 못 사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때로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잔인했던 너는, 이제 어떻게 살래? 계속 이렇게 살래? 아님 한 번이라도 어머니 맘에 들어보게 살래?

 

 

​[...] ​참 울기도 많이 했지만, 그때 알았다. 나는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원한다면. 늘, 어머니가 참 간절히 해주셨던 말이 그제야 가슴에 왔다. "네가 뭘 못해? 하면 되지. 해보고 말해, 해보지도 않고 말로만 말고."

​[...] 나는 요즘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나는 나의 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섣불리 젊은 날의 나처럼 많은 청춘들이 자신을 별 볼 일 없게 취급하는 것을 아는 이유다. 그리고 당부하건대, 해보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도 안되는 것이 있는 게 인생임도 알았음 한다. -p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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