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바다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는 청명한 파랑색이 생각나는 사랑이야기를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농익은 찐한 감정들이 물결치는 #사랑바다 에 빠졌다.

 

‘17세기 예술가들의 기구한 삶을 통해 바라보는 이 덧없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이번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서사시 같았다.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내용으로 시작한 소설은 마치 한 생을 사는 것처럼 전개되었다. 등장인물들은 더없이 예민하다. 이 안에는 서로간의 불화도 있고 고독에 빠지기도 하며 음악으로 승화시키려는 지난한 노력이 처절하기도 하다.

 

_음악은 특출나게 감동적인, 어딘가 미쳐 버린 인식 같다. 세상 이전의 세상에 있던 것, 되찾으리라 더는 기대하지 않던 것과의 아연한 재회 같다._p195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며 오늘을 불태워서 아무것도 남게 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이들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성에 대한 본능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연주를 하고 영감을 얻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죽음이 싫어 몸부림치는 자들도 한켠에서 우리를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였다.

 

종국에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 예술가들의 공통된 내면이 작품이 되어 울부짖으며 외친다... 결국에는 죽음으로 변주되어 남는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가.... 우리는 이 끈끈한 생명력과 허무에서 종착되는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다 읽고난 후에도, 감히 이들을 모두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첫문장부터 비범했었던- 저자의 감각적인 언어들과 정서에 푹 빠져들었고, 뭔가 생명력을 충만하게 느끼기를 원하는 등장인물의 갈망에 공감되었다.

 

마치 한차례 몰아치는 폭풍 속을 헤쳐나 온 기분이다.

 

_활시위가 활을 떠난다면 손에 남는 건 나무토막과 풀어지는 줄뿐이잖나. 자네는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어, , 이보게 조프루아. 나는 행복을 원치 않아. 행복보다는 훨씬 살이 있는 무언가를 원해._p401

 

 

_남자 셋, 가발 세 개, 코 세 개, 여섯 개의 입술, 서른 개의 손가락을 횃불의 긴 불꽃이 비추고 있다._p16

 

 

_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건, 자기 삶에 어떤 움직임을 바라건, 우리는 그 방향을 알지 못한다. 꺼져 가는 끄트머리조차 방향을 드러내지 않는다._p210

 

 

_약간의 시간을, 다정한 어루만짐을, 사랑 같은 무언가를 분명히 요구하듯이, 왜냐하면 사랑은 접촉이고, 오직 접촉이며, 탁월한 접촉이기에, 그러니 사랑을 정의 하려면 우선 사랑을 탁월하게 정의하는 그 조용한 접촉보다 먼 곳에서 사랑을 찾지 말아야 하느니,..._p318

 

 

_배 한가운데에, 멋진 초록색 - 그녀의 눈동자처럼 거의 터키석 같은 초록-외투를 걸친 젊은 여자의 몸과 온통 밤색과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늙은 음악가의 몸 사이에 비올라가 누워 있다._p3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너무 바쁘다는 착각 -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
스즈키 유 지음, 하진수 옮김 / 길벗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이라니! 시간 감각이 둔한 나 같은 이에게 이렇게 매력적인 부제가 있을까?

 

자기계발서가 이렇게나 많은 시대인데, 시간, 그 자체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위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이 책이 최고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강조하는 시간 관리 기술의 허점을 짚어주는 것도 너무 좋았다.

 

과거, 현재, 미래의 구별이 고집스럽게 믿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챕터2에서 사람들 마다의 차이점을 시간을 인식하는 특징들에 따라 분류해서 설명해주는 내용들은 이 책을 다른 책들과 구분해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이러이러 해야한다로 시작하는 자기계발서만 보다가, 얼마나 집중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하면서..

 

그리고 이어지는 가이드라인, ‘과거 다시쓰기’, ‘효율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지루함 파고들기까지, 우리가 보통 적용하고 있는 시간관리법이나 개념을 깨부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딱 필요한 내용이였다.

 

특히 시간 부족에 시달리지 않는 산족에 관한 내용은 마치 철학서 같았다.

_산족은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시간 부족으로 고민할 일도 없다._p264

 

 

뻔한 동류의 내용을 넘어, 제대로 시간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이해로도 넘어갈 수 있는 도서로도 추천하고 싶고, 시간관리에 대한 압박보다는 자연스럽게 익혀갈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였다.

