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2 : 집으로 가는 길 ㅣ 팍스 2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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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소년과 여우, 팍스가 나옵니다. 이들의 인연은 팍스1에서부터 이어져 오는데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후, 소년은 상실감을, 팍스는 의문과 체념을 가지게 된 듯 했습니다.

 

팍스는 함께 길을 떠난 브리스틀과 새끼들을 낳고 돌보게 됩니다. 한편 소년 피터는 내 집이 내 집이 아닌 듯 느끼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 자리에 아무것도 그를 잡아주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전쟁이 남긴 상처들이 너무나 컸습니다.

 

알뜰하게 가정을 돌보고 있던 팍스는, 뜻밖의 위기로 새끼여우 한 마리와 함께 집에서 멀어지게 되어 가족이 있는 둥지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되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주니어 워터 워리어 활동을 시작한 피터는 우연히 듣게 된 팍스를 떠올리게 한 정보에 ‘여기 어디에 팍스가 있을까?’ 하며 찾게 됩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 둘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아마도 진심어린 글의 힘이겠지요? 또한 가슴 벅찬 먹먹함도 선사하는데요, 바로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 때문입니다. 마침내 만나게 된 이들은 뜨거운 해후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만큼 둘 다 성장한 것이지요. 팍스는 소년을 믿고 오염된 물을 마셔서 병이 난 새끼를 그에게 맡깁니다.

 

피터는 이렇게 팍스를 다시 만나면서 집으로 갈 이유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집이어야 할 의미를 느낀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였습니다.

회복시켜야 하는 자연에 대한 숙제도 남아있고, 새끼여우는 회복이 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표지그림은 잔잔한 동화책 같은 느낌이였지만, 읽으면서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묵직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이렇게 강렬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길 가에 앉아있는 작은 고양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으실거에요.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소설이였습니다. 팍스1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이 팍스2만으로도 충분합니다.

 

 

 

 

_“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물이 안전하다고 추측하지 마. 화학약품은 저수지까지도 스며들 수 있으니까. 크리스털처럼 맑고 투명한 연못을 봤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건 경고 표시야.”

 

“알아요. 아무것도 그 안에 살 수 없으니까 투명한 거잖아요.”_

 

 

_가장 당혹스러운 건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자유롭게 지내던 시절, 흐르는 물에서는 생명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_

 

_소년이 자신을 버리자마자, 팍스의 눈에 브로드밸 리가 처음 들어왔다. 피터가 와서 구해주기를 기다렸다. 누가 와서 구해 주지 않으리라는 걸 몰랐기에 기다렸다._

 

 

_한순간 피터와 제이드와 박새는 서로를 지켜보면서 그렇게 앉아있었다. 문득 제이드가 피터에게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따금 말이야, 저 애들이 우리하고 이어지져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니? 마치 저 애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이봐, 너 배고프지. 나도 배고파. 우리는 비슷한 게 많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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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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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와이너’, 이 작가의 책은 집중을 안 할 수가 없다. 무척 솔직하고, 그래서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도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전 도서들이 인간의 영역인 철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영적인 부분, 신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영적 건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니 더 많이 강조되어질 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런 갈망이 평상시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애써 피해왔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위기를 맞이했고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나에게 맞는 신을 찾기로 했고 그 방법으로 8개의 종교를 직접 맞닥뜨려 보기로 결심하였다. (역시나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덕분에 그 과정을 우리가 이렇게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복종에 대한 생각과 평상시 이 종교에 대해 회자되어지는 선입견들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이슬람 수피즘,

 

서양인의 관점에서부터 꽤 깊이 있는 내용까지 알 수 있었고 내 자신을 넣어볼 수 있었던 불교,

 

꽤 흥미로웠던 폐쇄적인 프란체스코회의 생활과 활동을 알 수 있었고 저자의 솔직함이 돋보였던 가톨릭,

 

다소 현실 도피적으로 느껴졌고 이상했던 라엘교와 위카,

 

뜻밖에 8개 종교 중에 들어있어서 놀랐고, 저자의 깊은 이해도가 읽는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도교,

 

그리고 인류역사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되지만 종교에서는 빼먹기 쉬운 샤머니즘 까지 다뤄주었으며,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려웠던 유대교 카발라 였다.

 

 

어떤 종교가 옳다 그르다, 이 신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다. 과연 '나만의 신'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로 이어지는 질문은 우리 스스로 에게 판단할 것을 숙제로 남기고 있었다.

 

그러면 이 책의 의의는 무엇일까? 내 생각으로는 종교가 있든 없든 저자의 솔직한 의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가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볼 기회를 가져보는 시간을 준다는 점 같다. 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신은 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의 태생 동기는 이것 아닐까?

 

적극 추천하고픈 책,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다.

