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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ㅣ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평점 :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 철학의 원칙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오래된 대답들만 내놓을 것인가? 두꺼운 책들에 담긴 긴 답변 대신 간결함을 쫓는 페이스북세대에 맞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듯 철학을 다루고 있는 철학 박사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파스칼 세이스다.
이 책은 그가 벨기에의 라디오 방송국, 한 프로그램에서 매주 목요일에 3~4분 분량으로 진행한 방송 원고를 모아 출간 된 3권 중 하나로, 페이스북에 올려진 그의 방송 영상은 2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전세계 20만 구독자를 낳았다고 한다.
이런 소개글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궁금증이 확 생긴다. 그리고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방송원고 답게 팝캐스트를 한 편 한 편 듣고 있는 듯 읽히는 책이였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철학자들의 사상은 물론, 언어학적인 내용, 역사, 문화, 대중음악, 일상의 철학, 신화, 정치 등등 정말 다양한 내용들로,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냉소적인 비판을 오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관심이 가는 제목의 챕터부터 읽는 것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맨처음 챕터의 ‘올빼미’ 편을 보고 빵 터졌다. 올빼미를 가지고 - 신화로, 사유로, 역사, 종교까지 - 이렇게 생각의 가지가 넓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ㅎㅎㅎ
그리고 참 반가웠던, ‘핑크 플로이드의 벽’, 대학때 이 영상을 보고 얼마나 충격적이였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표현방식도 음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벽으로 만들어진 단절을 나라와 사상을 나누는 장벽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 그린 라인, 헝가리의 철책, 만리장성 등. 이어서 라스코 벽화나 그래피티로 장식된 보기 좋은 벽을 지나,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앨범으로 넘어간다. 내가 느꼈던 ‘벽’과는 다소 다른 느낌의 글로 마무리 짓고 있었지만, 확실히 저자는 방송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활짝 문을 열어보자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글의 마지막 지점에서, 읽는 우리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난? 하면서 저자의 글을 곱씹게 된다. 참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사유의 힌트도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였다. 거기에 방송원고 라는 것도 거부감 없게 만든 요소들 중 하나이다.
적당한 깊이의 편한 인문학 책을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이상하다. 일면식도 없는 철학자, 작가, 소설가, 시인, 예술가, 음악가들이 추억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웃음의 힘을 통해 우리와 온 우주를 화해시킨다. 웃음은 함께 나눌 수 있기에, 우리는 웃음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정신을 알아보는 게 아닐까?_ [‘따뜻한 크루아상에 담긴 철학’에서]
_핑크 플로이드의 ‘벽’이 상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바깥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만든 내면의 벽이다._ [‘핑크 플로이드의 벽’에서]
_민중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것이 아닐까?_ [‘민중의 근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