 

 

_미래의 현실감이 너무 뚜렷한 사람은 목표에서 벗어난 행동을 살짝만 해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인생의 가치를 놓칩니다._p136

 

_현대에는 행동하느냐 안 하느냐라는 사고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강한 탓에 멘탈이 무너지는 젊은이가 많은 듯 보입니다. 효율과 생산성의 어두운 이면임에는 틀림없습니다._p216

 

 

_다시 한 번 말하지만, 캘린더나 투 두 리스트와 같은 유명한 시간 관리 기술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방법일 뿐 시간 딜레마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어느 기술이든 그 배경에는 우리를 더 빨리’, ‘더 많이재촉하려는 사상이 존재하므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사용하면 결국에는 오히려 시간을 빼앗기기만 하고 끝나 버립니다._p253

 

_..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무엇이든 흥미로워진다.” 라는 말이 와닿을 것입니다. 그 감각이 당신에게 진정한 여유를 만들어줍니다._p2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비헴 폴리스 2049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1
박애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라인이 왜 하이아를?

라인은 날카롭고 이지적인 인상의 미남이었다. 경찰을 할 외모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경찰복을 입고 있기에는 아까웠다. 심지어 레이 신과 친구라고 했다. 오리지널 홀로그램 가수와 죽은 뒤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가수들 사이에서 드물게 인간으로서 최정상 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수였다._p41

 

그 시절, 온통 드레스와 미남미녀가 순정만화의 주류였을 때, SF 장르로 독특한 세계관으로 나를 홀딱 빠지게 했었던 #강경옥 작가의 #라비헴폴리스 .... 4년 후를 #박애진 작가가 이어받아 #라비헴폴리스2049 를 그려냈다.

 

어떤 콜라보 보다도 원픽이였다는 박애진 작가는 이 작업으로 성덕한 듯하다. 작가의 말에서 그 벅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마음은 나도 이에 못지않았는데, 그저 하이아와 라인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찡했다. 거기에 약혼한 사이라니! ㅎㅎㅎ (물론 두 사람이 무척 잘 어울렸었지만, 무신경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하이아가 결혼이라니~~)

 

스토리의 배경은 2049년 메가시티 라비헴 시티이다. 온 우주의 부가 몰려있는 곳인 만큼, 이에 반대급부로 메가슬럼 라마스 지구가 있다. 라비헴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과 범죄자들이 살고 있는 이 곳은 라비헴 시티 시장에게는 청소해야하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화재가 발생하고 이 원인을 수사하기 위해 하이아와 라인이 라마스 지구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의 비밀들을 하나씩 밝혀내는 과정에서 라비헴 시티와 세상의 불공정과 소외된 이들의 분노를 현실적으로 알게 된다. 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저면의 비밀은 무엇일까?

 

 

만화로 만났던 세상을 글로 새롭게 만나니 내 머릿속에서는 기억과 상상으로 부지런히 회로가 돌아갔다. 한편 당시에는 획기적이라고 느껴졌던 세계가 이제는 익숙한 설정으로 느껴지고 어쩌면 곧 우리네 미래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한편 놀랐다.

 

4년 후 설정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당시의 정서와 공감이 느껴지는 듯해서 신명나서 집중할 수 있었다. 다음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며, 추억 하나를 현재로 접어본다.

 

 

_“라비헴은 유령도시야.”

“35백만이 사는 메가시티를 유령도시라니요.”

하이아가 말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한구석에 몰아놓고 굶기고 있는 도시지.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난 구식이니 요즘은 그런 말 하는 거니 마는 거니 하는 소리는 꺼낼 생각도 마라.”_p76

 

_"라비헴 시민권을 신청했는데 점수가 미달됐어요. 자기 나라에서는 명문대를 나왔는데도 제3세계 국가 출신이라 배점이 낮았거든요. ...“_p105

 

 

_.... 지난 몇 년간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외면해 왔는데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자신이 공범처럼 느껴지는 죄책감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_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렉터처럼, 아트투어 - 아트 컨설턴트와 한 권의 책으로 떠나는 1년 365일 전 세계 미술 여행
변지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작품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인데, 최근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아트컬렉팅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수요의 폭과 관심이 넓어져서 일 것이다. 그래서 관련 도서들을 읽는 재미도 솔솔 하다.

