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추리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있는 작가, 할런 코벤. 비평보다 호평이 주를 이뤘던 터라 내심 그의 필력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읽게 된 [6년]을 통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섣불리 판단하고 싶진 않지만,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지지 않는 건 한 대 얻어맞은 거 같은 짜릿한 반전을 선사해주지 않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맹렬하게 뒤얽힌 치밀한 구성,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짜임새 있게 이끌어나가지만, 강렬한 한 방이 없는 거 같아 아쉽다.

  소설의 경우 줄거리를 한 두줄로 축약한다. 읽는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잡다한 설명은 하지 않는 편. 이 책은 6년 전, 사랑했던 한 여인의 종적을 찾는 남자(제이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흔적을 찾을수록 제이크를 둘러싼 세상은 기울어지고,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뒤집힌다. 지나간 사랑, 옛연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미스터리 소설.

  스릴러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은 중간쯤에 다다르면 반전이 보이기도 하지요. 그녀는 어떤 루트를 이용해, 어떻게 사라져버린걸까는 눈에 보입니다. 그럼에도 조직폭력배, FBI, 경찰, 주민, 제이크의 직장 속 사람들의 연결고리들을 파악하는데는 책장을 덮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마다의 입장을 차분히 생각하며 인생 참 복잡하구나 싶어집니다.

  꼬여버린 실타래 속에서 떠오르던 책은 [골든슬럼버]​였어요. '도망쳐, 그리고 살아남아' 라는 말처럼 그미(나탈리)의 새로운 삶 조차도 애처롭게 여겨졌어요. 또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자기 신념에 대해 사묻 생각하게 되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하여금 대나무처럼 올곧기만 한 것이 좋은걸까. 때론 유연하게 구부러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죠.

  저마다의 이유있는 사연에서 마음 아프기도 하고, 돌이켜 볼수록 안타까움이 밀려와요. 뒤죽박죽 엉켜진 삶을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짠해요. 진실을 감춘채 비밀을 만들고, 이유있는 새출발을 시작하기까지 - 그 고된 시간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납득하게 된 [6년] 책을 덮고 각자가 처해진 상황을 곰곰히 그려봤을 때 더 흥미로워요.

"언론은 재판 결과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어. 그게 이 나라 언론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지. 혐의를 제기할 때는 신문 1면을 할애하고, 혐의가 벗겨졌을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p127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지는 못해요. 그렇죠?"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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