 

 

_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이런 책들과 그 속의 개념들을 이용해서 오히려 영적인 경험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_ [‘프롤로그’에서]

 

 

_예전에 수피교도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상대가 무엇이 됐든 내가 왜 복종해야 하지? “중요한 건 네가 복종하는 이유야.” 친구가 말했다. “두려움 때문에 복종하는 건지, 아니면 사랑 때문에 복종하는 건지. 사랑 때문에 복종하는 편이 엄청나게 쉽지.” 친구가 이 말을 하는 순간 뭔가가 찰칵 하고 맞아 들어갔다._ [‘이슬람 수피즘’에서]

 

_내 몸은, 부처가 몹시 직설적으로 말했듯이, “겨우 1분 동안 빌려 쓰는 물건과 같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순간의 달콤함이 줄어드는가?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를 마시며 결론을 내린다.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고. 확실히 늘어난다고._ [‘불교’에서]

 

 

_‘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는 영어에서 가장 거룩한 말이다. 폴 틸리히가 지적했듯이, 모든 종교적 질문에 대한 답에는 항상 ’그럼에도 불고하고‘에 해당하는 요소가 들어 있다._ [’카톨릭 프란체스코회‘에서]

 

_라엘교도들은 외계인이나 비행접시 얘기를 계속 늘어놓으면서도 가슴 높이 이상 시선을 들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그 높이로는 충분하지 않다. 충분한 높이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_ [‘라엘교’에서]

 

 

 

_부드러움, 무위, 소박함. 도교는 이 모든 것을 권유하지만 내 머릿속의 단어들 목록에서 가장 위에 자리 잡은 것은 신뢰라는 단어다. 도교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믿는 것이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말이 좋은 것 같아도 이 말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우리가 그 흐름을 믿어야 한다._ [‘도교’에서]

 

 

_“...... 우주는 정말로 호의적인 곳일세.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게 우주가 호의적이냐 아니냐 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없겠지. 자네의 존재 자체가 성립하려면 호의적인 힘이 전제조건일세. 그 힘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어. 붙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_ [‘도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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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 - 병 주고 약 주는 생태계의 숨은 주인, 미생물의 모든 것
필립 K. 피터슨 지음, 홍경탁 옮김, 김성건 감수 / 문학수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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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문 2개와 목차를 꼼꼼히 읽고 본문을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비전공인들도 읽기 쉽게 쓰여진 미생물학 개론서 같다는 느낌이 컸는데, 미생물의 과학적 의학적 연대기, 인간과의 관계, 미생물의 쓰임과 미래까지.. 고루 다루고 있었다.

 

특히 천연두부터 시작하여 페스트, 콜레라, 후천성면역결핍증,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니파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프라이온 원인), 장출혈성대장균 대장염 등...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원인별로 묶어서, 각 유행의 시작, 여파, 치료와 예방, 교훈으로 아주 잘 정리해 놓았다.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넣어놓아서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매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이런 전염병에 대한 설명에 있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미생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주고 있는 점, 미생물이 인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현재 진행형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 팬데믹으로 예민해진 백신 갑론을박에 대하여 관련의학전문가가 진심으로 건네는 균형 잡힌 의견 등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도서로 만들어주고 있다.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3장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챕터가 도움이 많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익한 내용이였는데, 개인면역이 강조되고 장내 유익균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게 된 지금 시점에서, 이런 미생물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훨씬 더 잘 알 수 있었다.

 

이 챕터와 연결해서, 18장 우호적인 바이러스로 치유하기 로 이어지는 내용은 19장의 백신의 미래로 가면서, 내용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저자는 또한, 세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항생제에 대한 경고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알아야 하는 필수내용들을 고루 다뤄주고 있었다.

 

 

단순히 모두 옳다, 모두 틀리다 뭐 이런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중이고 연구 중인 상황에 대한 균형 잡힌 과학서였다. 잘 써진 개론서 같은 내용이였고, 잘 읽히는 과학에세이 같았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 도서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_지난 몇 년 동안의 과학 발전 덕분에 우리는 이제 대다수의 미생물(박테리아, 고세균류,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생물)이 무해하거나 인간의 건강에 정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미생물은 우리의 친한 친구이다.

.....

..... 대다수의 미생물은 인간과 지구의 환경에 유익하다. 미생물은 우리에게 새로운 백신(그리고 더 긴 양질의 삶)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 또한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방법의 일환일 수도 있다._

 

 

_인체에는 37조2000억 개의 세포가 있지만, 대다수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는 대장에는 39조 개의 박테리아 세포가 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에는 200만에서 800만 개 사이의 고유한 유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 종류는 인간 유전체보다 100배 이상 많다. 실제로 인간의 몸은 99퍼센트가 미생물이다. 그리고 인간의 지문이나 유전자처럼 모든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고유하다._

 

 

-우리 주변에 항생물질이 많아질수록 박테리아는 내성을 키우라는 압력을 받는다. 달리 표현하면, 항생물질의 압력이 적자생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항생물질 내성위기의 주요한 이유는 항생물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_

 

_한 유형의 박테리오파지는 매우 특정한 박테리아만 감염시킨다. 이러한 경이로운 정확도 덕분에 박테이로파지는 치료제로서 매우 매력적이다. 우호적인 박테리아는 그대로 두고 적대적인 특정 박테리아만 쓰러뜨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항생제는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해를 끼치든 무고하든 가리지 않고 수많은 박테리아를 억제하거나 죽인다._