 

특히 이번에 만난 #컬렉터처럼아트투어 는 국내 최고의 아트 컬렉팅 전문가인 케이아티스츠 변지애 대표의 1년 동안의 아트 투어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일단, 현대 미술의 특징, 작품가격의 흐름과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먼저 준비시킨다.

 

_현재 예술 시장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미적 가치보다 시대의 흐름과 문화적 상황, 작가의 목소리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_p17

 

 

그리고 아트 컬렉터의 관점으로 하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컬렉터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내외 대표 아티스트 10명씩을 알게 되었고, 1년 동안의 세계 예술 도시 투어에 동참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예술 도시 탐방이 정말 재미있었다. 새삼, 같은 도시라도 어떤 목적과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읽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아트컬렉트 도서들과 달리, 진짜 같이 방문하고 있는 듯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뿌듯해졌다.

 

아직은 아트컬렉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은 다른 것 못지않다. 사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뉴욕에 가려고 한다는 지인의 마음이 잘 이해되는 내용이였다. 저자의 바램처럼 예술에 대한 안목이 한 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_일부 작가들의 작품값이 2년 새 회를 거듭하며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도 문제다. 해당 작품의 가격대가 작품을 소장하는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면 상관없겠지만, 비싸고 가격이 빨리 오르는 작품을 생산한 작가라고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_p16

 

_또 다른 대표작인 한지 콜라주 작업은 고도의 노동집약적인 작품이다. 한지에 불을 붙여 가장자리를 태워 만든 원형과 띠 형상의 조각을 화면에 겹겹이 포개어 붙이면서 추상적인 구상이 완성되는 것이다._p68

 

_20대 중반 친했던 앤디 워홀이 갑작스럽게 죽자 바스키아는 죽음을 다루게 되는데 이전의 다채롭던 색감이나 붓 터치와 다르게 어둡고 황폐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_p79

 

 

_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과 유물을 전시하는 빈미술사박물관 인근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식 장식을 결합한 듯한 알베르티나미술관이 있다._p208

 

 

_..우리 모두는 우연한 기회에 인생의 어느 대목에서 예술과 마주하게 되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도 함께할 이들도 없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최근에는 취향 기반의 모임이 느는 추세인데 부디 예술이 혼자만의 취미로 남지 않고 평생토록 더해가는 깊이를 통해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디딤돌로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_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나의 페르소나
박성준 지음 / 모던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론가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자신의 시 작업에 문제를 만들 것이라는 염려를 받았다는 박성준 작가의 첫 번째 평론집, #안녕나의페르소나 .

 

책 제목부터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이 평론집은, 도서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하는 고민에 나를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고민이였을 것이다. 일단 외국 시인들에 비해 한국 시인을 많이 모르는 나에게 놀랐고, 특히 현대시인은 더 그렇다는 것에 읽는 내내 얼굴이 붉혀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취향차이라면 취향의 문제이니.....

 

한편 그렇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시에 대한 평론은 이렇게 쓰는 구나 하면서 어려운 페이지들을 넘겼다. 저자가 나의 페르소나라 칭하면서 빽빽이 분석해놓은 시들은 형식에 따라, 시대에 따라, 관념이나 서정에 따라, 너무 다양하게 해체해놓아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으로 재독을 몇 번 더 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다 부르지 못한 이름들편이 기억에 남는다. 2014년에 첫 시집을 출간한 시인들로 황인찬, 김승일, 박준의 시를 다룬 내용이였다. 황인찬의 경우에 등장하는 언어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보이는 것보는 것아니 더 나아가 주체로부터 감각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희박한 언술형식을 띄고있다는 설명과, 이 시인의 간결한 시어들이 인상적이여서, 책 후반부를 보면서도 자꾸 열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물과 글이 너무 강렬해서 궁금해진 작가는 바로 3부에 소개된 오은 작가와 시집이다. 억압과 주체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기분이였다.

 

 

솔직히 누구나 접근가능한 책이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평론을 읽을만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는 도서이고, 문학작품을 깊이 있게 짚어보는 관점들에 대해서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_우리에게 억압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가. 오은은 첫 시집 [호텔타셀의 돼지들]에서 빈번하게 아이 주체를 등장시켜 물음을 만든다. 그러나 아이가 던진 물음의 경향성보다 물음에게로 찾아가는 길목에서 번뜩번뜩 솟아나는 억압의 지형도를 관찰하는 일이 어떨 때는 더 흥미롭다._p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