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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뭐지?' 감수성과 상상력은 별개였나봅니다. 겪어보지 않아 그 슬픔을 알 수 없는 저로서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어요. 더욱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우리에게 적절한 소통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광고 문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해요. 책 속 내용을 통해 죽은자들의 목소리, 그들이 전하고 있을 말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직도 상처가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까 하는 의문.
각설하고 [상상 라디오]는 죽은 사람의 시점에서 보는 동일본 대지진 이야기에요. DJ 아크를 중심으로 하여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지요.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잔잔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진 않지만 저에겐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어 책의 재미면에서는 별점을 낮게 주게 됩디다. 끔찍했던 사고를 겪은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나가요
"아무리 귀를 기울인다 해도 물에 빠져서 가슴을 쥐어뜯다 바닷물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괴로움은 절대로, 절대로 살아 있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들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고집이고, 설령 뭔가가 들린다고 해도 살아갈 희망을 잃은 순간의 진짜 두려움, 슬픔을 우린 절대로 알 수 없어요." -p83
DJ 아크를 중심으로 하여 죽은 자와 산 사람들 사이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두 귀로 들으려하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살아서는 갈 수 없는 그 곳의 주파수를 마음을 통한다면 한결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이 산산조각 나버린 사람에게 이승을 떠난 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면 어떤 심경일까? 위로가 될까, 또 하나의 고문이 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크가 추천해주는 곡들과 함께 한다면 책의 울림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반적으로 제가 선호하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던 거 같아요.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이들의 상상라디오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 날선 토론은 꽤나 인상깊었지만, 그 뿐이어서 내심 아쉽기만 합니다.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을 잊지 않는 것, 기억하는 것' 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책.
"다른 수많은 재해 때도 우리는 죽은 사람과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잖아?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나라는 죽은 사람을 껴안지 않아. 그건 왜지?"
"왜지?"
"소리를 듣지 않게 된 거라고 생각해."
"......"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
"설령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응, 들리지 않더라도"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