 

 

_이제까지 백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와는 별개로, 완벽한 백신은 없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인플루엔자, 백일해, 볼거리 백신이다._

 

 

_백신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어나는 주요 주제는 백신의 유효성이 아닌, 안전에 관해서다._

 

_의무 백신에 관한 논쟁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지는 “누구를 신뢰하는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달려 있다. .... 결국 나는 과학적 증거를 신뢰한다._

 

 

_이 책에서 읽어 보았듯, 많은 미생물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신비롭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그들이 하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다행히도 많은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 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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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ㅣ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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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철학의 원칙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오래된 대답들만 내놓을 것인가? 두꺼운 책들에 담긴 긴 답변 대신 간결함을 쫓는 페이스북세대에 맞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듯 철학을 다루고 있는 철학 박사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파스칼 세이스다.

 

이 책은 그가 벨기에의 라디오 방송국, 한 프로그램에서 매주 목요일에 3~4분 분량으로 진행한 방송 원고를 모아 출간 된 3권 중 하나로, 페이스북에 올려진 그의 방송 영상은 2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전세계 20만 구독자를 낳았다고 한다.

 

이런 소개글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궁금증이 확 생긴다. 그리고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방송원고 답게 팝캐스트를 한 편 한 편 듣고 있는 듯 읽히는 책이였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철학자들의 사상은 물론, 언어학적인 내용, 역사, 문화, 대중음악, 일상의 철학, 신화, 정치 등등 정말 다양한 내용들로,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냉소적인 비판을 오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관심이 가는 제목의 챕터부터 읽는 것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맨처음 챕터의 ‘올빼미’ 편을 보고 빵 터졌다. 올빼미를 가지고 - 신화로, 사유로, 역사, 종교까지 - 이렇게 생각의 가지가 넓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ㅎㅎㅎ

 

그리고 참 반가웠던, ‘핑크 플로이드의 벽’, 대학때 이 영상을 보고 얼마나 충격적이였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표현방식도 음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벽으로 만들어진 단절을 나라와 사상을 나누는 장벽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 그린 라인, 헝가리의 철책, 만리장성 등. 이어서 라스코 벽화나 그래피티로 장식된 보기 좋은 벽을 지나,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앨범으로 넘어간다. 내가 느꼈던 ‘벽’과는 다소 다른 느낌의 글로 마무리 짓고 있었지만, 확실히 저자는 방송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활짝 문을 열어보자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글의 마지막 지점에서, 읽는 우리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난? 하면서 저자의 글을 곱씹게 된다. 참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사유의 힌트도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였다. 거기에 방송원고 라는 것도 거부감 없게 만든 요소들 중 하나이다.

 

적당한 깊이의 편한 인문학 책을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이상하다. 일면식도 없는 철학자, 작가, 소설가, 시인, 예술가, 음악가들이 추억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웃음의 힘을 통해 우리와 온 우주를 화해시킨다. 웃음은 함께 나눌 수 있기에, 우리는 웃음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정신을 알아보는 게 아닐까?_ [‘따뜻한 크루아상에 담긴 철학’에서]

 

_핑크 플로이드의 ‘벽’이 상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바깥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만든 내면의 벽이다._ [‘핑크 플로이드의 벽’에서]

 

_민중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것이 아닐까?_ [‘민중의 근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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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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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열렬한 팬인 아미는 아니지만, 이들이 세계에 미치고 있는 좋은 에너지의 힘이 어떠한 지는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밖에 있었으면 더 많이 느껴졌을 텐데 한국 내에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BTS의 노래는 전부는 아니고 몇 개만 접해보았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사가 다른 아이돌 그룹 노래들과 많이 다르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아이돌의 노래들은 서정성과 깊이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들의 가사에는 이런 요소들이 충분히 있더라구요. BTS의 인기 비결 중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다소 유치한 면면도 있었지만, 원래 가장 와 닿는 가사들이나 시어들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단순한 솔직함에 있으니깐요.

 

나태주 님의 글들은 BTS의 곡들과는 별개로 편하게 읽었습니다. 역시나 달달하고 따뜻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가사를 글씨로 옮기는 심정이 이해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이 문구는 손글씨로 옮기고 싶다 하는 문장들이 많았거든요. 들어보지 못했던 곡들은 찾아서 들어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하고... 참 재미있는 시간이였습니다.

 

BTS 팬이라면 무조건, 팬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책 한 편 읽고 싶은 이들이라면 무조건 추천이에요~~

 

 

_언뜻 인간은 한자리에 붙박이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 끊임없이 움직이며 어딘가로 옮겨 다니며 살고 있어. 움직이는 것과 옮겨 다니는 것 자체가 생명의 본성이라 할 거야._ [‘노마드’에서]

 

 

_끝도 보이지 않던 영원의 밤

내게 아침을 선물한 건 너야

이제 그 손 내가 잡아도 될까_ [‘Make It Right' 중에서]

 

 

_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_ [‘Life Goes On'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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